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논쟁이 된 사항들..
IMF의 원인에 대한 글을 올린 후 그 내용에 대해 많은 비판적 시각들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프리존과 중앙 디국에서 미천한 글에 관심을 보여 주셨던 여러 논객 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이 글을 처음 시작할 때, 에이즈에 대한 비유를 했다.. 에이즈로 면역성이 떨어져 잡균에 의해 사망한 사람의 사망 원인은 무엇이냐고 자문하고 그 대답을 스스로 했다.. 설사 잡균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에이즈로 죽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잡균이 나쁘지는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잡균이 에이즈 환자에게 미친 악영향을 열거하며 에이즈환자가 잡균에 의해 죽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그런 논리가 자칫 에이즈 예방보다는 잡균 박멸로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뚱 맞은 결론을 낸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간 우리사회에서 거론된 IMF 환란의 원인에 대한 논쟁을 보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좌우진영을 막론하고 평소 자신이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경제문제를 IMF의 원인으로 돌린다.. 그것들이 다 문제가 있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환란의 근본적인 문제였을까?
나는 이것이 우리사회의 옳지 못한 관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얼마 전 연천에서 총기난사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특수한 상황에서 김일병이란 사이코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지만 우리사회는 그렇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평소에 자신이 불만을 느꼈던 문제들을 총기난사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군의 인권문제, 기강문제, 보고체계 등, 군 문제 뿐만이 아니라 신세대의 문제, 인터넷 게임의 문제 등등 엄청나게 확장된 논리가 적용된다.. 그런데 그런 의견들이 과연 정확한 원인 분석일까?
많은 사람들이 열거한 사안들은 그 자체로 크고 작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총기난사사건의 “본질적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일반화된 상황”이 본질적 원인이라면 60만 대군이 존재하는 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난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특수한 상황에 걸맞은 특수한 원인을 찾는 것이 옳다.. 외환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분들이 비판적으로 제시한 원인들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경제의 불투명성, 분식회계, 고임금 구조 등등 거론된 문제들은 개선 되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IMF의 본질적 원인인가 하는 문제는 다른 범주다.. 내가 전 글에서 주장한 내용은 그것이다.. 김영삼 정권의 무능이나 각종 경제문제를 옹호하거나 변론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그리고 97년 외환위기에 그런 문제들이 일정부분 부정적인 작용을 했던 것도 인정을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본질적인 원인이었냐는 것이 내 문제제기다.. 지금 좌파진영에서 정설로 받아 들어지고 있는 그러한 논리는 에이즈 환자의 사인을 에이즈가 아닌 잡균에서 찾는 것이며 그를 비판하기 위함이다..
97년 외환위기는 재떨이의 불이다..
한 부부가 있었다.. 어느날 남편은 재떨이에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놓아두어 작은 불이 났다.. 재떨이에 불이 나면 물컵에 물을 따라 재떨이에 부으면 된다.. 그러나 평소 남편에게 불만이 있던 아내는 오버를 한다.. 수십 양동이의 물을 퍼와 집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든다.. 집안 꼴이 거의 “수해”를 방불케 한다.. 이불도 젖고 가전제품도 다 망가지고 집에는 곰팡이가 쓴다.. 그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아내는 평생 두고두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니들 아버지가 불을 내는 바람에 테레비도 못 보고 집안 꼴이 이렇게 되었다고..
남편에게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안을 망친 것은 남편인가 아내인가? 유치원 수준의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내 질문에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 용량 2그램들의 좌파들의 생각은 다르다.. 남편이 불을 내고 원인제공을 했으니 남편 탓이라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아내는 불을 껐으니 상을 줘야 한다고 까지 주장을 한다.. 그러면서 남편의 억울함을 변론하는 이들에게는 불 낸 놈에게 무슨 변명을 해 주냐고 타박한다.. 거기다가 그 후에 집안의 온갖 안 좋은 일의 책임을 전부 남편이 지른 불 탓으로 돌린다..
이 억울한 이야기는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IMF는 아시아 거품붕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되어 김영삼 정권의 무능이 가미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그 자체로는 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외환위기를 맞은 나라는 수도 없이 많다.. 그 나라들이 다 한국처럼 난리 부르스를 친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한국의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기인된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임을 수 차례 이야기했다.. 우리경제는 크고 작은 문제는 있었지만 그런대로 건실했다..
비유를 하자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익을 내는 회사가 유동성 관리에 실패를 해서 흑자부도를 낸 셈이다.. 그것도 다른 이유라기보다는 평소에 묻지마 식으로 은행이 돈을 빌려 줘서 그 비린 돈으로 회사 설비에 투자를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은행이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달라기에 벌어진 일이다.. 즉 이 부도는 다른 쪽에서 자금을 차입하던지 대출을 연장하여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될 일이었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나는 전 글에서 한국의 외환위기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 일임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다..
물론 이 말이 지금까지 거론되는 한국 경제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 그만그만한 문제는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을 한다.. 그러나 세계 그 어느 국가가 아무런 문제 없이 국가경제를 영위하고 있겠는가? 그런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좌파들 머리 속에 존재하는 “모여라 꿈동산”일 뿐이다.. 97년 외환위기는 그처럼 유동성 위기라는 작은 문제였을 뿐이다.. 앞서 비유에 의하면 재떨이의 불 정도의 수준이었다.. 환율을 자유화하고 정부가 약간의 스킬을 발휘하며 시장의 기능에 맡기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였다..
정략에 의해 확대되는 위기..
