마치며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시인 고은이 지은 가장 짧은 시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그럴듯한 직업이 교직인 줄을, 교직에서 최고의 꽃이 교사인줄을 끝날 무렵에 겨우 보고 느끼고 알게되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나이 40을 불혹(不惑 : 아니 불/미혹할 혹)이라고 합니다.
어떤 것에도 미혹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의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훈장 노릇 불혹을 넘었기에 하는 말입니다. 교육을 논함에 40미만에선 어림도 없었고, 40년을 지나면서 간신이 자리가 잡힐만할까 싶었는데 마감입니다.
‘나이가 40을 넘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링컨 대통령의 스프링필드(Springfield) 연설에서 한 말이라는 데 개인의 역사와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교사 나이 40을 넘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합니까?
아주 추하지는 않습니까?
냉정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서드 에이지(third age : 제3 연령기)란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마흔 이후 명을 다하는 30년간을 서드 에이지라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사들의 제3 연령기(인생 3막, 제3의 인생)은 이렇습니다.
제1막은 출생하여 배움의 단계인 20대 중후반까지 성장기이며,
제2막은 교직에 입문하여 교육과 가정을 위해 일하는 시기이고,
제3막은 퇴임 이후 사망까지라고 하겠습니다.
골드 에이지(gold age : 인생 황금기)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건강이 좋아 활동이 자유로우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의 삶을 뜻합니다.
범부의 인생은 일보다는 즐김이 더 가치 있다고 했습니다. 즐겁게 일하는 것,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며, 그런 이들이 gold age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려웠지만 부모님 덕에 무난한 first age를 거쳐, 선후배동료들 덕에 나름대로 교직을 즐기며 second age를 마쳤고, 아직은 사지가 멀쩡하여 돌아다니며, 많지 않으나 연금 있어 돈 걱정 크게 안하겠으니 저의 third age는 gold age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러분과 third & gold age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1. 2. 22. 전세훈 교장의 정년퇴임사 및 정년퇴임기념논문집 정리하는 글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