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후 박완서 소설은 처음이다.
사람은 무엇이든지 유심히 사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책은 소설이 아니고 소설집이다.
친절한 복희씨는 여러 소설중 한편.
TV Program에서였는지 Radio에서였는지 이 책을 홍보하는 것을 듣고 확~ 끌렸다.
민주화를 이끌었고 2번이나 대통령을 만들었지만
결국 국민들로부터 무능력하다고 버림받은 386세대의 위선을 꼬집었기 때문이다.
박완서 소설은 읽은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도 소설가 아니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는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사람들의 삶과 또 지인들을 지켜보면서 여러가지
소재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소재를 여기에 열거해 볼까나...
(1) 승부 이야기 -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욕망에 가득찬 삶
(2) 1979년생 -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의 지원속에 살거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세대들의 꿈과 일상
(3) 믿는 다는 것 - 개신교에서 어릴 적 부터 교육받고 신앙생활을 한 젊은이의 기독교적 믿음과 방황
(4)
암튼 몇가지는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잊어버렸다. 4번, 5번 계속해서 이 번호를 채워보리라.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 박완서의 직,간접 경험이 소재가 된 듯한 글이 여러 편 있었다.
'그 남자네 집'이 꼭 그런 것 같은데...
소설집의 제목을 차지한 '친절한 복희씨'를 빼고 넘어갈 수 없겠지.
복희씨의 남편은 친고죄를 저지른 피의자다.
하지만 먹고살기 힘들고 마냥 순진한 복희씨는 그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아내로 몇십년을 살았다.
복희씨는 병석에서조차 욕망에 가득찬 남편을 보고 살의를 느끼지만 그를 응징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나가는 벌레하나도 죽이지 못할만큼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니까.
'거저나 마찬가지'
돈과 권력을 잡은 386세대의 위선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위장취업... 민주화 운동... 투옥... 정치입문... 정권창출... 무능력... 쇠락...
처음부터 누가 누구를 깨우친다는 것 자체가 위선이었다.
그들은 원래 노동자가 아니였다.
그들은 세상이 바뀌면 한 몫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노동자는 세상이 바뀌어도 제자리다.
노동자를 빌미로 힘을 얻은 사람들의 지배를 받을 뿐이다.
"내가 너에게 거저 주었으니 고마운 줄 알아"
하지만 이 노동자도 위선적이긴 마찬가지.
한국사회에선 나랑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높여지는 건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비스런 출생의 비밀과 감히 올려볼 수 없는 세계에 있어야 한다.
그사람은 왕족, 귀족의 피가 1%라도 있어야 한다. 그리곤 말한다. "어쩐지 범상치 않았어..."
이런 인간의 오만을 잘 이용한게 조, 중, 동이지만.
어, 옆으로 샜다.
암튼, 주인공들의 위선을 보면서 나도 이 문제에 자유롭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 날 그리고 지금 나의 위선을 보면서 너무 부끄럽다.
이 소설집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외국에서 노동자로, 지식인으로 여러 모양으로 살아온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살수 없었을 것 같은 세상을 살아남은 모든 주인공의 삶은 '그래도 해피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