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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정진명
점을
찍는다.
찍어놓고
점이라 믿는다.
하지만 정의에 따르자면
점은 너비를 갖지 못한다.
그런데도 검게 찍어놓고
그것을 점이라 믿는다.
허구일 뿐인데도
사실보다 더 사실 같다.
모든 이의 믿음이 만든
점.
점 1
점이 있다.
아니다, 점은 없다.
그렇지만 점은
없어도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말의 운명이다.
말이 그렇게 타고 났음을 보여주는
점.
존재는 있지만,
너비는 갖지 않는,
그래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점.
점 2
이 세상에
점보다 더 큰 것은 없다.
149억 년째 팽창해온 우주도
이보다 더 클 수는 없다.
아예
실재하지도 않는다.
없음으로 하여 가장 작은 존재지만
아니, 존재라고도 할 수 없지만
일단 한 번 찍히는 순간,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
그러나 이번의 우주도
결국 그 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큰 우주가 돌아가 숨을 곳이라면
그곳이야말로 가장 큰 곳이다.
없기에
오히려 가장 클 수 있는
점.
점 3
점을
찍는다.
찍는 순간
점은
이 세상의 중심이 된다.
찍힌 점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멈춘 그 속으로 문장이 빨려들고
삶이 빨려들고
죽음이 빨려든다.
그래서 빨강 펜으로 찍어도
파랑 펜으로 찍어도
점은
늘 검정이다.
심지어 너비를 갖지 않는데도
점은 검정빛이다.
찍힌 그곳에서
모든 것을 삼키는
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블랙홀보다
훨씬 더 빨심이 강한 존재,
점.
점 4
점 속에는
종말이 있다.
끝이 있다.
마지막이 있다.
막다른 골목이 있다.
어둠이 있다.
벽이 있다.
함정이 있다.
늪이 있다.
동굴이 있다.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그곳에
내가 있다.
결국 점은
나다.
나는
점이다.
원래 있지도 않던 것이다.
없던 그것이 나다.
내 안에 점이 있다.
내가 돌아가야 할 점이 있다.
아니다,
점 안에 내가 있다.
점 안에 너비를 갖지 않는 내가 있다.
나 이전의 내가 들어있는
점.
점 5
삶은
점 하나로 끝난다.
주검은 무덤에 묻혀
금잔디 빛
점이 된다.
반은 땅 속에 잠긴 점 속으로
한생을 달군 몸이 놓여
삶의 절반을 가을볕 속에 돋운다.
삶이 떠난 자리에
점이 돋는다.
점 6
염상섭의 이마에 돋았던 점
내 이마에 근질거림을 남겨놓고
문학사 속으로 떠나갔다.
‘만세 전’이나 ‘삼대’보다 더
내 기억 속에 선명하던 점.
없애고 싶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을 점.
때로 그 점 때문에 작품이 파묻히기도 한다.
작품도 작가도 사라지고
그 점만 남아 문학사를 유령처럼 떠돈다.
문학은 언제쯤 점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저를 들여다볼까?
점 7
점은 둥글어 보이지만,
컴퓨터로 확대해보면
네모지다.
자세히 보면 四를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관 엘리베이터 4층을
F로 바꿔 놓는다.
점이 본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무의 존재이므로
사람들이 그걸 알고 그렇게 한 것이다.
점은 존재가 사라지는 곳이다.
확대해본 점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점 8
화가 김환기는
점 하나 찍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하루 종일 서서
벽을 노려보다가
마침내 커다란 점을 찍는다.
나는 추상화를 잘 모르지만,
그가 찍은 것이
점이 아니라는 것만은 안다.
만약에 그토록 오래 뚫어져라 쳐다본 벽에
정말 점을 찍었다면
그는 그 점 속으로 빨려들었을 것이다.
점을 찍고도 그가 멀쩡히 돌아 나왔다는 것은,
찍힌 그것이
점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점 닮은 것을 찍어놓고도 경매의 최곳값을 경신했으니,
만약 정말로 점을 찍었다면
이 세상은 끝장났을 것이다.
점 9
점(點)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은……
없다.
점이란, 본디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걸 알았기에
그걸 가리키는 말을 못 만들었을 것이다.
없는 것이 분명한데
있는 것 같은, 점.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점.
없어서는 더더욱 안 될 것 같은, 점
때문에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어쩌면
미궁이 점일지도 모른다.
