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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의 쓸쓸한 풍경이 남이섬에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길’ 때문이다. 선착장을 벗어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없이 발길 닿는 대로 가면 된다. 그러면 이내 푸름을 잃지 않은 잣나무, 노란 빛깔의 삼나무 숲이 번갈아 반기며 강변 풍경의 운치를 더한다. 한때 숲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며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은행나무는 빈 가지만 드러내고 있다. 이어 강둑으로 발을 돌리면 은사시나무 숲이 반기고….
남이섬은 이런 분위기 덕분에 영화 촬영 장소로 애용되고 있는데, 최인호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겨울나그네’가 그 중심에 있다. 사람들은 의대생 민우가 음대생 다혜를 겨울 별장에 두고 사라졌던 앙상한 은사시나무 숲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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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섬에는 남이 장군의 가묘가 있다. |
남이섬 명패의 주인인 남이(南怡·1441∼1468) 장군은 세조 때인 1467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20대에 병조판서에 오르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예종이 즉위한 후인 1468년 역모를 꾸민다는 죄명을 쓰고 능지처참을 당했다. 선착장에서 내려 왼쪽 길로 조금 가면 잘 정돈된 묘가 반긴다. 바로 남이 장군묘. 하지만 이건 가묘(假墓)다. 남이 장군은 잠시 이곳에 유배된 인연이 있을 뿐 실제 묘소는 경기도 화성 비봉면에 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묘가 또 있을까.
이곳엔 옛날부터 남이 장군 무덤이라고 전해오는 돌무더기가 있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그 돌을 함부로 가져가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왔는데, 60년대 후반 섬을 유원지로 개발하면서 돌무더기 위에 흙을 덮고 봉분을 만들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남이 장군의 슬픈 운명을 생각하며 섬 끝으로 들어가면 방갈로가 있다. ‘겨울나그네’에서 민우와 다혜가 첫사랑을 나누었던 곳. 이튿날 형사에게 붙들려 가는 장면도, 둘이 다시 호젓하게 재회하는 얼어붙은 강변도 남이섬에서 찍었다. 당시 이 겨울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눈물을 흘렸던가. 그러나 그 기억을 되살리지 않더라도 남이섬에선 누구나 ‘겨울나그네’가 된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라도 쏟아지면 더욱더….
▶주변 볼거리
북한강 청평호반은 드라이브코스로 잘 알려졌다. 10km쯤 상류에 있는 강촌도 제법 인기있는 곳. 강변 풍광 외에 겨울의 낭만을 좀더 즐기려면 강촌유원지 봉화산 계곡의 구곡폭포를 찾아가도 좋다. 하얗게 얼어붙은 빙폭에서 겨울의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숙식
남이섬엔 많은 숙박시설이 있지만 겨울엔 별장이나 호텔만 문을 열고 다른 시설은 단체손님만 받는다. 식사도 가능하다. 예약문의는 남이섬관리사무소(031-582-2181∼5). 남이섬 선착장 주변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많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팔당대교를 건넌 뒤 6번 국도를 타고 양수리 쪽으로 간다. 양수대교를 건너기 전에 45번 국도를 타고 가평 방향으로 가면서 새터∼청평을 지난다. 가평 읍내로 들어서기 직전 경춘주유소 4거리에서 우회전해 2km쯤 들어가면 남이섬 선착장. 구리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미금∼화도 거쳐 새터삼거리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 쪽으로 가도 된다. 섬으로 들어가는 겨울철 배편은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왕복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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