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목욕봉사의 실제와 체험기 샘물병원 ○전도사님의 목욕봉사와 관련된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한 참 망설였다. 나보다 오랜기간 목욕봉사하셨던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도 계신데 주제 넘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글 솜씨도 없는 사람이 과연 적절하게 내가 하고 있는 이 봉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우리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100% 다 담을수 없듯이 봉사도 글로 다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다듬어 주실분이 있을거라는 기대와 언젠가 목욕봉사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 자료가 기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2년전인 영락교회에서 '영락호스피스교육'이란 명칭으로 호스피스 교육이 있었다 그동안 교회에서 듣지 못했던 샘물호스피스 원주희 목사님의 색다른 강의내용과 임상실습 그리고 유언장 작성의 경험은 나를 변화시키고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호스피스 교육을 수료하고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 봉사를 하기 시작하고 우연한 기회에 목욕봉사를 하게되었는데 기존 목욕봉사자인 서울남부장로교회 ○○○장로님을 사부님과 모델로 삼고 지금까지 목욕봉사가 나에게 주어진 은사로 생각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세상일 다 접어 놓고 샘물호스피스병원엘 들어가게 되었다
여름철 해변에서 볼수 있는 칼라플한 반바지와 티샤스가 나의 목욕복장이다 처음엔 상근봉사자도 환우도 가족도 이상한 듯 보는것 같았지만 2년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내 복장을 보고 목욕하는 날인가보다 하고 여기고 반갑게 대해 준다 목욕복장 브랜드에 성공(?) 했다고나 할까 반갑게 맞아 주는 환우분들과 보호자인 가족분을 보면 괜시리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목욕봉사를 순서대로 정리하면서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1. 목욕준비 봉사자가 모여 같이 하거나 먼저 왔을 경우 혼자하기도 한다 제일 먼저 목욕실의 온도를 몸으로 느껴보고 난방기를 가동시켜둔다. 환우들은 체력이 아주 약해져 있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고, 옷을 벗기 때문에 실내가 따뜻해야 한다 목욕시에 타올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 살핀다. 대략 한명의 환우에 6장을 이용, 8명이면 48장정도 소요된다 기저귀와 환우복을 한 두벌 정도 갖다 놓는다 그리고 면도크림, 귀마개, 헤어드라이기, 때타올, 거품타올 일회용 면도기, 환우상처를 덮어줄 비닐과 반창고 가위는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보충한다 면도크림은 수염을 부드럽게 해주어 면도를 쉽게 해준다 귀마개는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있어 비상용으로 여유분을 갖고 다니기도 한다. 생각보다 비싸다 한 세트에 3천원~5천원정도한다 면도기는 일회용 하나로 한 분 환우에게만 사용한다. 감염의 염려도 있고, 다음 사람에게 사용하면 날이 무디어져서 환우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어서 사용한 면도기는 폐기처리 한다. 물품점검이 끝나면 바닥이 건조하지 않도록 물을 뿌려 놓고 창문커튼을 닫고 전등불과 환풍기를 튼다
2. 목욕자 명단확인 봉사자 중 일찍 오신 분이 스테이션(간호데스크)에서 받은 목욕환우명단을 문에 붙여 놓는다 그 명단을 보고 병실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다시 확인한다 반갑게 맞아 주는 환우와 가족들에게 잠시 후에 모시러 오겠다고 말하고, 목욕을 안하시겠다는 분들에겐 한 두번 권하고 간호사와 상의한 후 다음으로 미룬다 목욕명단 확인은 급한 분과 여유로운 환우들을 구별하는 등 우선순위를 정하는 필요한 절차라고 여긴다 목욕봉사 팀원들과 상의한 후 어느 병실에 어느 환우부터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환우를 모시러 간다 3. 목욕 실시
