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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인 다니엘 골먼 박사는 플라톤 시대부터 ‘덕’으로 높이 평가했던 ‘자제’를 감성적 지성이라는 용어로 일반화시켰다. 감성적 지성은 두 가지 지능, 즉 ‘자기 이해적 지능(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지능)’과 ‘대인관계적 지능(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지능)’의 결합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기름으로써 자기 이해적 지능을 발달시키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대인관계적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유형의 지성처럼 감성적 지성 역시 연습을 통해 계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계발 과정에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셰익스피어의 예리한 관찰력이 담긴 작품들은 매우 유용하다.
<햄릿>에서 폴로니어스는 아들 레어티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항상 너 자신에게 진실해져라.” 이 말은 자기 이해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는 뜻으로 결코 단순한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기를 토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기만, 허영, 그리고 자만심이 갖고 있는 모든 결점을 아우르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년)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와 인간관계를 보여줌으로써 그는 우리에게 세상사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1,200명이 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그와 다른 작가를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것에 대해 『셰익스피어: 인간 창조』에서 해롤드 블룸은 “그렇게 많은 독립된 ‘자아’를 창조해낸 사람은 셰익스피어 외에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그가 인간 본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자아를 ‘창조’해내는 셰익스피어의 능력은 보다 진실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휴먼 드라마의 진수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희곡들은 <맥베스>,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과 <한 여름 밤의 꿈>, <실수의 희극>, <십이야> 같은 ‘희극’, <겨울 이야기>, <폭풍우> 같은 ‘로맨스’, 그리고 <줄리어스 카이사르>와 <토로일러스와 크레시다> 같은 고전극 또는 <리처드 2세>에서 시작하여 <헨리 8세>로 끝나는 ‘사극’ 이렇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존 허밍스와 헨리 콘델은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나고 7년 뒤인 1623년에 처음으로 셰익스피어 희곡 전집을 2절판으로 펴냈다. 편집자들의 말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출간하고 그것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초기의 노력들은 오히려 셰익스피어의 탁월한 작품을 훼손시키는 해적판을 낳는 역효과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러나 허밍스와 콘델이 펴낸 2절판 셰익스피어 희곡 전집은 그의 탁월한 작품을 그대로 담아낸 최초의 책이다. 그들은 서문에 “그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마음과 손을 통해 쉽게 표현해냈다. 우리는 그가 노트에 적은 글들을 직접 받았다. 그리고 더는 그의 재치를 숨겨둘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의 재치가 영원히 사장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을 읽고 또 읽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다.
엘리자베스 1세가 영어를 세계 최고의 언어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셰익스피어는 영어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2만 개 이상의 단어를 창조하고 유통시켰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현재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연극의 발전뿐 아니라 시, 수필, 소설 그리고 여타 형태의 예술(오페라, 영화, 발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시공을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뉴욕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 상황에 맞게 각색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공연되었다. 그리고 이안 맥켈렌과 리처드 론크레인은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파시즘이 고개를 들던 당시의 상황에 맞게 각색하여 영화 <리처드 3세>를 제작했다. 에단 호크는 덴마크 코퍼레이션에서의 암투를 배경으로 한 현대판 <햄릿>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배반, 사랑, 파벌 다툼, 그리고 잔인한 폭군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주제다. 요컨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보편적인 ‘인간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보편적 ‘자아’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이 그가 창조한 ‘다양한 캐릭터’에 있음을 처음으로 알아본 사람은 작가 벤 존슨이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들은 단순히 신교도나 구교도로, 혹은 덴마크인이나 영국인으로서가 아니라, 특정 의식을 지닌 전형적인 캐릭터로 그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자아를 통해 우리 자신과 관련된 너무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의 희곡들은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의 희곡들이 너무 복잡해서 연구를 거듭해도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감성적 지성은 사실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진 바 없다. 벤 존슨의 말처럼 당신이 셰익스피어에게 싫증을 느낀다면 당신은 아마 삶에도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감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프로이트의 사례들 가운데 상당수도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프로이트 역시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심리 분석의 대가 프로이트는 셰익스피어에게 영향을 받아 인간 심리와 관련해 많은 것들을 세상에 말할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감정 세계의 내면을 놀라울 만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이 사람을 무능력자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셰익스피어는 멕베스 부인의 “의식은 우리를 모두 겁쟁이로 만드는구나.”라는 말을 통해 이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십이야>의 바이올라와 <뜻대로 하세요>의 로잘린드처럼, 남성의 위선을 대하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는 ‘정체성’과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는 이미지’ 간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다음 말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방법도 예리하게 제시한다. “이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생각에 따라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갈릴 뿐이다.” 또 다른 예로 셰익스피어는 카이사르가 포로가 된 클레오파트라에게 “당신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구속하지 마시오.”라고 조언하는 대사를 통해 같은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 밖에 어머니의 심적 갈등에 대해 햄릿은 심신의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거트루드: 오 햄릿, 너는 어미의 마음을 두 동강이 내는구나.
