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의 렌즈로 기록한 다큐
네 번째 소설집 『바다, 인간의 조건』을 냈습니다.(도서출판 b)
이번 소설집은 다큐 사진 작업으로 4년째 생활하고 있는 철거예정지 여인숙의 달방(월세방)에서 쓴 중편 소설 세 편을 담았습니다.
■표4(소설가 한창훈)
‘이강산 작가 생애가 고스란히 투영된 주인공 용주.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한 혼신의 집착, 그 심성과 자세. 아우라처럼 피어나는 침울한 낭만과 불안한 자유, 재개발 임박한 전통여인숙 다큐 사진의 꿈을 항해하다가 그만 접안 해버린 동묘 벼룩시장. 백사마을 보존을 비롯한 여러 대책위의 막막한 시도들.
거기에 더해지는, 생계형 쓰리잡 소설가 싱글 맘 수빈, 얼핏 동료이자 슬쩍 연인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함께 좌초하는 난파선. 밤하늘별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천국의 계단 섹스까지도 철거가 예정되어있는, 대한민국의 암담한 서정시.
용주에게 이 모든 게 고통의 이명耳鳴으로 찾아오니 어찌한단 말인가. 흘러갔다고 애써 잊고 있자니 이렇듯 홀연히 나타나는 삶의 숙제들. 해결된 게 하나도 없는데 당신은 뭐하냐고 작가는 대놓고 물어온다.’
■발문(발췌-시인 이면우)
‘불후(不朽)에 대한 짧은 정리. 세월 지나 소환될 때 그것은 기록으로 불후가 된다. ……. 나는 이강산이 시와 소설로 가닿고자 진력한 그 지점에 사진으로 우뚝 섰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꿈인 진, 선, 미의 맨 나중인 미의 지경에 도착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걸 끌어낸 공동체 속으로 고스란히 되돌려놓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불후에 대한 그의 예술적 태도다.’
■ 작가의 말(발췌)
붕괴위험과 폭력적 갈등, 생존권 싸움으로 숨 가쁜 순간순간 달방 가족들은 내게 강변했다. 진실을 쓰고 찍어라.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라. 가족들 말에 쫓기듯 나는 몇몇 욕망과 인연을 끊고 철거예정지의 여인숙 1평짜리 달방에 박스 살림을 들였다. 어언 4년이 지나고 있다.
‘모든 소설은 가족사다.’
선배 작가께서 들려준 이 말을 나는 달방 천장을 가로지르던 바퀴벌레가 모기장 위로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수없이 되뇌었다. 죽은 앞방 형님과 행방불명이 된 옆방 누이의 빈방에 마구 토해내기도 했다. 그 까닭이 중편 소설집 『바다, 인간의 조건』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바다, 인간의 조건』은 가족들 실존의 진실을 탐구하려는 나의 희망을 문자의 렌즈로 기록한 다큐인 셈이다.
■소설집은 인터넷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에서 판매 중입니다. 사인본이 필요하신 분은 메신저나 문자를 주시면 되겠습니다. (010-8807-0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