(가) 환우 입실 환우가 목욕실에 들어올 때 백화점에서 손님을 맞는 직원들 처럼 문에서 서서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대부분의 환우들 역시 반갑게 인사를 받는다. 목욕실에 들어오신 형태로 환우들을 구별한다면 - 걸어들어오시는 분 먼저 목욕침대에 앉아서 상의를 벗도록 도와 드리고 하의는 드러누워 벗긴다 - 휠체어 타고 들어오시는 분 휠체어에서 부축해 드려 목욕침대에 앉혀 드린후 상의를 벗고 하의는 드러누워 벗긴다 - 이동식 침대을 이용 들어오신는 분등 목욕침대와 이동식침대를 같은 높이로 조절해서 좌우에 한사람 그리고 머리부문에 한 사람이 깔판(또는 반싯트)을 이용해서 옮기는데, 환우분이 알아듣도록 "이제 욕조로 옮겨드릴께요" 말씀드린다 이렇게 알려드리면 본인이 몸자세로 반응해 주게되고, 놀라지도 않게된다. 이후 천천히 옮긴후 상의와 하의를 벗기는데 다른분들과는 달리 요령과 숙달이 필요하다
(나) 목욕 시작 ▷ 환우가 궁금하지 않도록 봉사자의 행동을 구두로 알린다 샘물병원의 목욕침대(욕조)는 이용해 보니 생각보다 튼튼하기도 하고 잘 만들어 졌다. 2년동안 한번도 고장난적이 없는데 금요일 뿐만 아니라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데 고장 났었다는 소릴 들어 본적이 없다. 환우가 목욕침대(욕조)에 누우면, 목욕시키기 편하게 침대를 올리는 일과 물을 담기위해 가운데 부분을 내리는 일이 있는데 그 때마다 환자가 충격을 받지 않고, 궁금해 하지 않도록 구두로 "침대 올라갑니다! 그리고 가운데 내려 갑니다!"라고 말씀 드린후 실행에 옮긴다.
▷ 목욕봉사자는 몇 명이 필요한가 머리 밑부문을 담당할 두사람 중 한 사람은 우측 한 사람은 좌측부분을 담당하고 가운데 부분은 은혜 받은사람(?)이 한다라는 묵계가 있어 따로 누가 한다고 정하지는 않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 망설이거나 상대에게 미루는 봉사자를 본적이 없다 세사람중 한사람은 머리와 얼굴부분을 맡게 되는데 경험상 이 사람은 다른 두사람이 비누로 몸을 닦아 줄때 물을 계속 부어 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 환우님! 뜨거운지. 차가운 지 말씀 해 주세요 환우에 따라서 목욕물의 느낌 온도가 다르다 보니 봉사자는 반드시 '환우의 손에 목욕물을 조금 부어보고 괜찮으냐고 물어 본다' 환우가 원하는 물의 온도가 될 때까지 맞춰줘야 한다 어느 봉사자는 이를 귀찮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바른 자세는 아니다 물의 온도가 환우에게 합격 판정을 받으면 봉사자는 목욕이 끝날 때 까지 그 온도를 유지하도록 신경쓰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꼭 말씀 해달라고 환우분에게 부탁하면서 실시한다. 환우의 몸에 물을 부을때 샤워기와 물바가지를 사용하게되는데 샤워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물바가지를 많이사용하는데 이는 물통안의 온도가 안정적이고 많은 양의 목욕물을 필요한 부위에 집중해서 부울수 있가 때문이다. 그리고 환우의 가슴과 배 그리고 등 허리와 같이 느낌을 많이 받는 부위는 바가지의 물이 직접 닿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봉사자의 손등에 물을 부으면서 붓는다.
▷ 몸 닦아 드리겠습니다 몸의 앞 부분과 등을 비누(또는 Bodycleanser)로 닦고 난 후에 때타올로 손과 발을 부드럽게 밀어 준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매주 목욕하시는 분들은 때가 많치 않치만 다른 병원이나 가정에서 오신 분들은 목욕을 할 수가 없어서 간단하게 물수건 정도로 닦기 때문에 손, 발 그리고 얼굴등에 때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 때를 밀려고 거친 때-타올을 사용해서 힘주어 닦게 되면, 환우의 피부가 아주 약해진 상태라서 크게 상처를 입게되니 무척 주의해서 닦아 주어야 한다. 봉사자들은 오히려 이렇게 때 많은 걸 일할거리 많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닦아 드리고 있다.
