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천주교 춘천교구 사목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7년 여정
두 번째 후속권고
성체와 가난
1. 함께 걷는 여정의 지속
지난 2년.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시작과 함께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이어진 후속 권고를 통해, 주님의 부당한 종인 저는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들과 영적으로 하나 되어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 한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은 신앙인의 역활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무엇보다도 서로 경청과 참여 그리고 친교를 이루는 우리 자신임을 입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2,1)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던 '말씀' 의 삶은 끝없는 사랑의 삶이었습니다. 그 사랑의 삶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인 성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그분의 구원 여정은 성체성사 안에서 완성되며, 교회는 이를 미사성제의 거행으로 공동체 안에서 지속하고 있습니다.
2. 말씀살기 - 성체성사를 사는 삶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성제는 '말씀의 전례' 와 '성찬의 전례' 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말씀이시며 동시에 성체이신 예수님을 동일하게 기념하기에, 이 두 전례의 본질은 긴밀히 이어져 있습니다. 말씀살기의 여정은 곧 성체성사를 사는 이들이 얻어 누리는 은총입니다. 또한 말씀살기의 여정은 성체에 대한 공경과 일치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념이나 느낌이 아니라 살아계시는 인격이십니다. 따라서 본당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미사 거행과 신심 활동, 성체 강복과 현시 그리고 성체 조배 등은 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이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3)
3. 찬미받으소서 여정 - 소박한 삶으로 가난의 영성 회복
말씀과 성체를 사는 사람은 주변 이웃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걷는 구체적인 여정이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라 마음[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서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불어 넣으신 생명의 숨결(창세 2,7) 이며, 우리의 가장 내밀한 영적인 차원을 가리킵니다. 곧 마음으로 가나나한 이들은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왔음을 고백하며, 자시느이 작음과 나약함을 온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생명을 주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며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고도화된 기술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며, 기술력과 경제력에 모든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자연의 주인도 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동의 집' 인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그렇게 죽음을 향해 내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회개와 반성으로 생명의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깊은 곳으로부터 가난한 존재임을 깨달이 겸손한 자세오 생태적 영성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힘조차도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절망과 무력감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한 십자가입니다. 하느님 백성은 구원으로 이끄는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희망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삶에는 세상의 시선으로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고귀한 숨결이 함께 합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기꺼이 소박함을 선택하고 불편함을 감수합시다. 우리 사람의 회심을 통한 이웃과 병든 자연을 위해 당당히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걷는 가난의 삶이 말씀과 성체로 얻고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춘천교구의 주보인 예수 성심이여! 저희 마음이 당신을 닮게 하소서.
2023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
춘천주교 김 주 영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