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285호로 지정되어 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는 바다로 흘러드는 태화강의 상류인 대곡천의 절벽에 새겨진 바위 그림이다. 반구대(盤龜臺)라는 말은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한 절벽에서 유래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그림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반구대에 암각화를 새긴 것은 신석기와 청동기 때 한반도의 울산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높이 70미터, 너비 20미터에 이르는 대형 캔버스에 높이 5미터, 너비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그림을 그렸다. 이때 그린 그림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길고 긴 수천 년의 세월을 건너뛴 1971년이었다.
그 오랜 세월의 비바람조차 반구대의 바위 그림을 지우지 못했다. 그것은 바위 그림을 남긴 사람들의 기원과 자연이 빚어낸 조화이다. 반구대의 바위 위는 지붕처럼 튀어나와서 햇빛과 격한 비를 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애초에 그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또 하나 화가는 그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그림을 바위에 새겼다. 그 보존에 대한 염원 또한 오랜 세월을 견디게 해 준 요소였다.
그들은 무엇을 염원했던 것일까? 과연 그들의 삶과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들이 남겨 놓은 흔적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반구대 암각화에는 형상을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 모두 237점이다. 형상을 알아볼 수 없는 것까지 포함하면 약 353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육지에 사는 동물이 105점, 바다에 사는 동물이 92점, 사람이 17점, 배가 6점, 배에서 쓰는 그물과 작살 등의 연장이 6점 새겨져 있다.
반구대라는 캔버스에 가장 많이 새겨져 있는 것은 고래이다. 237점 가운데 26%에 해당하는 62점이 고래 그림이다. 이는 바다 동물을 그린 그림 가운데 75%에 해당한다. 그 뒤를 이어 육지에 사는 동물인 사슴류가 36점, 호랑이가 22점 새겨져 있다.
반구대의 그림은 바위에 새긴 것이다. 바위에 새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림의 윤곽을 새긴 다음 안쪽을 고르게 쪼거나 긁어내는 방법이다. 흔히 면새김 방식이라고 부르고 주로 신석기 시대에 사용된 방식이다. 또 하나는 모습을 선이나 점으로 새기는 선새김 방식이 있고 이는 청동기 시대에 많이 사용된 방식이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두 종류의 방식이 혼재되어 있다. 그것은 신석기부터 청동기까지 계속 그림이 그려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화가가 빈 곳을 메꾸듯 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즉 어느 개인이 그리고 새긴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시대와 여러 생각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