▷ 귀 막고 머리 감겨 드릴께요 환우의 몸상체와 하체의 부분이 어느 정도 완료 되었으면 면도 크림을 발라 드리는데 조심해서 코와 입술에 크림이 묻지 않도록 한 후, 귀마개로 귀를 막고 머리를 감는다. 두사람 이상이 한조로 하며, 물을 부어주고, 목부분을 받쳐주고, 머리를 감겨준다. 두발 세척제로는 세면용 비누 또는 삼푸를 사용하고, 환우가 가져오는 세척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누를 사용할 땐 깨끗한 물로 여러번 행구고, 비누냄세가 나지 않도록 한다 세발 이후에는 반드시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도록 한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병상에 누우면 머리에서 냄새가 나고 금방 불결해 진다.
▷ 면도해 드리겠습니다 머리 감고난 후 면도를 하게 되는데 면도 할 부위에 상처가 있는지 살피고 1회용 면도기를 이용 아프지 않게 부드럽게 시작한다 목욕봉사를 시작한후 나도 집에서 면도크림을 바르고 수동면도기를 이용하고있다 환우들의 감각을 스스로 익히고 느끼기 위함이다. 면도를 시작하면 어떤 환우는 입안의 혀로 좌우상하를 움직여주면서 도와주는데 마음이 쨘하다 면도후 얼굴이 환해 지는 환우을 보면 봉사자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면도후 세안을 하는데 우리가 세안할 때 구석구석 씻듯이 환우분의 목덜리 귀와뒷부문 코등과 옆부분등 골고루 씻어 드린다. 환우와 봉사자 모두가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끼는 순간이다.
▷ 몸을 씻고 머리감고 그리고 세안이 끝나면 물을 빼고 깨끗한 물로 몸을 헹구고 타올로 머리서부터 발가락 까지 부드럽게 닦아 드린다 귀마개를 빼고 귀속까지 살피며 닦아 드리고 드라이기로 머리와 겨드랑이 그리고 사타구니를 건조시키고 물기가 없다고 판단되면 기저귀를 이용하는 환우는 기저귀를 채워 드리고, 환우복을 새 옷으로 갈아 입힌다.
다. 목욕이 끝나 퇴실할 때 새 환우복을 입고 퇴실 할때 대부분의 환우들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기분이 좋다는 말씀을 하신다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도 있고, 때밀이 비용이 얼마냐고 농담을 건네시는 분, 고맙다며 연신 허리를 굽히시는 분도 있다. 대부분의 환우들 공통점은 면도와 세안의 영향도 있겠지만 환한 얼굴로 기분좋게 나간다는 사실이다 젊은 환우들중엔 처음에 목욕을 쑥스럽게 생각하거나 혼자 해결하려는 분들이 있지만 한번 목욕봉사를 받고 나면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되고 목욕봉사자가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목욕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게 끝이 아니고, 짧은 시간이지만 목욕하면서 나누는 대화 그리고 병실로 가면서 나누는 대화와 병실에서의 대화등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보다 친밀도가 더 하다고 한다. 어느 환우는 목욕봉사자들에게 어느 교회 다니냐고 묻기도 하고 몸이 괜찮으면 나도 여러분들 처럼 좋은 일하고 싶다는 말씀을 주시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어떻게 보답할지 모르겠다는 환우에겐 예수 열심히 믿으시라 말씀드리고 불신자에게는 꼭 세례 받으라고 권하면 고개를 끄덕여 주신다
▷ 목욕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목욕시에는 환우와 봉사자가 같은 동성끼리라서 좀 찐한 농담도 거침없이하곤 하는데, 이는 오랜 병상 생활에서 찌들은 감성이 이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유머와 농담으로 유쾌함을 되찾을수 있게 되고 친밀감도 더하게 됨으로 이런 과정이 의도적으로 진행되는것이 바랍직한것 같다. 환우들은 알몸을 보인다는 쑥스러움도 있지만, 같이 목욕하고 같이 밥먹고 같이 잠을 자면 친해지듯이 봉사자와 환우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보다는 가깝게 느껴지게 되고, 목욕 끝난후 잠깐 병실에 들어가면 반갑게 대해주는 환우들과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목욕시 불편한점은 없었냐고 물으면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고 기분을 묻는 등 화제의 물꼬는 트는 매개체가 된다. 환우와 가족들과 목욕봉사자가 함께 손잡고 기도드릴땐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감격과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는 감동이 가슴에 와닿는 역활도 하게 된다.
