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번외-웰 컴 투 시집생활
“형님, 어디니?!”
“말이 좀 짧다? 동서?!”
“어디세요, 형님? 됐냐?”
“크흐흐흐... 나 다와가. 어디야?”
“시댁 대문 앞. 빨리 좀 와. 춥다 추워!”
“다 왔어. 짠!”
몰고 온 차량을 안전하게 주차해두고, 주리 앞에 불룩해진 배를 한손으로 받치며 반기는 혜주. 주리는 투닥거리는 남매를 붙들고 혜주를 보며 한손을 애써 빼내어 흔들어 보인다.
* * * * *
“이모님~ 저 왔어요.”
“아이고, 홀몸도 아닌데 뭘 오고 그래.”
“그래도 가족 모임인데 당연히 참석해야죠. 더 예뻐지신 거 같아요.”
“그러니? 고맙다 얘. 어서 들어와. 아이고, 우리 딸! 힘들었지?!”
“이모님, 섭섭할라 그러네요. 동서랑 저 대하시는 게 너무 다르신 거 아니에요?!”
“아이그, 얘.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도 내 아들 짝이면 내 딸이나 다를 게 없는데. 너랑 같니~”
“보셨죠, 형님? 저희 어머님이 이정도예요. 훗!”
“아유, 서러워서 저도 얼른 저희 어머니 언제오시나 확인해봐야겠네요.”
장난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던 주리, 혜주, 해율의 어머니까지 마지막 혜주의 말에 웃음이 탁 터지고 만다. 그리고 몸이 무거워 걷는 것도 힘든 혜주를 일단 소파에 앉아 쉬라하고, 해율의 엄마는 주리가 데려온 리우, 리아와 놀아주고 계시고, 주리는 주방으로 들어가 아주머니들 일손을 좀 거들기 위해 앞치마를 두른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리우와 리아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관쪽으로 달려가 들어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짠!”
“우리 리우, 리아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었어? 엄마는?”
“네! 엄마는 쪼기! 주방에 있어요. 요리하고 있어요.”
“아, 그래~ 고마워.”
“형수님 오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네, 퇴근하고 바로 오는 거예요?”
“네, 형은요?”
“아마 올 시간 다 된 거 같아요. 곧 올 거예요.”
“태동은 많이 심해요?”
“네, 요즘은 엄청 활발해서 수시로 인기척을 내고 난리도 아니에요.”
“안 그래도 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저한테 물어볼게 많은지 전화를 엄청 하더라구요. 입은 귀에 걸려가지고 아래 직원들이 실수해도 화도 잘 안내고 아주.”
“아휴, 못 말려. 하여튼...”
“그럼 쉬고 계세요. 전 여보한테 가서 좀 도울게요. 형수님 몫까지.”
“감사해요.”
입고 있던 정장재킷을 소파에 벗어두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며 주방으로 들어서는 해율. 해율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주리. 주방아주머니들이 있건 말 것 여전히 신혼같은 해율과 주리는 개의치 않고, 서로 입을 맞춘다. 그리고 찰싹 옆에 달라붙어서 주리가 알려주는 대로 식재료를 다듬고 있다.
* * * * *
“너무들 하신다, 진짜. 임신 중인 저를 배려해서 술은 좀 빼고 하시지...”
“형수님도 드시고 싶으면 한잔 하세요. 먹고 싶을 때 먹는 건 태아가 원해서 먹는 거라곳...!!!”
‘태아가 설마 술을 먹고 싶을까, 여보.’
조용히 허벅지를 쿡 찌르며 더 말을 잇지 못하게 하고는 귓가에 대고 볼멘소리로 해율만 알아듣게 속삭이는 주리. 멋쩍은 표정을 하고서 퇴근하고 합류한 기태 앞으로 불쑥 술잔을 내밀며 건배제의를 하는 해율.
“어머니도 오고 싶어 하셨는데,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잡히는 바람에 너무 아쉬워 하셨는데 역시 이모님 댁에서 가족 모임 하는 건 언제나 즐거워서 좋네요. 하하하.”
“임뫄! 이모 집 아니고, 내 집이거든?! 말은 바로 해야지.”
“아, 네. 그럼 이모부집에서 가족모임해서 좋네요 정말로! 됐죠? 헤헤. 건배해요. 먼저 한번 제의 하시죠. 이모부.”
SSO그룹을 지금까지 회장직으로 연임하고 계셔서 계열사 회식이나, 송년회 같은 거 하면 축사할 겸 종종 참석해서 젊은이들 놀이도 같이 임하고 하시는 기준은 기다렸다는 듯 기태의 제안에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높이 들어 올리고 집안이 쩌렁쩌렁 하게 건배제의를 선창한다.
“기태의 주니어가 부디 쌍둥이로 태어나 효도하기를 건배!”
“건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밤새 술자리는 계속 됐고 혜주는 함께 술을 마실 수 없어서 주전부리들을 집어먹다가 잠이 오는지 앉아서 졸고 있어서 기태가 1층 침실에 바로 눕혀두고, 살그머니 문을 닫아둔다.
주방이모들과 함께 치우고 들어가 잘준비를 하려는 주리의 손을 잡으며 먼저 들어가서 잘준비 하고 있으라며 들여보내고, 남은 기태와 해율이 뒷 마무리를 완벽하게 해두고, 각자의 침실방에 들어간다.
* * * * *
씻고, 자려고 침대에 나란히 몸을 뉘인 주리가 깜깜하게 불꺼진 방안에서 조용히 해율에게 속삭인다.
‘사랑해.’
‘내가 더 사랑해.’
‘아니, 내가 더더더더 사랑해.’
‘아니이~ 내가 더 많이많이많이많이 사랑한다니까.’
늘 있는 일인냥 다른 한켠에 나란히 누워있던 아이들 중 리우가 불쑥 한마디 한다.
“알아요. 엄마, 아빠 둘이 엄청 많이많이 사랑하는거 알겠으니까 주무세요. 시끄러워요.”
“어? 미안. 리우 잘자. 사랑해.”
“사랑해요.”
행복은 그냥 늘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것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이 소중하고 간절한 것인 줄 모른 채 지나쳐서 못 알아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