안 들여다본다면 모르지만
한 번 들여다보면 헤어날 수가 없다.
없는 것이 이토록 당길 수가 없다.
점은 없다.
아니,
있다.
아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다.
젠장!
점 10
무가 유의 어미임을 입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빅뱅도 149억 년 전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니,
점이란 본디 없는 가상의 그 어떤 것
원래 없던 것으로부터 우주가 나온 셈이다.
그러니 있음과 없음이
한 점에서 만나는 셈.
있음이 없음의 꼬리를 물고
없음이 있음의 몸속으로 파고들 때
무한대(∞)가 되거나
태극()이 된다.
수평선은 직선이지만
지구는 둥글다.
점 11
몸통이 사라질 때가 있다.
깃털 몇 개만 흩날리고
감쪽같이 사라질 때가 있다.
몇 날 며칠 말들이 부글거리지만
결국 구겨진 깃털 몇 개로 마무리되고 마는,
어디에도 점을 찍을 수 없는 사건들이 있다.
목청 높이던 사설에도
황금알을 낳던 거위는 사라지고
둥지에 흩어진 깃털을 마침표라고 말한다.
깃털을 닮은 점이
몸통을 삼켜버린다.
연일 들끓던 신문지에서
문장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점 하나를 본다.
점 12
149억년이나 묵은 우주가 어디로 돌아갈지
나는 안다.
점이다.
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죽음을 돌아간다고 표현하는
우리 조상들의 믿음이다.
그러니 이 늙은 이 우주는 결국
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점 밖의 또 다른 우주는 그대로 둔 채
유에서 무로 돌아갈 것이다.
점 13
유와 무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유에 거울을 비추면
무가 나타난다.
점에서 나온 것은
점으로 돌아간다는 것.
점에서 나와
점으로 돌아가기 전의
긴 나그넷길이 지금이다.
점과 점 사이
우주가 있다.
점 14
엽전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그 구멍이 점이다.
끈을 끼우기 위한 그 구멍의 없음이
엽전의 근원이다.
구멍이 사라지면 엽전이랄 수 없다.
없음으로 하여 있음이 드러난다.
유와 무가 그렇게 만나는
엽전 한 냥.
점 15
없다는 그 큰 점이
공속에 있다.
비닐에 싸인 공간은
없으면서도 있는
바로 그 점이다.
그 점의 안팎이 같아
있으면서도 없는
점의 성질에 딱 알맞다.
공이 튀는 대로
점도 통통 옮겨간다.
있지도 않은 점이
공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간다.
점 16
없는 점이
있는 물건을 움직인다.
쥘부채의 끝에
점이 있다.
지도리의 끝에
점이 있다.
지구의 중심에
점이 있다.
있지도 않은 점이
있는 것들의 중심이 된다.
점 17
동그라미를 그린 뒤
점은 사라진다.
동그라미는
처음부터 없던 점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공도
점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움직이는 점이
만드는 동그라미가 공이다.
공의 점은
움직여도 점이다.
공에 와서 점은
제게 갇힌다.
점 18
원뿔의 끝은
점이다.
그 점에서부터
원뿔의 밖이 시작된다.
점은
너비가 없다.
원뿔이 부피를 갖지 않는 곳에서
원뿔 밖의 부피가 시작된다.
원뿔 끝에서
세상이 피어난다.
원뿔의 끝점을 통과할 때
존재가 시작된다.
사물과 사물이 만나는 곳에서
언제나 빅뱅이 일어난다.
점 19
점이
평면으로 늘어나는 때가 있다.
뫼비우스의 띠
점이 평면으로 늘어난 것이다.
평면이
입체로 불어나는 때가 있다.
클라인 씨의 병
입체가 공간으로 불어난 것이다.
점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쌍둥이의 역설을 만든 뒤
아무렇지도 않게 점으로 돌아간다.
점 속을 뒤지면
도대체 없는 게 없다.
점 20
얼굴의 점을 뺀 사람이
점박이라는 말로부터 벗어난다.
그렇지만 그를 평생 옭아맨 것은
점이 아니다.
점 21
원형탈모가 생긴 적 있다.
원형탈모는 동그라미였지만,
나에게는 점이었다.
오백 원짜리 동전만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만큼 위험한 점.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이 우주 어디엔가 가끔 나타나는
블랙홀이라고 생각했다.
