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명 (使命)
--- 다카하시 신지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9개의 혹성과 32개의 위성이
정연(整然)하게 보조(步調)를 맞추고
결코 마음대로 행동을 취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이것과 똑같이
사람에게도 각각의 역할이 있고, 그릇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사람은 그 그릇에 따라서, 금세에서의 역할을 다해 간다.
인간의 오체가 오체로서 성립하는 것은
각 기관의 유기적인 기능이 필요하다.
제각각 자기를 주장하여
수족이 머리를, 머리가 팔을 원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오체는 뿔뿔이 흩어져
인간은 하루도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해설] -- 호타 카즈나리
이 시는 사람의 역할을 태양계와 인체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세상은 자기의 그릇을 돌아보지 않고,
함부로 대(大)를 원하고, 소(小)를 얕보는 경향이 있다.
지배욕, 독점욕. 명예욕만큼 무상(無常)한 것은 없다.
어느 고승이 여러가지 욕망을 차례차례 버려가서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경지까지 갔으나,
최후에 어떻게 해도 버려지지 않는 것에 명예욕이 있었다고 한다.
명예욕은 최후의 최후까지 남는 듯하다.
이것들의 욕망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남과의 경쟁 속에 자기를 놓으면, 그렇게 되어 가는 듯 하다.
태양계의 중심은 태양이다.
태양이 없으면 태양계의 정연한 운행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9개의 혹성, 32개의 위성이 없으면 태양의 가치는 없는 것과 같다.
역할의 크고작음은 방편이며 실상(實相)은 없는 것이다.
불필요한 것은 이 세상에는 정말로 없는 것이다.
악(惡)도 필요악으로서 사람의 마음에 맞춰서 나타나고 있는데,
사람이 그것을 원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함부로 대(大)를 원하고, 소(小)를 얕보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행위이며,
역할, 사명은 각자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하여,
주어진 담당 임무를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해 완수한다.
욕망에 마음을 빼앗기면 마음이 황폐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