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때나 읽고 나서 해야 할 중요한 작업은, 새로 접한 용어들(개념)을 잘 암기하는 것이다. 내용이 새롭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새로운 용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암기하라는 것은 용어들을 단순히 앵무새처럼 입으로 반복하라는 것이 아니다. 용어가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하여,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며, 용어의 구체적이 예가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책에서 주요 용어들은 본문에서 고딕과 같은 다른 폰트로 표시하거나 장의 끝 부분에 따로 모아 놓는다.(Recite, 뜻을 암기하기)
한 장의 읽기가 끝났다면 내용을 전체적으로 숙고해보는 담금질 과정이 필요하다. 한 장의 구조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고, 각 단락과 문단에 포함된 내용을 기억해 보고, 주요 용어를 스스로 설명해 보고, 수업에서 중요하다고 언급되었던 내용이 무엇인지를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이다. 기억이 잘 안 되면 책이나 노트를 다시 보고 확인한다.(Reflect, 숙고하기)
지금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자. 1) 한 장의 내용이 어떻게 조직, 구성되었는지를 파악하고 머릿속에 기본적인 틀로 만들어 놓고, 2)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연결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며, 3) 읽으면서 자신의 이해를 점검하고 실패하는 경우 다시 읽거나,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여 해결해야 하고, 4) 주요 용어들을 잘 이해하여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며, 5) 이 네 가지 작업을 머릿속에서 연습한다. 6) 그리고 시험을 앞두고 이 전 과정을 다시 한 번 복습(Review)하면 된다. 이 여섯 과정이 PQ4R(Preview, Question, Read, Recite, Reflect, Review)이라고 불리는 학습 방법이며 기억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인출연습에 관한 실험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ncc.phinf.naver.net%2Fncc02%2F2011%2F6%2F13%2F93%2F7px.jpg)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는 기억 전략으로 인출연습(retrieval! practice)이 있다. 인출연습이란 말 그대로 학습한 내용을 끄집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했던 주요 용어들을 인출연습 한다면, 용어들을 목록 카드에 하나씩 적은 후 한 카드를 뽑아 나온 용어를 설명해본다. 그리고 모든 용어를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혹은 스스로 주관식 문제( 예, “기억의 종류를 비교하라”)를 내고 답을 써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스스로 출제자가 되어 문제를 내고 시험을 봐 기억을 검사해 보는 모든 방법이 인출연습이다. 그래서 검사효과(testing effects)라고도 부른다.
최근에 SCIENCE 지에 실린 실험 논문이 인출연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40개의 스와힐리어-영어 단어 쌍(mashua-boat)을 다음과 같은 네 조건에서 학습하도록 하고 비교하였다.
1) 조건: 40개 단어 쌍을 학습한 후 스와힐리어 단서를 주고 영어 단어(즉, mashuta - ?)를 기억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부와
검사(Study-Test)를 하나의 묶음으로 4번 반복한다.
2) 조건: 40개 단어 쌍을 학습한 후 스와힐리어 단서를 주고 영어 단어(즉, mashuta - ?)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두 번째부터 네 번
째 공부-검사 묶음까지는 검사에서 기억해 내지 못한 단어 쌍만 다시 학습하도록(Sⁿ) 하고, 검사는 40개의 단어 쌍 모두에
대해 반복한다.
3) 조건: 40개 단어 쌍을 학습하고, 스와힐리어 단서를 주고 영어 단어(즉, mashuta - ?)를 기억하게 한 후, 두 번째부터 네 번째 공
부-검사 묶음까지는 모든 단어를 다시 학습 시켰지만 검사에서는 기억해 내지 못했던 단어 쌍만 검사(Tⁿ)한다.
4) 조건: 40개 단어 쌍을 학습하고 스와힐리어 단서를 주고 영어 단어(즉, mashuta - ?)를 기억하게 한 후, 두 번째 공부-검사 묶음
부터는 검사에서 기억해 내지 못한 단어 쌍만 다시 학습 하도록(Sⁿ) 하고, 검사에서도 기억해내지 못했던 단어 쌍만 검사
(Tⁿ)한다.
이 네 가지 방식으로 공부와 검사를 했던 실험참가자들을 일주일 후에 다시 불러 40개의 단어 쌍에 대해 기억검사(즉, mashuta - ?)를 실시하였다. 실험상황이 독자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겠지만 실험결과를 예측해 보자. 일주일 지난 후에도 어느 조건에서 기억을 더 잘했을까? 만약 반복학습이 반복검사보다 중요하다면 1), 3) 조건이 1), 2) 조건보다 더 좋을 것이고, 반복검사가 더 중요하다면 반대의 예측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다시 학습 할래, 검사를 받을래?”를 선택하게 하면 다시 학습하겠다는 것이 보통이다. 즉 기억을 인출하는 검사를 받기보다는 다시 공부하는 것이 기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