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사는 저를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보여주신 여러분 모두를 위해서
봉헌합니다.
찬미예수님!
오늘은 아주 별난 미사입니다.
제가 2~3일 동안 몸을 잘 관리해서 건강한 몸으로 미사를 집전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건강한 몸으로 미사 집전할 때는
이런 모습 안보이겠습니다.
어제 밤에 일어나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되나 메모해 놓은 거 몇 자를 적어왔습니다.
요 근래 메모해 놓은 거 몇 자를 적어 놓고 제 마음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런 마음으로 적어 왔습니다.
생각해 보니까 저를 전혀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오늘 그냥 미사 오셨다 참여하신 분 계실 텐데
저는 사제로서 몸이 좀 아픕니다.
간암인데 주님께서 언제까지 생을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지나가겠지
또 그때가 주님께서 주는 한 시기겠지
그때가 주님 품에서 누리는 영원한 행복의 시간이겠지
그렇게 썼습니다.
근래 투병하고 있는 최인호라는 작가가 있어요.
밤에 잠이 안와가지고 그분이 쓴 암투병기 인생이라는 책을 읽는데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병은 정신적 행복의 한 형식입니다.
병은 우리들의 욕망, 불안에 대한 확실한 한계를 설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병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취할지 우리가 무엇을 버릴지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병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입니다.
이제 새벽입니다.
눈도 밝고 공기도 서늘해 집니다.
이제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주어진 하루 시간동안 자신의 호주머니에 부지런히 담고 또 담긴 것들을 솎아 낼 것입니다.
이렇게 순간이 모여 그리고 시간과 하루가 모여 결국 내 인생이 될 것입니다.
우리 본당 신부님들은 또 주교님으로부터 각 소임지로 파견된 모든 신부님들은 정말 가슴 떨리고 벅찬 마음으로 임지에 또 본당에 부임하게 됩니다.
그 마음은 아마 첫 본당 부임할 때 신부님들의 마음은 다 그럴겁니다.
저도 이제 서울에 있을 때 그랬지만
또 서울에서 연천에 8년 동안 연천성당 본당 신부 부임을 받으면서
본당 신부 발령 받기 전에 내일이면 낯선 곳으로 새롭게 떠나는 구나.
새로운 이곳에서 죽기까지 아마 마지막이 이 본당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또 우연이도 제가 좋아하는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신부의 일기’에
그런 말이 나옵니다.
내 본당! 감동을 느끼지 않고는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말.
아니 사랑의 격정을 느끼지 않고서는 하지 못할 말
내 본당이라는 말!
본당 8년 동안.. 국화 키우고 사람만나고 하면서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못지않게 만났던 라파엘클리닉,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의료 봉사 병원 라파엘클리닉.
또 우리 무의탁 양로원 할머니들 ..
정말 자신을 버리고 헌신적으로 사시는 분들이 여기저기 다 보입니다.
이분과 함께 지냈던 하루하루가 설레이는 날이었고
사랑의 격정을 느끼지 않고서는 하나 하나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아니었을까
그리 생각이 듭니다.
오늘 못다 드린 말씀은 다음에 드리고
미사, 우리 고찬근 신부님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국화꽃 전숭규 신부님!
저는, 우리 전신부님 통해서 완전한 사제 그리고 완성된 사제를 봅니다.
전신부님께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 담아서
전신부님이 좋아하는 노래 조금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전신부님께 노래선물 드리기로 합시다.
첫댓글 신부님의 마지막미사!
보고 또 봐도 묵상이 됩니다.
눈으로 하나 하나 담으셨을 .......신부님! 주머니에 잘담고 솎아내어 잘 살아가는 그 순간들속에서 예수님과 신부님의 사랑안에 머무는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네~
신부님의 마지막 미사 강론 말씀이네요..
제가 2~3일 동안 몸을 잘 관리해서 건강한 몸으로 미사를 집전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건강한 몸으로 미사 집전할 때는
이런 모습 안보이겠습니다.~~~~~
그러시고는 영뵈올수 없는건가요......
신부님 한없이 그립습니다...
ㅠㅠㅠ....신부님의 마지막 미사..
신부님..좋은 곳에..국화꽃이..듬뿍 신부님의 곁에 있을 거예요....
병은 우리들의 욕망, 불안에 대한 확실한 한계를 설정해 준다는 대목이 건강한 이 시잠에서도 깨닫게 해 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