라. 목욕후 저녁식사와 샤워 목욕봉사하느라 땀에 푹 젖은 옷을 입고 식당에 가면, 수고했다며 던져주는 다른 봉사자들의 말 한마디에 힘든 몸과 마음이 날아갈듯이 상쾌해 진다. 목욕시킬 환우가 많아 저녁식사 시간을 넘길 경우엔 미리 식당에 부탁을 하면 불평 안하고 기다려 주며 오히려 격려의 인사를 해줘서 밥이 더욱 맛있다. 밥맛이 꿀맛이다. 에너지 소비가 많았나 보다. 샘물병원 밥이 맛있는건 어디 나뿐만 이겠는가.. 샤워장에서 몸을 씻고 나면 얼마나 상쾌한지 환우들도 이런 기분일꺼다. 원주희 목사님이 늘 목욕 봉사자들에게 피부가 뽀얗게 좋아진다며 칭찬해주는데 땀을 흘린후 샤워가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4. 글을 마치면서
아직 만 2년이 되지 않은 사람이 목욕봉사의 달인인것 처럼 글을 썼지만 아직 배울게 많고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족한 사람이다. 내가 목욕 시켜 드린 환우 대부분이 오랜 기간도 아닌 짧게는 며칠, 길어야 2개월내에 세상을 떠나신다. 매주 환우의 몸상태를 보며 같이 안타까워 하고 임종실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세상사람들은 좋은일을 하면 보상을 받거나 칭찬을 듣길 원하지만 호스피스 봉사하며 그런 기대를 했다가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칭찬해줄 사람이 없는 봉사! 호스피스 사역의 특징이다. 기대와 보상이 없는 봉사라는 의미에서 호스피스 봉사는 남다른 사역이 아닐수 없다 하늘나라 잘 가실수 있도록 지지 해주는 사역이 어디 남에게 뿐만 이겠는가 가족에게도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도 적용되는 사역이기도 하다.
잘 산다는것이 중요한 것 처럼 잘 죽는일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수님을 평생 부르다가 예수님 곁으로 가는데 대부분 편하고 기분좋게 가시는 분은 많치 않다. 하늘나라갈 때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평상시 꾸준히 기도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임종실에서 고통이 멈추고 하늘나라 가 계신 환우들의 평안하고 멋진 얼굴 모습이 떠 오른다.
세상일 다 접고 매주 금요일마다 달려가던 샘물 병원!!! 2년동안 지속적으로 들어갔더니 세상 약속과 만남이 자연스럽게 없어 졌다. 친구나 지인들도 금요일엔 전화를 하지 않는다. 금요일은 봉사하는 날로 알고 만나자고도 안 한다 오늘도 열심을 다해 호스피스봉사 할 수 있도록 건강주시고 형편 어렵지 않게 해달고 기도한다.
이 자리를 빌어 동료목욕봉사자분들께도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다. 최소한 세사람이 함께 하는 목욕봉사는 서로 손발과 마음이 맞아야 은혜가 되고 보람과 기쁨을 나눌수 있다. 우리의 작은 노력과 수고가 환우들에게 상쾌한 몸과 마음을 줄 수 있어 우리 스스로가 은혜를 받는다. 글을 마치면서 목욕해 드렸던 분들을 한분 한분 떠 올려본다. 그분들!! 천국에서 만나면 무지 반가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