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암이벽기념성당
이벽 세례자요한을 기념하는 성당이 포천 그의 생가터에 준공되어 2023. 5. 20.에 축성, 봉헌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시작을 주도한 광암 이벽이 서학(천주교)을 받아들이고 연구하며 겪은 고뇌와 집안의 반대와 박해, 그리고 그로 인해 죽기까지 번뇌와 갈등, 그러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순례객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그리고 기리는 곳이 되기를 의도하고 기대하며 설계하였습니다.
하느님을 갈망하던 이벽은 당시 사회와 가문에서의 억압과 박해로 극심한 영육적 어려움에 처하였고 그런 그가 바라볼 곳은 하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진입마당은 이랬을 이벽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사방을 돌아봐도 높고 거친 돌벽으로 막히고 바라볼 곳은 하느님이 계신 하늘밖에 없습니다.
이 진입마당에는 작은 문 하나가 있습니다. 그 작은 문으로 들어서면 낮은 천장의 좌우로 긴 홀이 나타나고 그 양쪽 끝에서 빛이 들어옵니다. 이벽이 서학을 가까이하는 것을 집안에서 극심하게 금하여도 배교를 하지 않아 결국은 가두어 굶어 죽게까지 합니다. 다소 답답한 이 공간은 이벽의 이 괴롭고 절망적인 갈등과 고뇌의 때를 장소로서 상징합니다.
홀에는 바로 성전의 벽과 문이 있습니다. 홀에 접한 성전의 벽과 문은 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한지와 같이 뿌연 반투명 유리입니다. 성전에 들어서면 여태까지의 거칠고 답답한 공간과 사뭇 다른 높고 밝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성전입니다. 하느님의 나라,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이어지는 승리의 공간입니다. 성전의 형태는 정사각형의 평면이고 그 한가운데에 제대가 있습니다. 제대는 주님의 무덤이자 주님의 식탁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식탁에 둘러앉아 지내는 미사의 모습은 천진암과 명례방의 강학회에서 서탁에 둘러앉아 서학을 논하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조명은 전부 간접으로 하여 광원이 노출되지 않아 은은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건축주는 천주교 춘천교구이고, 건축은 그림건축 임근배가 구상, 설계하였고, 성미술은 유리 작가 김기라 전 국민대교수가 구상, 제작하였습니다. 시공은 삼양사에서 수고하였습니다.
[위치 :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화현리 541-1 광암이벽유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