빨아들일 만큼 빨아들인 뒤
또 머리카락 속으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그,
점에 닿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점 22
89해를 산 우리 할머니
밤하늘의 점으로 돌아갔다.
점은 본디 너비가 없지만,
빛 또한 너비를 갖지 않기에 거뜬히 통과한다.
밤하늘의 별은
빛이 점을 통과하느라 잠시 반짝이는 좌표.
운명론자들은 그 자리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잠시나마 불안한 삶을 달랜 적이 있다.
한때 별들은 영혼의 장막에 구멍이 숭숭 뚫린 거라는 거친 상상을 한 적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 점임을 안다.
삶과 등을 맞댄 어둑한 저쪽에서
그리운 사람들이 보내는 소식이다.
존재가 사라지는 점을 보노라면
가끔 할머니가 내게 던지던 말이 들리고,
그럴 때마다 별이 반짝! 한다.
“똥을 쌀 놈!”
점 23
너비가 없는 점을 통과하는 유일한 존재는 빛이다.
화면 전체가 점으로 이루어진 텔레비전
빛에 젖으면서 온 세상을 보여주는 저것이
기실은 너비 없는 점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거실에서 펼쳐지는 빛의 모래그림들
그 점 속에서 삶이 신기루처럼 피었다 진다.
점 24
맨홀 뚜껑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아차차 싶어 맨홀 뚜껑을 닫고 만다.
그 위로 차들이 씽씽 달린다.
속도 때문에 맨홀 뚜껑 속을 까맣게 잊지만,
가끔 역겨운 냄새가 올라와 그 밑에도
지상과는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안다.
그곳으로 빠져들 맨홀 뚜껑은 자신의 발밑에도 얼마든지 있기에
굳이 올라오는 냄새를 맡지 않는다.
닫히면 그만인 뚜껑 하나로 이쪽과 저쪽이 열린다.
서로 다른 세상을 뚜껑이 여닫는다.
점이다.
점 25
눈 덮인 아침
운동장에 발자국이 찍혔다.
점점이 찍으며
존재가 떠나간 가벼운 자취로 하여
떠나간 존재가 더욱 또렷하다.
때로 지층 속에 남은 점들로 하여
사람들은 거대한 공룡의 자취를 복원한다.
존재는 지층 사이의 점 속으로 사라지지만
점에서 존재를 읽는 자들로 하여 때로는 공룡이 살아온다.
스핑크스를 자살로 몰아넣은
세 발 인간 뒤에
점이 길게 이어진다.
말줄임표를 닮은 그 점 끝에 침묵이 있다.
점 26
병목현상,
시간의 점이다.
그 점 속으로 모래처럼
시간이 술술 빠져나간다.
노래를 튼다.
노래도 모래처럼 줄줄 샌다.
마음이 바빠지고
몸은 늙는다.
같은 거리를 통과해온 쌍둥이가
한 쪽은 늙고 한 쪽은 그대로다.
쌍둥이 동생의 등 뒤로 빠져나간 시간이
쌍둥이 형의 배꼽으로 들어간다.
점 27
시계 한 복판에는
점이 있다.
그 점이
시계를 돌린다.
비로소 시간이 채칵채칵 돌아간다.
점으로부터 태엽 같은 시간이 풀려나온다.
디지털시계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디지털의 빛은 모두 점이다.
화면 위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든
아니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든
시간이
점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나는 안다.
시간이 다시 점으로 돌아갈 것임을!
점 28
한 때
시간이 원뿔을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소라껍질처럼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을 역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겉면으로 따라가나
속으로 따라가나
소라는 제 안팎의 뿔을 향해 쏠리고,
뿔끝에는 언제는 점이 기다린다.
황소의 뿔에는 두 점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받히면 죽는 것이다.
점 29
연필 끝에도
점이 있다.
깎고
또 깎다 보면
몽당연필이 되었다가
결국 볼펜껍질의 부축을 받아
마침내 소멸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 하나 남긴 채.
참, 그 추억마저 지워야 소멸의 완성이라고
연필 끝에는 지우개가 달렸음도 잊지 말아야겠다.
점 30
점에서는 가끔
깡통 소리가 난다.
숫자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갑자기 사람 목숨을 거둬가는 수가 있다.
화면 가득 종잇장들이 사월 벚꽃처럼 날리고
그 틈으로 빌딩에서 사람도 떨어진다.
