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251. [나는 휴가중이다.] 20220819
휴가중이다. 차이가 있다면 새벽기도를 안 하는 것, 잠을 늘어지게 자는 것이다. 오히려 집에서의 일은 늘었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쓰레기 치우고, 시간이 넉넉하니 눈에 보이는 일꺼리를 해치우고, 가족들 심부름하고, 아들 병원 운전해주고, 기타 여러 가지 등등... 교회 일은 줄고, 가사 일은 늘었다. 이것은 과연 휴가인가... ㅠㅠ 목양실에 들어오니 몸과 마음이 편안한 이 아이러니는 무엇인가...ㅋㅋㅋ
개집을 옮기고 마당을 청소했다. 자꾸 목양실 문 앞에 똥을 싸놓는다. 택배아저씨나, 배달아저씨, 손님들이 오면 짖어댄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특단의 조치를 했다. 그 바람에 마당이 넓직하니 깨끗해졌다. 개는 우울하다. 자기 집이 옮겨지고 마당을 빼앗겼으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뒤쪽은 한 없이 넓은 밭이니 거기에 자유가 있음을 깨닫기 바라지만 그럴리는 없다. 그런 깨달음이 있다면 목양실 문 앞에 똥을 싸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겠지! 처절한 응징을 해주니 넓고 깨끗해진 마당만큼이나 속이 시원하다.
텃밭에 상추씨를 다시 뿌리고, 늘어진 고추줄기와 가지를 매주고 다 자란 고추를 딴다. 숨어있는 가지를 따고 잡초를 뽑는다. 호박과 오이 줄기도 위로 올라가도록 끈을 메주었다. 성도 한분이 오셨다. 일하는 표시를 내느라 방울토마토 가지를 이리저리 치웠더니 열매가 많이 떨어졌다. 귀찮아서 놔두었더니 아깝다며 열매를 주워 담으신다. 덕분에 귀찮아서 버려둔 토마토 가지도 끈을 메주었다. 또 다시 여러번 고추와 상추, 가지, 호박, 오이, 토마토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휴가중이다.
어떻게 쉬는 것이 잘 쉬는 것일까? 나는 노는 방법을 잘 모른다. 여행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노는 것과 쉬는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노는 것과 쉬는 것은 어느 부분 같지만, 아주 같지는 않다. 사람들이 휴가를 잘 지냈느냐고 물으면 잘 쉬었지만, 잘 놀지는 못했다고 해주어야겠다.
잘 쉬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잘 노는 법은 도대체 어렵다. 남은 생애동안 배워야겠다. 그런데 누구한테 배워야 할지... 그리고 놀다가 쉬지를 못할까봐 겁부터 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휴가 중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