햄릿: 그럼 그 중에 더 더러운 쪽을 던져버리세요.
그리고 나머지 한쪽으로 깨끗하게 사세요.
편히 주무세요. 하지만 왕의 침실로는 가지 마세요.
덕을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덕을 갖추고 있는 척이라도 하세요.
오늘밤은 절제해주세요. 그럼 다음에는 절제하기가 조금 쉬워질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더 쉬워질 테고요.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천성도 바뀔 수 있겠죠.
악마를 품고 사실 건가요, 아니면 사력을 다해 악마를 몰아내실 건가요."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감정의 균형과 조화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인간의 모든 경험과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을 가장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데 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호소력을 발휘하는 이유를 분석한 비평가 마가레트 카벤디시는 이렇게 적었다. “그는 자신이 묘사하는 모든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희곡 속에서 온갖 유형의 인물을 너무도 완벽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남자다. 하지만 나는 그가 여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의 작품에서 여자 인물들을 그렇게 잘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세심한 관찰력을 토대로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 모든 감정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 같은 가장 부드러운 감정과 피비린내 나는 비극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감정 같은 극단적인 두 가지 감정 모두를 잘 보여 주었다.
그의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은 모든 연령대를 포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뜻대로 하세요>에 등장하는 자크의 대사를 통해 그는 일곱 가지 연령대의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 칭얼거리는 ‘유아’, 울상을 지으며 마지못해 학교로 향하는 ‘소년’, 혹독한 시련 앞에 한숨짓는 ‘연인’, 명예를 지키기에 급급한 ‘군인’, 머리 속 가득 금언이 들어 있는 ‘판사’, 세상이 넓다는 것을 깨닫는 ‘중년을 넘어선 남자’, 노쇠해서 다시 아이처럼 유치해지는 고령의 ‘노인’ 이렇게 일곱 가지 연령대의 인물 말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이 일곱 가지 연령대의 인물 모두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특히 그의 비극들은 그 가운데 일부 연령대의 인물들을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이를테면 그의 작품 <햄릿>은 젊은이, <오셀로>는 연인, <맥베스>는 군인과 정치가, <리어왕>은 노인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희곡들은 우리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생활 속에서 균형을 잃고 비탄에 잠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햄릿의 경우 문제의 모든 측면을 분석하는 능력은 점차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오셀로는 열렬한 사랑이 무모한 질투로 변하는 경우이며, 맥베스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열망이 냉혹한 권력 다툼을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리어왕의 경우에는 자신의 업적에 대한 정당한 자부심이 성급한 성격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연민의 무의미한 푸념으로 바뀐다. 셰익스피어는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충돌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이기심을 버리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많은 비평가들이 셰익스피어의 가장 깊이 있는 작품으로 평가하는 <폭풍우>, <겨울 이야기>, <심벨린 Cymbeline> 같은 후기 희곡에서 절정을 이룬다.
셰익스피어는 예리한 눈으로 인간 영혼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 삶 속의 보편적인 드라마에 새로운 빛을 던지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사랑과 용서의 본질에서부터 정치권력 그리고 남녀관계의 본질,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인간의 반응 등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아, 결국 우리는 죽는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노와, 고통, 빈곤, 그리고 구속으로 얼룩진
가장 비참하고 가장 역겨운 속세의 삶조차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죽음에 비하면 낙원이어라."
–윌리엄 셰익스피어 <말은 말로 되는 되로>
셰익스피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사랑에 대한 찬미도 즐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먼저 자신의 삶 속에서 사랑이 갖고 있는 구원의 힘부터 이해해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그것을 변신의 힘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인생의 흥망성쇠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 때문이라 생각한다. <실수의 희극>에서 안티폴러스는 루시아나에게 그녀가 마치 사랑의 여신인 것처럼 이렇게 말한다.