숫자로만 존재하던 것들이 갑자기 곤두박질쳐서
0에 다다른다.
깡통이
개미들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점이 커다랗게 펴놓는
장터가 있다.
점 31
괘를 처음 그렸다는 복희는
암수한몸이다.
암컷도 수컷도 아닌
그가 그렸다는 괘 속을 한 동안 헤맸다.
괘의 고향은
점이다.
점이 만든 그림자를
선으로 그려놓은 것이다.
그 선을 일으켜 세우면
지구를 빼닮은 지구본이 된다.
그 지구본의 중심은 점이어서
언제든지 자신을 지울 수 있다.
있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닌 존재란
다름 아닌 점이다.
점 32
지니가 들락거리는 알라딘 램프는
사실 점이다.
램프 주둥이로 연기처럼 몸을 빼어
비비댄 사람의 명령을 듣는다.
단추를 누르면 건물 하나가 꺼지고
단추를 누르면 핵무기가 날아간다.
단추를 만지작거리면
사람들이 기꺼이 숨겨둔 동굴 문을 연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점이 두려워
사람들은 점 닮은 단추를 지킨다.
점 33
마침표는 아래에 찍지만,
온점은 가운데 찍는다.
마침표는 끝이지만,
가온점은 모두이다.
같은 점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가온점은 온통이다.
안팎의 구별이 안 된다.
면적이 없는 점 속에
우주가 통째로 담겼다.
점 34
기억을 삼키는 점이 있다.
평생을 쌓은 기억의 벽돌이
하나씩 점 속으로 빨려들면
망령이 난다.
영혼이 동나면 어린아이가 된다.
삶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 셈이다.
바늘 끝이 제 귀를 꿰어
그 구멍 속의 점을 메운다.
점 35
뜸으로 만든 점이 있다.
점으로 불이 통과하며
몸 안쪽의 고막을 두드린다.
족삼리의 문안이 발가락까지 간다.
점과 점으로 연결된 고리들이
온몸을 휘감아 돈다.
거미줄의 한쪽 끝을 건드리면
거미줄 전체가 출렁거린다.
아침 이슬에 탄로 나는 거미줄처럼
온몸의 점들이 드러날 때가 있다.
점 36
점을 3개 찍으면
침묵이 된다.
긴 문장을
멈춤 속으로 이끄는 점.
이 점을 세우면
천지인 3재가 된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이 세 점 속으로 돌아온다.
2018. 11. 19.
점 37
연인에게는
서로에게 점이 있다.
서로를 빨아들이는 점이 있다.
서로에게만 감응하는 점이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너와 내가 구별되지 않는다.
혼연일체가 된다.
때로 너가 내게 들어와 내가 되고
내거 너에게 들어가 너가 된다.
교미 후,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사마귀는
짝의 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죽음을 슬퍼할 일이 아니다.
황홀하지 않다면 저럴 수 없다.
점 38
점을
숫자로 번역한 것이 0이다.
모든 숫자는 0에 와서 사라진다.
아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고 해야겠다.
2진법이든
5진법이든
10진법이든
모두 0에서 출발하여 0으로 돌아온다.
0 속으로 사라졌다가
0에서 태어난다.
그래서 비너스도 0을 닮은 가리비에서 태어난다.
0안의 면적이
있음과 없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점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점 39
하늘은 둥글게(○) 표시한다.
하지만 훈민정음에서는 점(·)으로 표시한다.
○과 ·이 같다는 뜻이다.
홀소리는
하늘의 소리이다.
점이 어디 붙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너비 없는 점이 울림을 만든다.
목청을 울린다.
메아리를 만든다.
모든 메아리는 원래 없는 것이다.
매질을 타고 번져갈 뿐인 것.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로
물은 위아래 춤출 뿐
파동은 본디 없는 것이다.
호수에 돌멩이가 닿는 순간 만들어진 점이다.
엘니뇨 때문에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미세먼지 더욱 극심해진다.
점 40
상가에서 만난 친구가 말한다.
“인생 뭐 있어?”
질문의 형식을 띠었지만,
인생 별거 없다는 뜻이다.
낚싯바늘(?)을 던져
점(·)를 낚겠다는 뜻이 분명하다.
이런 물음에는 물음이 없다.
물음 대신 점을 찍으라는 뜻이다.
그 녀석과 맺은 인연이
점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지인의 삶이 점으로 마감된
상가 불빛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