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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와 포터에 대한 질문이 너무 많아서 다시 정리를 한번 해 봅니다.
물론 이 글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반드시 이렇다고 객관화하기는 힘듭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틀린 이야기가 아니니, 가이드와 포터로 인하여 고심하시는 분들은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트레킹을 가는 분들의 분류부터 해 보겠습니다. 아니 트레킹의 형태부터 분류를 하는 것이 이해를 하는데 더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1. 노 가이드, 노 포터
가이드와 포터 없이 본인이 모든 짐을 지고서 가는 스타일입니다. 대체로 일부 젊은이들에게서 볼 수 있으며 유럽의 트레커들은 대부분 이런 스타일로 트레킹하는 편입니다.
장점으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트레킹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트레킹은 자유배낭여행이 맞습니다. 어디서 자든지 또 무엇을 먹을 것인지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에 그만큼 융통성도 있고 자유롭습니다. 하루의 운행 시간이나 거리등도 본인 마음대로 결정하면 됩니다.
단점으로는 초행이거나 길치일 경우에는 심적인 부담이 큽니다. 비수기에 트레커들이 잘 안 다니는 코스로 갈 경우에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짐을 본인이 다 지고가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됩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우에는 의류를 포함한 장비가 많기 때문에 짐의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소가 희박한 히말라야 고소에서는 안 통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2. 포터 없이 가이드만
우리나라 트레커들 중에서 이렇게 가는 사람은 잘 없습니다만 유럽의 트레커들 중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자신의 짐은 자신이 진다는 사고방식이기에 대상지에 대한 안내만 필요한 경우입니다. 유럽의 가족 단위 트레커들은 대부분 이런 형태로 트레킹을 즐깁니다.
3. 가이드 없이 포터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스타일의 트레킹입니다. 가이드까지는 필요치 않고(그 중에서는 경비에 대한 부담도 약간 있을 수 있습니다) 무거운 짐으로 인하여 체력적인 부담이 될 때 도움을 받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웬만한 포터들도 어느 정도의 서바이벌 영어가 가능하기에 길 안내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영어가 전혀 안 되는 포터도 있습니다. 로컬 포터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로컬 포터는 트레킹 중에 체력의 부담으로 인하여(물론 처음에는 자신만만하였겠지만) 아니면 신체적인 이상(가벼운 부상이나 경미한 고산 증세)으로 인하여 중간 마을에서 포터를 갑자기 구하는 경우입니다.
4. 가이드와 포터, 두 사람 다~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가이드에게 끌려가는 트레킹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혼자서 트레킹을 할 경우에는 가이드피와 포터피를 다 부담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입니다. 연세가 많은 트레커인 경우나 아니면 단체 트레킹 팀들이 주로 이런 형태입니다. 물론 장점으로는 가이드와 포터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들을 챙겨주기에 히말라야 설산을 감상하면서 트레킹 그 자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반면에 트레커와 코드가 맞지 않는 가이드와 포터일 경우에는 사사건건 신경을 쓰게 만들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의외로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하면서도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긴다. 가이드가 친구나 파트너란 생각이 확 달아나버린다.
어떤 형태의 트레킹을 하던지 반드시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습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문제입니다. 어느 형태의 트레킹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십인십색(拾人拾色)이기에...
둘째로 가이드나 포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가장 정직한 답은 현지 트레킹 에이전시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트레킹 에이전시라고 뭐 대단한 것이 아니고 카트만두 타멜이나 포카라의 레이크사이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행사입니다. 이곳에서는 항공권을 비롯해서 버스표 예매, 가이드 및 포터 알선, 숙소 소개 등 트레킹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취급합니다. 하지만 여행사가 다 똑같지는 않기에 잘 선택을 해야 하는데, 트레킹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가이드북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론리 플랫]에 소개되는 메이저급 트레킹 에이전시가 비교적 괜찮으리라 봅니다만 그것도 완전히 믿지는 마시고 그냥 참고정도 하면 됩니다.
일단 트레킹 에이전시(이하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프로 장사꾼들입니다. 그것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경험한 닳고 닳은 장사꾼들이기에 아마츄어 트레커들이 그들을 상대로 합리적인 계약을 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덤탱이 쉬워 한 건 올리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바가지를 쉬우려고 할 것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최대한 가깝게 가려면, 우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네히트 카페(http://cafe.naver.com/trekking)에서 사전에 대략의 개념을 파악하고 간 다음에 몇 군데 여행사를 돌아보면서 견적을 받아 봅니다. 너무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은 사기에 가까울 수 있으니 주의를 하시고요.
어느 정도 적당한 가격으로 만족을 할 경우에는 계약을 하시되 반드시 서류로 작성하세요. 영수증이 필요하면 영수증도 발급 받고요. 나중에 엉뚱한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끔씩 자신들이 불리한 경우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경우도 제법 많습니다. 계약 자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팁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특히 한국인 여행사를 통해서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할 경우에는 더 더욱 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팁은 말 그대로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한 기간 동안, 봉사에 대한 감사 표시입니다. 무조건 주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트레킹 내내 트레커를 피곤하게 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주지 않아도 됩니다.