"예쁜 아가씨,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제발 가르쳐 주오.
굼뜨고 천박하고 약하고 여러 가지 과오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
나의 비속한 마음에 당신 말의 참뜻을 알아듣게 털어놔 주시오.
왜 나의 거짓 없는 순박한 영혼을 잡아 흔들어
무지의 영역 속에 방황케 하려고 하시오?
당신은 신이오? 그래서 날 새롭게 창조할 생각이오?
그렇다면 날 새로 만들어보시오. 당신의 힘에 거역하지 않겠소."
‘영혼’을 탐구한 학생
사랑, 자기이해, 그리고 대인관계 기술과 같은 것들은 대학 정규 과목도 아니거니와 셰익스피어는 대학에 다닌 적도 없다. 즉 위대한 작품이 대학 교육의 산물은 아닌 것이다. 이것은 또한 영원히 변치 않을 업적을 남기기 위해 반드시 최고의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고무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 셰익스피어에게는 삶 자체가 바로 학교였다. 즉 그에게는 삶 자체가 감성적 지성의 미묘함을 익히는 최고의 도구였던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어떤 식으로 언어 구사력을 발전시켰을까? 그는 당시의 일반적인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즉 당시 학교에서는 새로운 인문주의 교육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는 신화, 역사, 그리고 라틴어와 관련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는 지금보다 언어 구사에 보다 민감했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그가 놀라운 언어 구사력을 보였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전기 작가인 박 호넌은 셰익스피어의 삶을 거슬러 올라 영혼을 탐구하는 작가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그가 어떻게 성장·발전했는지 상세히 이야기해준다. 그는 젊은 시절의 셰익스피어를 ‘현학적인 태도를 멀리하면서도 배운 것을 존중하고 체화하여 결국에는 그것을 최대로 활용하는 현명하고 열정적인 젊은이’로 묘사했다.
셰익스피어의 두 형은 태어나자마자 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어머니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 속에 성장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말로와 존슨 같은 당대의 남성중심주의 작가들과 달리 감성의 움직임에 남다른 통찰력을 보이고 놀라운 감정이입 능력을 갖게 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호넌은 셰익스피어가 젊은 시절 연극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이유를 귀족들이 후원했던 극단을 포함해 당대 최고 극단들의 순회공연이 많이 열렸던 스트랫퍼드에 살면서 그만큼 연극을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호넌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평생을 통해 직접적인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틈틈이 모색했다고 한다. 18세기에 그가 연상의 여인과 결혼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경험을 쌓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0세에 이미 셰익스피어는 40세의 사람들보다 결혼생활이 갖고 있는 복잡함과 책임감,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격정적인 감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감정적 지성의 미묘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셰익스피어의 능력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의 다른 사람들과의 사교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595년부터 그는 로드 챔벌린스 맨(Lord Chamberlain’s men: 제임스 1세가 왕위에 오른 1603년 ‘국왕극단(King’s Men)으로 이름이 바뀜)에서 전속 극작가로 활동했다. 셰익스피어는 당시 한 극단과 오랫동안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유일한 극작가였다. 그는 또한 존 플레처와 협력하여 <헨리 8세>, <카데니오>, <2인의 고상한 연고자들>을 썼고 1590년대에는 네 명의 다른 작가들과 합작으로 1590년대 희곡 <토머스 모어>를 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가 평범하게 성장했고 교육 수준이 낮다는 선입견과 그의 사생활과 관련해 세상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그가 그런 훌륭한 작품을 썼을 리 없다는 반론이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작품들의 원저자로 옥스퍼드 백작, 베이컨, 마로, 혹은 엘리자베스 1세가 공공연히 거론되기도 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문헌상에 보다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인물(엘리자베스 1세, 옥스퍼드 백작, 베이컨)을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짜 작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영향력을 경험한 바 있는 사람들(아버지, 스승, 이상형)에 그들을 추가시키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욕구에는 그들의 인물됨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작품만큼이나 훌륭하길 바라는 마음 역시 포함되어 있다. 또한 어떤 이는 학계 입장에서 공식적인 교육을 받은 바 없는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미칠 파장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해 셰익스피어 작품의 작가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도 한다.
헤롤드 블룸은 이렇게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을 때 나는 그가 변호사를 좋아하지 않고, 밥 먹는 것보다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를 사랑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신교를 믿었는지 구교를 믿었는지 아니면 아무 종교도 믿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종교적 색채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의 정치적 색깔도 알 수 없다.”
