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32장 야곱이 정말 이겼어요?
어릴 때 섬진강을 배경으로 자란 나는 섬진강의 백사장에서 친구들과 자주 씨름을 하곤 하였다. 운동에는 소질이 없는 나이지만 그나마 조금 하는 것이 수영과 씨름이다. 섬진강과 백사장이 내게 준 어린 시절의 선물이다. 종종 국대급 선수들이 그곳에 와서 캠프를 치고 연습을 하곤 했다. 섬진강의 수려한 백사장 덕분에 어릴 때부터 김성율, 이준희, 홍연옥 등 쟁쟁한 선수들을 보고 자라면서 우린 씨름이 최고의 스포츠인 것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섬진강변에서 친구들과 자주 씨름을 했다. 균형을 잡는 법과 상대의 힘을 역이용 하는 법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몸으로 익혔다. 단순해 보이지만 씨름에는 수많은 기술과 관중은 볼 수 없는 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온갖 힘의 원리들이 경기 내내 교환된다.
창세기 32장은 야곱의 씨름장이다. 얍복강은 갈릴리에서 염해로 이어지는 요단강의 동편에 위치한 작은 지류다. 야곱이 하란을 떠나 그의 고향이 가까웠을 때 바로 이 얍복 나루를 건너게 된 것이다. 지난 날 형, 에서의 미움을 받아 도망치듯 떠난 고향인지라 형의 형편과 심적 상태를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정탐을 보냈는데 에서가 400인을 거느리고 야곱에게로 달려오고 있다는 두려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가족들을 두 부대로 나누어서 한 쪽이 공격을 받으면 다른 쪽은 달아날 요량으로 구분하였고 미리 에서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사례물들을 먼저 실어 보냈다. 최선을 다하고도 마음에 평안이 없자 야곱은 최종적으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창 32:24)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창 32:25)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그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
(창 32:26) 그가 이르되 날이 새려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창 32:27)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창 32:28)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야곱이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야곱이 하나님과의 씨름에서 이긴 것일까? 본문 내용으로 봐서는 야곱이 그렇게 씨름을 잘한 것으로 보아지지 않는다. 밤이 새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고 결국 그분이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자 그의 뼈가 위골된 듯 보인다. 이 씨름은 오히려 영적인 의미가 더 깊다. 야곱의 씨름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이기기 위하여 안간힘을 쓴 전반부와 두 번째는 축복을 받기 위해 오히려 매달린 부분이다. 야곱이 이긴 것은 어떤 것일까? 그가 이긴 것은 두 번째 부분이다. 그는 마침내 축복을 받아 냈다.
야곱의 인생은 어쩌면 그날 밤 자신의 씨름 같았는지 모른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하여 애쓰고 노력하고 투쟁했었다. 그러나 그의 삶에 참된 평강이 없었다. 오히려 더 불안하고 두렵고 피곤할 뿐이었다. 그는 승리자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이기기 위해 다투고 싸우고 넘어뜨리려고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전능하신 분의 팔에 매달려야 했다.
그날 밤의 씨름으로 그의 환도뼈는 위골 되었고 그 일로 그는 다리를 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야곱의 인생을 살아간다. 삶의 버거운 수많은 짐들과 난제들을 만나 스스로 싸우고 속 태우며 살다가 그렇게 상흔만 남기고 절면서 황혼을 걸어간다. 얻기 위해 속이고, 잡기 위해 기죽어 숨죽이고, 이기려고 씨름하지만 남은 것은 절며 걸어가는 초라한 인생일 뿐이다. 이겼다고,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남은 것은 상처와 후회 그리고 죄책감이다.
하지만 야곱이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히려 그분께 매달렸을 때 비로소 참된 평강과 축복이 주어졌다. 인생도 신앙도 마찬가지다. 삶을 그분께 맡기고 전적으로 의지하고 매달리면 참된 평강이 그분에게서 이르러 오는 것이 바로 신앙이다.
두려움의 밤이 지나고 비록 그는 다리를 절었지만 형, 에서를 두려움 없이 만나기 위해 나 갈 수 있었다. 그의 앞길에 모든 두려움과 근심의 구름이 걷혔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확신의 밝은 빛이 빛났다. 그가 기도로 이겼기 때문이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
야곱이 가졌던 그날 밤의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믿지 못하고, 신뢰하지 못하고 내가 무언가를 해야만 되는
불신앙에서 우리를 건지시고 일을 하지 않을 지라도 의롭다 하시는 은혜의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셔서 오직 주의 팔에만 매달리는 얍복의 이스라엘들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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