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성 박사 팔리어 율장 대품ㆍ소품 첫 완역 “율장과 경장 합하면 원형에 가까운 부처님 생애 복원” 데스크승인 2014.05.19 10:29:55 홍다영 기자 | hong12@ibulgyo.com
초기불교 연구 권위자인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이번에는 <우리말 빠알리 대장경 마하박가>와 <쭐라박가>를 펴냈다. 초기불교 연구 권위자인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부처님이 직접 설법한 내용을 팔리어로 기록해 놓은 율장인 <마하박가 율장대품>과 <쭐라박가 율장소품>을 처음으로 우리말로 옮겼다. 전 회장은 지난 13일 “올덴베르크의 로마나이즈본 <비나야삐따까빠알리>를 모태로 생략된 부분을 거의 완전히 복원한 율장”이라며 “모든 율장의 근원인 테라바다불교의 빠알리율장을 최초로 한글로 번역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전 회장은 꼬박 1년간 하루 6~7시간씩 번역 작업에 몰두했다. 상세한 주석을 달고 참고문헌과 팔리어 한글표기법 등을 부록으로 실어 책의 분량이 원고지 1만4000여장에 달한다.
이날 전 회장은 계율이 구속을 의미하기보다 해탈의 동기를 제공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계율은 승가의 생명이다. 이것이 와해되면 청정과 화합이 생명인 승가도 깨지게 된다”며 “계율 자체보다는 계율이 어떤 조건으로 성립됐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계율정신을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중국에서 한역된 불경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부처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장경 가운데 가장 난해한 것이 율장번역이다. 당대의 고유한 사회, 경제, 문화 및 일상적 삶의 토대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자가 인도역사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면 잘못된 번역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팔리어 율장에 ‘두 손가락 마디의 해 그림자가 지나서 때 아닌 때 식사를 하는 것의 허용’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한역 율장은 ‘두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먹어도 되는가’등으로 번역돼 원전과는 전혀 달라졌다.
이는 당시 시간 측정방식과 관계된 것인데, 수행자들에게 올바른 때는 식전 즉 일출 무렵에서 정오까지이고, 때 아닌 때는 정오 무렵부터 다음 날 일출 무렵까지를 의미한다. 전 박사는 “지금까지 나온 한글 율장은 거의 모두 한문을 거친 중역이어서 뜻과 원전이 다른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도의 고대역사를 탐구하는 측면에서도 율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인도 고대역사 가운데 신빙성 있는 역사는 불교 뿐”이라며 “인도의 사상과 고대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율장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율장은 크게 다발부와 분별부로 나뉘는데 <마하박가>는 다발부 상권에, <쭐라박가>는 하권에 해당된다. <마하박가>는 광대의 품(大品)이라는 뜻이다. 광대한 사건 또는 위대한 사건인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인 연기법과 초전법륜 등 주요한 가르침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승단 형성에 필수적인 포살과 구족계, 안거와 자자 등의 내용이 실려있다. <마하박가>는 율장과 경장을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하는데, 이를 합하면 부처님에 대한 가장 신뢰할 만한 원형적인 생애와 가르침이 복원된다.
<쭐라박가>는 사소의 품(小品)이라는 뜻이다. 포살과 의무계율의 송출, 비구니 출가와 팔경법의 성립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와 500결집에서의 삼장의 성립, 제2결집인 700결집에서의 계율의 완화 문제를 둘러싼 십사논쟁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현재 인도에 남아 있는 경전은 산스크리트 경전과 팔리어 경전 두 가지로 산스크리트 경전은 중국으로 가서 한문으로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전해졌고 팔리어 경전은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 인도 남쪽으로 전해졌다.
전 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에서 인도학 및 티베트학을 연구했고, 1997년 한국빠알리성전협회를 설립해 팔리어 대장경 번역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쌍윳따니까야 전집>, <디가니까야 전집>, <십지경-오리지널화엄경> 등을 펴내 주목받았다.
비나야연구원장 혜능스님은 추천사에서 “그동안 전재성 박사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빠알리어경전 <쌍윳따니까야>를 비롯한 사부니까야와 이번에 <빠알리율장>까지 번역한 것은 역경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부처님 원음을 번역해 오신 전 박사와 관계자 분께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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