그의 천재성은 지금도 여전히 불가사의다. 노리 엡스테인은 그의 저서 <프랜들리 셰익스피어>에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키츠처럼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지도, 헤밍웨이처럼 남성미를 갖추지도 못했다. 또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탐닉하지도 않았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애매모호한 캐릭터들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처럼 그는 너무도 다채로운 인물이어서 어떤 ‘한 사람’ 이라기보다는 ‘전 인류의 축소판’ 같은 사람이다.
셰익스피어의 업적
▲ 셰익스피어는 작품의 보편타당성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단테, 오스틴, 보르헤스, 루미, 버질, 라신, 밀턴, 실러, 그리고 괴테를 능가한다. 아마도 셰익스피어와 대적할 만한 인물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작품을 남겼고 덜 다채로운 주제를 다룬 호머밖에는 없을 것이다.
▲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어휘를 구사했고 현재 영어권 국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천 개의 단어, 숙어, 그리고 개념을 만들어냈다. 셰익스피어는 영어의 언어학적인 면에 있어서 성경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그의 희곡 및 시에 표현되어 있는 광범위한 감정의 세계는 현대 심리학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셰익스피어에게 빈번히 손을 내밀곤 했다.
▲ 세계 문화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다.
▲ <리처드 2세>와 <헨리 8세> 등 영국을 대표하는 서사시를 남겼다. 셰익스피어가 그리스의 호머, 로마의 버질, 혹은 이탈리아의 단테에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와 당신
다니엘 골먼은 지능을 측정하는 전통적인 잣대인 IQ는 우리가 성공하는 데 있어 20퍼센트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감성적인 삶은 수학만큼이나 확실한 영역이다. 그리고 감성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독특한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한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려면 다양한 ‘장면’과 ‘무대’ 에 적절히 적응하는 융통성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자아’라는 연극의 연출가로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해낼 ‘단원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폭풍우>에서 발췌한 다음 글은 과거의 천재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으려 하는 우리의 노력에는 시간 제약이 있을 수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대 아버지는 다섯 길 바닷물 속에 누우셨네.
뼈는 산호가 되고 눈은 진주가 되었네.
육신은 썩지 않고 바다 작용에 의해 귀하고 낯선 보물로 변하셨네.
혁신적인 천재들은 바다 작용을 겪으며 진주와 산호로 변했을 것이다. 우리가 고인이 된 혁신적인 천재들을 살펴보는 것은 바로 그 진주와 산호를 찾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당신이 보다 귀하고 낯선 진주나 산호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변화는 낯설 수밖에 없다. 심오한 변화를 이뤄내려면 우리는 자신에게 낯선 무엇인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낯익은 자아를 버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새로운 자아를 창조해야 한다.
연습: 셰익스피어처럼 생각하기 - 감성적 지성을 계발하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너무 유명해서 그 작품의 신비한 아름다움과 변함없는 유혹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도리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모나리자>를 감상할 때는 우선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의 연습활동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지닌 불멸의 매력과 신비한 아름다움을 새로운 눈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감상적 지성을 계발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의 작품 속에 몰입하여 그가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희곡을 읽고 라이브 공연을 즐기고 영화를 감상하라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종교적 차원에서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습관적으로 매달 성경을 한 권씩 읽었다.
매달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한 편씩 읽어라. 최초로 2절판 셰익스피어 전집을 펴낸 편집자들의 당부처럼 말이다.
해롤드 블룸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실용서’라 하면서 성경 다음으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신을 외면할 수 없듯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를 외면할 수 없다.”라고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각 희곡에는 감성적 지성이 뛰어난 인물과 부족한 인물이 공존한다. 따라서 그의 희곡을 읽을 때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보길 바란다.
나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나는 이 희곡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나는 이 희곡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 작품을 라이브로 감상할 기회를 마련하라. 라이브 공연은 연출 및 공연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질이 낮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공연조차도 나름대로 감동을 준다. 하지만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청중으로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에도 위의 두 가지 질문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헨리 5세>를 읽고 있다면 당신은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당신은 언제라도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볼 수 있다. 그의 희곡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한 가지 이상의 영화 버전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만약 여력이 된다면 다양한 버전을 빌려 상호 비교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매우 좋을 것이다.
