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의 비애!
몇해전 젊은 아주머니가 유치원생 남자아이를 데리고 내원하셨다. 목적은 아이의 탈장이었다. 병원에서는 수술하라고 하는데 수술하기가 꺼려져 한방치료를 받으로 오신 것이었다. 몇 개월간에 걸친 치료와 탕약투약으로 증세가 아주 호전되어 모자가 모두 기뻐하면서 우리 침맥한의원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동안의 왕래속에서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상당히 허물없이 지내게 되었는데, 어느날 신상상담을 좀 하겠다고 조용한 시간을 마련해 달라고 해서, 경청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주머니는 결혼을 하지않은 처녀신분이었다. 처녀때 어떤 은행원을 만나서 연애하다가 임신이 되었는데, 이 남자가 또 다른 여자한테도 똑같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집안에서 난리가 나고, 싸움과 혼란의 와중에서 양육비를 받고 밀려나게 된 케이스였다. 아주머니는 한복기술자여서 한복을 세련되게 잘 만들어 가게없이 집에서 손님을 알음알음으로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가게를 하나내어 번듯이 장사를 해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요즘와서 아이가 자꾸 자라서 상황인식력이 높아가자 말못할 고민으로 날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졌단다. 아주머니가 가장 무서워하고 두려워 하는 것은 아이가 자라서, “엄마! 나를 왜 이렇게 만들었어요? 왜 나를 낳았어요?”하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는 것이었다. 딱히 위로할 말이 없었다. 한동안 울고 난후 마음이 진정되는 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의 말못한 하소연을 풀어내었다.
그 후 몇개월이 지닌후 아주머니가 밝은 표정으로 내원하셔서 한복가게를 인천 중심가에서 내게 되었는데, 서예선생님이 지어준 호로 하면 어떻겠냐고 상담해왔다. 그래서 그 호를 보았더니 완전히 기생이름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건 말이 안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가게이름으로 쓸 호를 하나 나보고 지어달라고 매달렸다. 몇 번의 고사끝에 할 수없이 해주기하고 아주머니의 사주팔자를 풀어 가장 도움이 되는 호를 지어드렸다. 그래서 그 이름으로 인천 중심가에서 한복가게를 번듯이 차려 잘 하다가 성공해서 친정이 있는 지방으로 가게를 사서 이전하셨다.
요즈음도 가끔 그 분이 울면서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특히 난치병어린이를 치료하러 온 부모들이 한의사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의 치료방법을 고집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을 보면, 더욱 딱하고 그러하다. 당장 눈앞의 정에 매여 아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거부하고 시기를 놓치고 나면, 언젠가 아이가 크서 식견이 높아지면 아마도 지금 위의 아이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한번쯤을 부모를 향해서 쏟아낼텐데~~~.
2009년 3월 18일
침+맥 한의원 원장 이 강 희
한의학 박사
032-858-7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