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바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행 방법을 제시해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간화선으로 수행하고 있었는데, 생활하면서 순일하게 화두를 드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흘 후, 백봉선생님이 원고를 보여주시며 말했습니다.
“일심행, 읽어 보아라.”
‘새말귀’가 세상에 처음 나온 순간이었습니다.
원고를 읽고 난 후, “일반 사람들에게 새말귀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하고 말씀드렸습니다.
백봉선생님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 내가 돌아간 50년 후 꽃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80년 초에 다른 도반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상통화가 가능할 때 새말귀가 꽃을 피울 것이다.”
그때는 영상통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1985년 백봉선생님이 돌아가시고 30여 년 후인 지금은 어린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영상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행이 어떤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장소, 특별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은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서 사실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진짜 나를 되밝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며 의무입니다.
백봉선생님은 24시간 수행할 수 있는 출가 수행자와는 달리, 가정과 사회를 가꾸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도 올바른 방편으로 수행하면 깨달을 수 있다는 ‘거사풍’과 밥 먹고 일하고 사는 것이 바로 수행이 되는 새로운 수행 방법인 ‘새말귀’를 주창하였습니다.
백봉선생님은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생체와 인공기관을 이식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되었으므로 몸뚱이가 무정물임을 알 수 있고, 지구가 허공에 둥둥 떠 있다는 것을 초등학생도 알 수 있으므로 가도 가도 끝없는 허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옛날 어른들은 크게 깨달아야 알 수 있는 사실을 지금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이 사실을 기반으로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공부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새말귀는 설법을 통하여 공부의 윤곽과 바탕을 마련하고, ‘내가 부처’임을 인정하고 믿어서 ‘부처행’을 하는 ‘새화두’입니다. 가정을 가꾸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일상생활이 바로 수행입니다. 밥 먹고, 일하고, 아이 키우고, 공부하고, 운전하고, 성내고, 욕심내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모든 것이 수행이 됩니다. 새말귀는 ‘모습을 잘 굴리자’ ‘바탕을 나투자’라는 말귀로 깨닫기 전이나 깨달은 후에도 한결같이 수행할 수 있으며, 수행의 지름길입니다.
백봉선생님은 먼저 공부의 윤곽과 바탕을 마련하여 수행의 방향을 바로잡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파악한 후 새말귀를 가지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책은 ‘새말귀’를 잘 굴리기 위한 안내서입니다.
먼저 공부의 윤곽과 바탕을 마련하기 위하여 첫째마디는 절대성과 상대성, 일체만법 허공성에 대해 백봉선생님의 법문을 인용하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둘째마디는 부처님의 삼법인을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모습공식’으로 그 이치를 생활 속에서 실제로 적용하고 연습함으로써 연기와 공성의 이치, 즉 공리를 실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모습공식이 익어지면 ‘바탕공식’으로 전체성에 앉아 새말귀의 ‘모습을 잘 굴리자, 바탕을 나투자’를 굴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셋째마디는 새말귀에 대해 백봉 선생님의 법문을 인용하고 설명하였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새말귀를 잘 굴릴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비유와 언어를 사용하고 문답 형식으로 편집하였습니다. 독자들이 스스로 대화의 주체가 되어 참여한다면 더욱 내용을 잘 이해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백봉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새말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큰 용기를 내어 『새말귀 안내서』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짧은 소견이 스승의 ‘새말귀’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모든 불찰은 저에게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등불을 밝히기 위해 정진하고 계시는 눈 밝은 분들의 지도 편달 바랍니다.
『새말귀 안내서』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애써주신 보림선원 서울선원의 모든 도반님들, 그리고 라의눈 출판사와 안은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고 새로운 수행 방법인 새말귀가 널리 전법되어, 모든 이들이 참면목을 하루 속히 되밝히고, 자유로운 삶의 주인으로서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건강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