하루에 한 편씩 소네트를 감상하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그의 걸작품들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네트를 통해 그가 집필한 희곡의 주제와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주요 희곡 작품들이 교향악이라면, 그의 소네트는 실내악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소네트를 눈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귀로도 감상하라. 그의 소네트가 담긴 CD나 테이프를 구하여 감상할 수 있다. 지난 몇 달간 나는 운전하는 동안 차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여러 차례 들었다. 그 덕에 나는 길거리에서 화를 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언어 및 감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소네트의 리듬에 귀를 기울여라.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소네트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속삭이지는 않는가?
셰익스피어 이해하고 즐기기
대사의 리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 의미를 음미하라. 당신은 대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단어를 이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각 장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대사를 이해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리처드가 “겁먹은 적들을 쫓아버리기 위해 무장한 말에 올라타기는커녕”이라고 말할 때나 혹은 “빨리 달려라, 격렬히 달려라, 말이여”라는 줄리엣의 외침은 대사의 강약이 말발굽 소리를 연상시키고 그들이 느끼는 격렬한 심장의 고동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을 되풀이하는 맥베스의 느린 말투 자체가 우리에게 지루함과 공허함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소네트를 골라라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연습활동이다(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 소네트를 이용해 당신은 그 과정을 한층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촛불을 켜고 방향제를 뿌리고 배경음악으로 엘리자베스 시대의 음악을 틀고 사랑하는 사람과 번갈아가며 소네트를 읽어라. 소네트를 이용해 그 사람과 더욱 즐겁고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라.
다음 소네트는 당신에게 셰익스피어의 풍부한 상상력을 느껴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소네트를 읽어보라. 그리고 당신의 생각을 기록하라.
소네트 27
피곤하여 잠자리로 달려갑니다.
먼 여행으로 지친 몸의 달가운 휴식,
허나 그 순간부터 머리 속에 또 여행이 시작되니
몸의 노동이 끝나자 마음을 일 시킵니다.
나의 생각이 먼 곳에서
당신에게로 신실한 순례를 떠납니다.
감기는 눈꺼풀을 자꾸만 치켜뜹니다.
맹인의 눈에만 보이는 어둠을 응시합니다.
내 영혼의 상상의 눈이
시각 없는 시야에 헛그림자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무서운 밤하늘에 매달린 보석처럼
시커먼 밤의 얼굴을 곱게, 신선하게 꾸며줍니다.
아아, 이렇게 낮에는 몸이, 밤에는 마음이
당신에게나 나에게나 평안을 주지 못합니다.
암기하라
셰익스피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는 고전문학을 암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수업 때마다 그는 책 없이 전날 배운 고전을 암송해야 했다. 그래서 한 주가 지나면 그와 그의 학우들은 배운 것을 완전히 암기할 수 있었다.
그가 연극 세계에 발을 디뎠을 때 학교에서 익힌 암기 훈련은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공연 내용을 전체적으로 기억했고 몇몇 주요 역할뿐 아니라 수백 개의 사소한 역할까지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언제부터인가 암기는 진부한 교육 방식으로 여겨지고 잇다. 하지만 그것은 정신적인 힘을 길러주고 이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소네트나 시구, 독백을 골라 암기하라. 그러면 보다 깊고 즐겁게 그것을 즐길 수 있다.
‘언어적 지성’과 ‘감성적 지성’
감성적 지성과 언어적 지성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물론 감성적 지성이 높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언어적 지성은 매우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감성적 지성을 계발하면 언어의 묘미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다음 연습을 통해 당신은 언어의 묘미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영어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워라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언어 가운데 하나다. 그 이유는 영어가 다양한 사회와 지속적인 접촉을 했기 때문이다. 2,000년 전 영국은 로마의 침략을 받았고 1,000년에 걸쳐 게르만족의 침입을 받았으며, 1066년에는 노르만족의 침략을 받았다. 그 결과 현대 영어에서 라틴어와 독일어 그리고 프랑스어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훗날 영국은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그 과정에서 그곳의 문화와 더불어 언어도 흡수했다. 그 결과 영어는 그 어떤 언어보다도 어휘나 표현이 풍부해졌다.