“연착륙”이란 말이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비행을 하던 비행기가 땅에 착륙을 할 때 충격을 최소화하며 부드럽게 착륙하는 것을 연착륙이라고 한다.. 경제에서는 호황국면에 있던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때, 정부가 그 충격을 최소화 하고 부드럽게 침체기로 접어들게 하는 과정을 연착륙으로 표현한다.. 실제로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정부의 기능이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의 원인도 당시 미국정부의 연착륙 실패를 그 주된 원인으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1997년 직전까지 한국경제는 역사상 유래 없는 호황국면에 있었다.. 그 상황에서 국가유동성 부족으로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호황이 불황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김대중 정권이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국민을 안심시켜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는 일이 우선이다.. 다음엔 이자율과 세금을 내려 유동성을 증대 시켜야 한다.. 자고로 돈이 많이 돌아야 침체된 경제도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 1학년 수준이면 알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은 정 반대로 갔다..
당시 나는 천리안 게시판에서 김대중 정권의 그러한 정책을 맹렬히 비판한 기억이 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였기 때문이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정부는 오히려 나서서 위기심리를 증폭시켰다.. 단순한 유동성 위기를 대통령이 나서서 국가적 재난으로 묘사하니 국민의 경제심리가 어찌 되겠는가? 거기다 하필 그 때 구조조정은 무엇인가? 설사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건 나중에 할 일이었다.. 일단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후에 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 그 때가서 하나하나 개선하면 되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의 처사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쓰며, 대통령이 나서서 위기를 증폭시키고, 빅딜이다 뭐다 온갖 닭짓을 해 버린다.. 당연히 한국경제는 유사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63빌딩 꼭대기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처 박힌다.. 머리가 깨지고 피가 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경기는 최악의 불황으로 처 박히고 실업자가 속출하며 자영업은 개점 휴업상태가 되어버린다.. 멀쩡한 기업조차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구조 조정이니 뭐니 하며 직원들을 자르려고 한다..
사태가 그 지경이 되니 국민의 고통은 지옥을 방불케 했다.. 유동성 관리를 잘못하여 잠시간의 외환위기를 낸 대가치고는 처참하기 그지 없다.. 그러곤 김대중 정권은 그 모든 고통의 책임이 김영삼 정권의 탓이라고 했다.. 재떨이에 불을 낸 죄밖에 없는 김영삼 정권과 한나라당은 희대의 공적이 되어 지탄을 받는다.. 이 상황에서 즐거울 사람은 누굴까? 굳이 내 입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분이면 짐작이 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환란의 시작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국가유동성 위기가 정략적으로 이용되며 벌어진 참극이다..
누가 미국의 주구였나?
글의 서두에도 밝혔듯이 김대중 정권은 1년6개월 만에 IMF를 졸업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것이 과연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의 결과였을까? 일국의 경제규모에 대한 구조조정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장담하건대 죽었다 깨어나도 1년 반 만에 경제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 국가유동성 위기가 극복될 수는 없다.. 유동성 확보는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출증대로 달러가 유입되면서 이루어졌다.. 구조조정이니 뭐니 쌩쑈를 안 해도 외환위기는 환율만 풀어 놓으면 저절로 해결될 사소한 문제였다는 증거다..
김대중 정권의 닭짓은 IMF 측의 이해 못할 한국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위기의 조장이야 김대중 정권의 독창적인 작품이지만 증세와 이자율 상승, 그리고 구조조정 요구는 IMF 측의 의견이었다.. 좀 더 엄밀히 말을 하면 이 것은 IMF를 조정하는 미 내무성이 비슷한 위기에서 자국의 경제에 내린 처방과 정반대의 정책이었다.. 불황국면에 통화량을 감소시키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기름을 뿌리고 불로 달려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행태다.. IMF는 한국에게 그런 행태를 강요했으며 김대중 정권은 그 요구를 받아들여 온갖 오버를 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이것이 미국이 그간 품고 있던 한국 경제에 대한 두려움과 김대중 정권의 정략이 보기 좋게 맞아 떨어진 한 편의 사기극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한국경제를 두려워했다는 내 주장을 비웃을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하면 아시아 경제의 잠재력을 미국은 두려워했던 것이다.. 못 믿겠으면 지금 일어나서 비디오가게로 달려가 97년 이전에 개봉된 미국영화를 빌려보기 바란다.. 그 중 많은 영화들이 일본에 대한 선망이나 두려움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 미국이 아시아를 두려워 했던 것은 미국인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지 일본에 국한되지 않았다.. 제2의 일본으로 도약하는 한국 역시 그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두려움의 원천은 아시아의 경제체제가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을 자신의 체질과 동질화 시켜 예측가능 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한국의 외환위기는 그 좋은 기회였다.. 물론 이것은 내 추론이며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이것 말고는 IMF의 닭짓을 해석할 방법이 없다..
그간 우파진영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용미에 치중을 했다.. 그러나 반미를 부르짖던 한국의 좌파들의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를 위해 종미와 매국을 서슴지 않았다.. 설사 미국의 입장이 내 추론과 다르다고 해도 김대중 정권의 죄악은 용서 받을 수 없다.. 그들의 잘못된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자신의 정략적 목적을 달성한 정권이 바로 김대중 정권이다.. 또한 이렇게 자초한 위기는 김대중 정권의 매국행위에 꽃놀이패가 되었다.. 멀쩡한 기업의 해외 매각, 벤쳐사기 등등은 다음 글에 이야기하자..
시대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