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개울 풍경
말죽거리 개울에는 언제부터인가 잉어들이 살고 있었어요.
처음엔 그렇게 크지도, 많지도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어른 팔뚝만한 크기로 자라난 잉어 수십 마리가 살게 되었지요.
잉어들은 사람들이 다리 위를 지나갈 때면 다리 밑으로 모여들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먹이를 주기 때문이지요.
소풍 나온 유치원 애들이 소풍을 나와 먹이를 줄 때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뻥튀기 가루를 줄 때도
잉어들은 모여들어 우당당탕~ 첨벙첨벙~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난리가 나지요.
그런데 매일 점심시간에 맞추어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는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날마다 빵부스러기를 모아 오셔서 다리 위에서 뿌리시면
잉어들은 신이 나서 그 먹이를 받아먹었습니다.
그럴 때면 어떻게 알고 왔는지 비둘기들도 모여들었어요.
비둘기들은 다리 위를 종종거리며 오가다가
할아버지가 떨어뜨린 빵부스러기들을 잉어들만큼 신나게 먹어치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그만 먹이통을 떨어뜨려 바닥에 흘리고 말았어요.
비둘기들은 이때다 싶어 저희끼리 싸우며 순식간에 먹이를 해치웠어요.
얼마나 요란스럽게 푸드덕 거리며 먹는지 잉어들은 그 소리에 놀라 모두 숨어 버렸지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장 비둘기가 말했어요.
“구구국 구욱~구욱~. 얘들아. 저것 좀 봐.
우리만큼 덩치가 큰 저 물속의 잉어들이
우리들 날개 짓 소리에 놀라 다 숨어버렸어.
내게 좋은 꾀가 있는데, 할아버지가 오시기전
우리가 먼저 소리를 내서 저 잉어들을 쫓아내면
먹이를 우리가 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그렇게 해볼래?”
모든 비둘기들은 ‘구구국 구우국~’ 합창을 하며 그렇게 하자 했어요.
비둘기들은 그날부터 할아버지가 나타나시기 전에
날개로 요란하게 푸드덕 소리를 내서 잉어들을 숨게 만들었어요.
점심때 정확하게 나타나신 할아버지는 참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오늘은 잉어들이 왜 안 보이지?
그렇지만 먹이를 비둘기들에게 뿌려주진 않았지요.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먹이가 든 봉지를 들고 할아버지가 나타났지만
잉어들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말씀하셨어요.
‘허허... 장맛비에 잉어들이 다 떠내려 갔나봐... 쯧쯧쯧...’
비둘기들은 모두가 할아버지 발밑에 모여들었지만
할아버지는 빵부스러기 한 조각도 주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다시는 다리 위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잉어들 덕분에 쉽게 먹이를 먹을 수 있었던 비둘기들도
잉어 떼가 사라진 말죽거리 개울 다리 위에 더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어요.
비둘기들은 결국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리 밑에 살던 잉어 떼와 다리 위에서 먹이를 구하던 비둘기가 사라진
개울 건너편 언덕 배롱나무 가지엔 현수막하나가 펄럭이고 있었어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비둘기가 환경에 적응하게 하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