영어 단어의 어원, 역사, 발전 과정을 익힘으로써 당신은 영어가 지닌 묘미를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열 개를 적어라
당신은 왜 그 단어들을 좋아하는가? 느낌이 좋아서인가? 아니면 의미가 좋아서인가? 그도 아니면 그 단어에서 좋은 기억이 연상되기 때문인가? 그 단어들 각각의 파생어, 동의어, 그리고 용법에 대해 공부하라.
가장 좋아하는 단어에서 가장 세속적인 단어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을 적은 다음에는 속되고 외설적인 단어 열 개를 적어라. 속된 단어에도 흥미로운 어원과 발전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욕: 속어와 욕설의 사회사』의 저자 제프리 휴즈에 따르면, ‘방귀(fart)’라는 단어는 앵글로섹슨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단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250년이었다. 휴즈는 『짧은 인생』에서 17세기의 고고학자 존 오브레이가 한 이야기를 다시 거론한다. “옥스퍼드 백작이 엘리자베스 1세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던 중 ‘방귀’를 뀌게 되었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그 일이 사람들 머리 속에서 잊혀지길 바라며 7년 동안 그곳을 떠나 세계를 여행했다. 하지만 그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엘리자베스는 그를 환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 백작, 나는 방귀 사건은 이미 다 잊었다오.’”
욕설을 익혀라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기발한 욕설을 읽는 재미 역시 셰익스피어의 작품 감상의 묘미다. 감성적 지성과 언어적 지성을 적절히 이용해 조화로운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긴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품위를 잃지 않는 가운데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우리는 셰익스피어를 꼽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기발한 욕설
• 지옥에나 가서 남아 있는 감옥이나 채울 놈.
• 배짱 없는 놈, 대책 없는 놈, 천박하고 교활하고 탐욕스런 사생아 놈.
• 위대한 어머니의 자궁을 욕되게 할 인간, 아버지 허리(여기서 허리는 힘이나 생식력의 원천을 의미)를 욕되게 하는 구역질 나는 놈,
• 좋은 부분은 타버리고 찌꺼기만 남은 양초 같은 놈.
• 썩 꺼져라, 썩은 고기 같은 놈. 꺼져, 쓰레기 같은 놈아.
• 우유 찌꺼기 같은 인간.
•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태어난, 못된 장난만 일삼는 돼지새끼야.
• 침 뱉어도 될 정도로 지저분한 놈.
당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적절히 수행하라
셰익스피어는 <뜻대로 하세요>에 등장하는 철학에 통달한 게으름뱅이 자크의 불멸의 연설을 통해 개인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 세계 전체가 하나의 무대다
그리고 그 위에 존재하는 남자와 여자는 모두 배우일 뿐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가 있다.
그리고 전성기에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가?
일상 속 당신의 역할을 간략히 적어라. 그리고 각 역할을 당신이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라. 당신은 어떤 역할을 가장 잘하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역할을 가장 못하고 있는가? 삶은 연국과 같다. 당신이 공연하고 있는 연극(삶)의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라. 당신의 삶은 훌륭한 연극인가, 아니면 시시한 연극인가?
그대는 마음의 병을 고칠 수는 없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슬픔을 기억에서 뿌리째 뽑아낼 수는 없는가,
뇌에 각인되어 있는 고통을 지워버릴 수는 없는가,
달콤한 망각제로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이 고통스런 기억을 가슴에서 지워버릴 수는 없는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멕베스>
스테이시 포사이드는 오페라 가수이자 언어학자인 동시에 성악과 연극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은 그녀의 일기에서 발췌한 것이다.
“나는 아내, 숙모, 교사, 학생, 예술가, 딸, 언니, 그리고 친구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맡고 있는 역할의 대부분을 상당히 잘 수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교사 역할을 가장 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은 내가 하고 있는 다양한 역할들 간에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다. 연출가가 공연의 기초를 다져 나가듯 나는 삶에서 성공하기 위해 내 ‘인생 대본’을 빛내줄 배우를 선정하고 안무를 개발하는 노력을 한다.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려면 그 역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이 ‘훌륭한 연극’이 되길 원한다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나의 역할을 진실하게, 성실하게, 그리고 의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일터에서의 셰익스피어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했던 20여 년의 세월 동안 나는 유능한 리더들을 자주 만났다. 내가 만났던 최고의 리더들은 셰익스피어가 이야기하고 있는 ‘자기 이해적 지능’과 ‘대인관계적 지능’ 간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고루 지니고 있다.
▲ 변화와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표현했다. “줄리어스 카이사르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창공의 북극성’처럼 변할 줄을 모르는 인물이다.”
