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야리 ‘고리산’ 오르던 날 ]
시간이 멈춰버린 듯 고요하다. 바람마저 잠이든 듯 나뭇잎 하나 미동을 않는다. 시간과 공간을 꽁꽁 얼려 놓은 듯 하다. 마치 현실이 아닌 사진 속 풍경같은 대청호 펜션의 아침! 행여 깊은 잠에 빠진 대지가 깰세라 발 소리를 죽여가며 조심스레 펜션 뒷편에 올라 숲이 토해내는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가슴 깊이 들이마신다. 음~ 이 상쾌함이라니! 마시고 또 마시고 숨이 가쁘게 심호흡을 하는데 저 만치에서 차창 밖으로 길게 고개를 내민 누군가 손을 흔든다. 성룡이다. 하룻밤을 지낸 몇몇 친구들이(아마도 두종이, 순덕이...) 사정에 따라 먼저 떠나게 됐다. 잠깐의 이별 인사를 나눈 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친구들은 그렇게 언덕 길을 따라 미끌어지듯 내려 간다. 휭하니 친구들이 떠난 자리를 둘러보니 황토 마당위로 네트 하나가 덩그마니 걸려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슬을 머금은 채 낮게 늘어져 있는 축축이 젖은 네트가 왠지 외로워 보인다. 이 친구 아마도 어제 놀아 주지 않아 토라진 것 같다. 족구라도 한 게임 하면서 네트의 존재감을 확인 시켜 줄 걸 그랬나 보다.
두런 두런 펜션이 술렁 거린다.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운 친구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면서 제법 산행 모양새가 갖추어 진다. 가이드 동심이를 따라 새벽이라고 하기엔 늦은 감이 없지않은 시간 어쟀든 햇님을 가린 잿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아침 산행이 시작 됐다. 한걸음 두걸음 바쁠 것 없는 황소걸음이다. 여유롭다. 길가에 선 뽕나무 가지를 휘어 잡고 딴 오디로 공복에 기별을 보낸다. 동심이가 열심히 오디를 따서 친구들 손에 쥐어 준다. 오디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짧은 순간 행복감에 젖는다. 입가며 손이며 온통 씨뻘겋다 못해 검붉게 물을 들이며 입이 미어져라 오디를 우겨넣던 시절이 생각난다. 친구들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오디로 잠시 해찰을 한 뒤 내려와 길을 건너자 증약리인지 비야리 마을인지 뚝 뚝 떨어진 잘 꾸며진 전원주택들이 한 눈에 들어 온다. 한 폭의 그림처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워 보인다.
마을을 지나 방울방울 풀잎에 맺힌 아까운 이슬을 밟으며 고리산 산길로 접어들었다. 표지판에 고리산 정상까지 2킬로미터라고 표시되어 있다. 짙게 우거진 녹음 속을 걷고 있노라니 심신에 파란물이 드는 것 같다.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게 온 몸으로, 온 맘으로 느껴진다. 친구들 모두가 왔음 좋았을 텐데, 펜션을 출발할 때 보다 친구들 모습이 눈이 띄게 줄어 들었다. 그렇게 열명 남짓한 친구들과의 산행! 두시간 코스의 산행은 ‘부엉이 바위’를 살짝 연상시키는 제1까페(동심이가 이름지어 놓은 지점)를 찍고 제2까페를 돌아 오는 한시간 정도의 가벼운 산행으로 마무리를 한다. 친구들이 워낙에 점잖은 충청도 양반인 탓에 산에 올라 야호 소리도 한 번 안 지르고 내려 왔다. 그건 아마도 정상을 밟지 않은 양심 내지는 산에 대한 일말의 예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산행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꼭 정상을 밟고 목이 터져라 소리 한 번 질러보고 싶다. 우리 친구들 모두의 입을 맞춰. 이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꼭 찾아 오리라 기대 한다.
가지런히 놓인 장독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동심이네 집 뒤편 처마 밑에 터줏대감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장독들이 고즈넉한 풍경을 연출하며 산행으로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준다. 꽃잎을 뿌려 놓은 수면 아래로 빨간 잉어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예쁘다. 동심이네 집 풍경이다. 우편함에는 편지 대신 새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편함이 새집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느 날 새가 둥지를 틀더니 새끼를 여섯 마리나 부화를 해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또 두 개의 새알이 우리 눈에 들어 온다. 우편함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사용하고 있는 간큰 새는 어떤 새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하다. 새알 어미는 아침부터 어디로 마실을 간 걸까? 우리 친구들이 오는 줄 알고 미리 자리를 비웠는지 주위를 살펴도 보이질 않는다. 새도 동심 마님의 후덕함을 간파했으리라. 새가 다산을 했듯이 동심이도 아이들이 많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새 이름을 말해준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 탓을 해야겠지. 새이름이야 어쨌든 복을 가져다 주는 길조임에 분명하리라. 동심이네 연못가에 있는 펌프에서 흘러 나오는 약수를 먹는 문수의 모습이 재밌다. 그렇게 동심이네 집을 뒤로하고 마을 길을 내려온다. 밭 일을 하고 있는 동네 부부에게 동심이가 말을 건넨다. 무어라 무어라~~~ 어릴 적 엄마가 하는 말을 듣는 듯한 정다운 그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 온다.
동심아 고리산 산행 잘했다. 여러 가지로 애 썼고. 고맙다. 친구 아니었음 언제 우리가 여기에 와 묶고 고리산을 밟아 보랴.
동심 동심 육동심 파이팅!!
첫댓글 참석못해 아쉽지만 사진으로 볼수있어 즐겁다 산이슬님 고맙습니다
쌩유~
산이슬님! 작품사진도 멋지지만 맛깔스런 글또한 감칠맛납니다~ 고운마음을 지닌 까페지기님~ 멋져부러^^ 많은 친구들에게 홍보하고 있어. 참석 못한 친구들도 까페들어가서 보라고.... 흥수는 출장 잘 다녀오셨나보네 별난 보양식 마이 묵고 왔능고?? 산행! 좀 더 일찍 출발했더라면 함께할 수 있었는데... 새끼줄에 엮여서 아쉬움을 뒤로 한 체 먼저 올 수밖에 없었음이 안타까움을 더하는구만,
이쁘게 봐줘서 고마워~엉. 게다가 홍보대사까지~ 이래 저래 복 받겠구먼여. 함께 산에 오르진 못했지만 바쁘게 뛰어다니는 마가렛님의 부지런함이 보기 좋았던거 아남여. 바쁜 틈 새로 건강 돌보는 것도 잊지말아여. 마가렛님 홧팅!!
자연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좋은글 고맙다.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거 같아여. 특히나 때묻지 않은 어린시절 6년을 함께보낸 초딩 친구들은 그야말로 호적에 올려 놓아야 할 평생지기가 아닐런지여.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기에 가슴 한 곳이 따뜻하고 늘 설렙니당. 잊지않고 친구들이 까페레 들러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함당^^
병림아
이제사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됐내
근데 어찌 그리 표현을 맛갈 스럽게 하노
등단해야 겠다
직업과 관련이 있는지
아깝다 달란트가 기가 막히내 넘 잘 적는다
자주 글 좀 올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