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꽃/최정아

[물망초]

뒤로 가는 꽃

뒤로 던지는 꽃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앞날과 결혼 했다

꽃을 뒤로 던져 본적도 없다

위태로운 계절을 만나

한 다발의 꽃을 받았지만

정해지지 않은 어느 날의 불안 이였다

그 불안을 손에 들고

뒤로든 앞으로든 던질 곳을 찾아 다녔다

쿵쾅대는 심장소리가 잦아들자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른다고 생각한 그

꽃들이 앞마당에 피어있었다

생각하면 꽃은 다 뒤로 가는 것 같지만

내 앞을 지나쳐 간다는 것을 잊고 산다

뒤쪽의, 던져진 계절은

두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누군가 받지 못하면 다시 던져지는 계절

빈손이 되었을 때

단 하루의 뜨거움으로 백 년 동안 꽃이 필거라 믿는 거다

갑자기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고

따뜻함과 냉정함이 앞뒤로 바뀌는 순간이다

짐승들이 뒷발질을 하는 것도

뒤가 불안하기 때문인 것처럼

불안도 다시 올 때는

환하게 웃고 온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무 곳이나 꽃을 심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