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는 정신분석학의 대표적인 개념이고, 그 내용은 다소 외설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잠실올림픽 경기장’이 여러 경기장이 한 곳에 밀집해 있는 곳이며, 이를 ‘스포츠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다. 콤플렉스는 밀집(密集) 즉 ‘빽빽하게 모여 있는’ 것인데, 감정이 그처럼 밀집해 있는 것이라면, 밀집은 응어리져 있는 감정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이 용어는 ‘감정이 강하게 응어리져 있는 모종의 무의식적 경험’을 가리키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외디푸스’란 이러한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옛이야기 제목을 빌려 온 것이다. 그 핵심은 ‘엄마와 결혼할 운명을 피하려고 했으나, 참으로 더러운 이 운명을 저도 모르게 실현해버린 어떤 불쌍한 아들의 이야기’이다. 옛 이야기와 정신분석학의 이론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얼개가 있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생겨났다. 이론으로 보자면, 외디푸스 콤플렉스는 퍼스낼리티 형성을 위해 2~5세 사이에 나타나는 보편적 심리 구조이다. 엄마와 성적으로 결합하려는 욕망이 경쟁자인 아버지의 존재로 인해 좌절되며 사랑의 결핍을 경험하고, 무의식에 이를 억압한 채 퍼스낼리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계는 일종의 근친상간이기 때문에, 야만에서 문명을 일구었던 오랜 선사시대에 이미 끝장낸 짐승의 삶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탄생이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면서 태아의 발달이 미생물에서 어류와 조류, 포유류의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되듯이, 어린 시기 인간의 마음에는 이러한 짐승의 삶이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이 단계는 극복되어야만 정상이다. 만일 극복되지 못한다면, 오만가지 병리의 뿌리가 된다. 인간 즉 퍼슨이 되는 이유는 이 외디스푸스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프리퍼슨이란 이 단계가 제대로 극복되지 못한 ‘짐승’의 삶을 가리킨다.
본래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은 구순기에서 항문기를 거쳐 성기기로 진행하며 전개되는 것이 기존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클라인은 외디푸스의 삼자 구조(*엄마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경쟁하는 나)는 출생과 더불어 시작되는 본질적 구조라는 것을 세심하게 보여주었다. 성에 대한 의식이 부재한 이 시기에, 엄마는 아빠를 전제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 엄마 속에 아빠가 들어 있는 결합된 부모상(combined figure)으로 지각된다. 엄마에 대한 공격적 충동은 실제로 엄마의 몸속에 아빠가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무의식의 이야기라는 것을 명심하자. 무의식의 이야기는 다분히 망상적이라서, 환상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아이는 심한 결핍 즉 사랑의 상실을 겪는다. 이 상실이 이유는 아빠의 말을 듣고 엄마가 호응했기 때문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엄마의 몸속에 있는 아빠의 남근이 이렇게 명령한 것이라 생각한다. 매우 우습지만, 아이가 가진 생(生)의 에너지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이리가고 저리가면서 점차 퍼슨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엄마든 아빠든 아이가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이밖에 또 어디 있는가? 아빠 없이 아이는 어떻게 생기고 엄마 없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 이미 있는 관계 속에서 생명을 키우고 돌보는 에너지가 이러한 관계망을 따라서 변하고 자라난다고 하는데 무슨 이상할 것이 있을까? 아이의 무의식(*정확한 말은 아니지만 이해를 위해 본능이라고 해도 좋다)은 이러한 관계의 방식에 잘 따른다. 어린놈이지만 남근이 뭔지도 아는 것이다.
아이는 일종의 내재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이러한 갈등 관계를 갖지만, 또한 엄마와 아빠를 구분해서 알게 되며 이들이 적어도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라난다. 말하자면, 엄마와의 대상관계는 엄마를 좋은 가슴과 나쁜 가슴이 분리된 존재로 이해하며, 나를 죽이려 드는 존재로 오해하는 박해적 대상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엄마에게서 나를 떼 놓은 저 남근을 가진 아빠와의 대상관계는 박해망상의 관계를 갖는다. 아빠에 대한 모든 느낌은 망상에 기초를 두기 때문이다. 망상을 벗어나는 단계가 우울의 심리적 공간이다. 우울은 복잡한 감정의 소산이다. 성장은 기관이 복잡해지는 것이며, 내면도 복잡해지는 과정이다.
<계속>
(*편집자주: 필자 이창일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주역>으로 철학박사, 서울불교대학원에서 트랜스퍼스날심리학을 전공하고 성격유형론 연구로 심리상담학박사를 받았다. 동양철학, <주역>, 심리학 분야에 다수의 저술과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