▲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재량권을 적절히 부여하는 능력.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을 탓하지만, 해결책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 동기부여.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강력한 이유가 강력한 행동을 낳는다.”
▲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회복력. <애선스의 타이먼>에서 셰익스피어는 말한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는 자신의 잘못을 겉옷처럼 태연하게 걸치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슬기롭게 견뎌내는 사람이다.”
▲ 절묘한 ‘타이밍’ 감각. 셰익스피어는 타이밍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표현했다. “인간사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기 마련이다. 밀물 때 챙긴 것은 부로 쌓이게 되지만, 놓친 적은 인생항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또한 유능한 리더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항상 귀를 열어놓으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결단력 있게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는 강인함을 보인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개개인과 관계 구축의 중요성 역시 간과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훌륭한 리더들 가운데 이 시대의 리더가 갖춰야 할 특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헨리 5세다.
헨리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캐릭터들 가운데 최고의 달변가이다.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데이비드 베빙턴에 따르면 웅변가로서 헨리의 다재다능함은 나라를 다스리는 중요한 모든 원칙에 영향을 미쳤다. 즉 헨리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게끔 결론을 도출해내고, 공적인 일들은 논의를 통해 해결하고, 정책을 처리하는 데 있어 명분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부드럽고 감미로운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헨리는 군중을 상대로 이야기하는 데 능했을 뿐 아니라 적절한 대화를 통해 개인적인 친분을 다지는 데도 능했다. 영국군이 수적으로 불리했던 아쟁쿠르 전투가 있기 전날 헨리는 막사마다 돌아다니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의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다음날 영국 군대는 프랑스 군대를 참패시켰다. 만약 당신이 그런 리더십을 갖고 있다면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지 상상해보라.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일터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경쟁이 치열한 극장계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감성적 지성’ 때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감성적 지성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비즈니스 사회에서 곧잘 간과되고 있는 능력이다.
다음 사례를 생각해보자
▲ 선도적인 헤드헌터 기업인 에곤 젠더 인터내셔널은 500명의 수석 간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감성적 지성(굳이 말하자면 EQ라 할 수 있다)’ 이 IQ보다 성공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는 3,500명을 대상으로 ‘감성 능력’ 계발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80퍼센트 이상이 개인적인 면과 직업적인 면에서 눈에 띄는 향상을 보였다.
▲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에어포스는 EQ를 기준으로 사원들을 뽑음으로써 300만 달러 이상의 단기 이익을 실현했다.
▲ EQ를 토대로 채용된 로레알의 판매원들은 전통적인 기준에 의해 채용된 동료들보다 연간 10만 달러 정도 높은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채용 첫해 동안 그들의 이직률은 전통적인 기준에 의해 채용된 직원들의 이직률보다 60퍼센트나 낮았다.
셰익스피어의 음악: 사랑의 양식
훌륭한 작곡가 및 음악가들은 남다른 음악적 재능과 더불어 높은 감성적 지성을 겸비하고 있다. 음악은 감동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한다. 많은 작곡가들이 탁월한 감성적 지성의 소유자였던 셰익스피어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곡은 무려 2만1,000여 곡이 넘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토대로 한 가장 유명한 곡은 시벨리우스의 경쾌한 <폭풍우>, 쇼스타코비치의 화려한 <맥베스 부인>, 차이코프스키의 호소력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멘델스존의 신비한 <한여름밤의 꿈> 등이다.
셰익스피어로부터 영감을 얻은 음악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는 곳은 베르디의 장엄한 오페라 <오셀로>와 프로코피예프의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이 두 작품 속에는 대화를 통해 대중을 감동시키는 셰익스피어의 놀라운 능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기 평가
▫ 나는 내 감정을 이해한다. 그리고 감정이 나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
▫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민감하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이 그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
▫ 내가 갖고 있는 의심과 두려움을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려 노력한다.
▫ 나는 언어적 유희를 즐긴다.
▫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 위한 시간을 스스로 만든다.
▫ 나는 시를 읽고 감상하는 것을 즐긴다.
▫ 나는 이성에게 쉽게 공감한다.
▫ 나는 스스로를 ‘진행중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상이한 역할들에 대해 알고 있다.
▫ 나는 팀의 일원이다. 나는 집단의 일원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최상의 것을 이끌어낼 수 있다.
▫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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