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면 조상에 제사하고 부모와 어른들을 만나 뵙고 덕담을 하는 것이 우리의 세시 풍습이다. 여기서 새해 첫날이란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이다. 뵙는다는 말은 만나 보고 서로 가까운 스킨쉽을 교환하면서 정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시풍습이 옳고 바르게 이어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무래도 석연치 않고 께름한 것이 있다. 설날이란 음력으로 볼 것인가 양력으로 볼 것인가이다. 오랜 전통관습으로 음력을 동양에서는 써 왔으나 지금은 특별한 경우외에는 별로 쓰지 않는다. 새 달력은 양력 정초에 걸어 놓는다. 이날이 새해의 첫날이고 설날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새해는 긴 겨울을 마감하고 봄이 오는 첫 날(立春) 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양력 첫날은 한 겨울에 속한다. 달력을 만들 때 잘 못 만든 것이다. 그러나 어쨋건 새해 첫날은 양력 1월 1일이다. 이날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 지적하고픈 것은 무릎꿇고 절하는 고두 kowtow이다. 三跪九叩頭禮는 청나라가 명나라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황제에게 신하가 절대 복종의 의미로 강제로 했던 절 방식이다. 이 예는 천자인 왕이나 황제 그리고 신이나 조상에게만 하는 인사 방법이었다. 가히 가까이 할 수 도 없고 너무 높아서 올려다 볼 수도 없으며 절대 복종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인사 방법이다. 그래서 서양 사절들은 이를 거절하고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나라는 인조대왕이 청나라의 태종에게 송파 삼전도에서 이런 예를 함으로써 굴욕적 관계를 맺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서로 가까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경외하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예법은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고 노예적이다. 이런 예법을 왜 우리나라가 가져다가 쓰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중국에서 조차도 근래는 잘 쓰지 않는다. 인사는 당연히 서로 끌어 안고 정을 나누는 제스쳐로 시작되어야 옳다. 고두의 예는 조상에 제사하거나 신에게 절할때 할 지언정 이외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부터라도 마땅히 옳고 바른 세시풍습으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 전통이라 해서 반드시 이어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폐습이나 잘 못된 것은 바로 잡아나가야 발전한다. 실로 우리 고유의 의미 있는 전통문화는 거의 없다. 우리 전통인 줄 알았던 것이 거의 다 한족, 몽골족, 위구르족, 티베트족, 투르크족, 글안족이나 여진족으로 부터 전해 온 것들이다. 실크로드상에 발달했던 혼합 문화가 우리에게로 그대로 들어온 것들이 매우 많다. 요즘은 구미문화가 여과없이 들어와 판을 치고 있다. 문화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뜻에 맞게 받아 들이고 전해가야 할 것이다.)
2016 2 10
hanng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