무조건 많이 준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팁은 전체 고용 금액의 약 10%가 적절합니다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이 있더라도 15%를 넘어서서는 안 됩니다. 팁을 많이 주게 되면 그것도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여 점점 더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다음에 가는 트레커는 정상적인 팁을 주고서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게 바로 여러분이 될 수 있습니다.
여행사 소속의 가이드나 포터들은 해당 여행사에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원칙으로 보아서 그들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대신에 늘 고정적인 일감을 보장받습니다. 그 수수료가 얼마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다만 우리가 짐작하는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힘없는 가이드나 포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입니다. 개별적으로 일감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간혹 카페 게시판에 포터를 소개한다면 휴대폰 번호가 등장하는 이유가 수수료를 떼이지 않고 바로 직거래를 하기 원하면서 생기는 일들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사를 통해서 10$에 포터를 고용했다면, 그 중 일부분이 여행사에 알선 수수료로 들어가고 나머지 포터가 가지고 갑니다. 트레커가 전액을 다 포터에게 지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런데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트레커와 포터가 다이렉트로 계약을 한다면 그 금액을 전부 포터가 가지고 가게 되겠지요. 그래서 포터들이 한국인 트레커를 만나면 자신을 다른 트레커들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서 휴대폰 번호 혹은 이메일을 가르쳐 줍니다. 물론 그 중에서는 좋은(?) 포터도 있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이드나 포터와 트레커의 관계는 상대적입니다. 즉 트레커가 가이드나 포터를 상대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란 말입니다. A라는 트레커와 트레킹할 때와 B라는 트레커와 트레킹할 때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트레커가 포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포터들도 처신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서 자신을 위해 봉사한다는 측은한 마음에서 조금 호위를 베풀어보면 어떤 포터는 너무 착해서 어쩔 줄을 모르기도 하고, 또 어떤 포터는 착각 및 오버하여서 트레커를 우습게 여기기도 합니다. 즉 밀고 당기는 적당한 관계를 트레커가 잘 유지해야 합니다.
포터들도 대략 세 종류로 분류를 할 수 있습니다. 트레커가 누구든지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는 순박한 포터와 트레커의 눈치를 살피면서 최선을 다하지만 중간 중간에 살짝 살짝 요령을 피우면서 약간 오버하는 포터와 서바이벌 영어가 가능하고 포터 경력이 아주 많은 즉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 포터입니다. 간혹 포터가 자신의 주제를 착각하거나 아님 트레커가 너무 초보로 생각되어 자신이 가이드인 양 행세를 하면서 오히려 트레커에게 요구나 지시를 하는 포터들도 있습니다. 특히 혼자 가는 초보 트레커나 여성 트레커들에게 그럴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나 이곳 네팔에서나 다 비슷합니다. 원래 대부분의 포터들은 순박했습니다만 많은 트레커들의 손 떼가 묻으면서 점점 닳기 시작하였습니다. 뭐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대부분이 어느 정도는 떼가 묻었다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여행이나 가이드 업을 하게 되면 관록이 붙으면서 요령도 생기게 되겠지요. 그런데 그게 좋은 쪽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미래에 대한 비젼이나 개념이 별로 없는 포터들은 우선 눈앞에 있는 약간의 이익에 눈이 어둡습니다.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하거나 갖은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하여튼 사람 다루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피곤한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가이드나 포터를 만나게 될 경우에는 그와 첫 대면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선 가이드나 포터의 라이센스를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를 따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트레킹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포터가 영어를 전혀 할줄 모를 경우에는 그를 소개 시켜준 사람을 통해서라도 전체적인 고용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금전적인 문제를 포함해서요. 가이드피나 포터피는 처음 고용 관계를 맺을 때, 전체 금액의 20~30%정도 지불하고, 나머진 트레킹이 끝나고 전액을 지불하면 됩니다. 루피로 지불해도 되고 달러로 지불해도 됩니다. 설령 여행사를 통해서 고용했더라도 전액을 사전에 지불하지는 마십시오. 돈을 다 지불할 경우에는 그들과의 거래 관계에서 그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이드와 포터를 둘 다 고용했을 경우에는 포터에게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됩니다. 모든 지시는 가이드가 알아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이드의 경우에는 포터보다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합니다. 숙소인 롯지를 정하는 것부터 그날 그날의 운행 일정을 결정하는 일까지 매번 가이드와 의논하여야 하는데 트레커의 의사결정보다는 그들의 관행과 요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일 가이드 의견을 무시하고 트레커의 뜻대로 운행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서로 불편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자면, 롯지 결정에 있어서 가이드나 포터들은 대부분 그들이 늘 다니는 롯지로 트레커를 데리고 갑니다. 그곳은 그 마을에서 시설 환경이 좀 뒤떨어지는 경우에 트레커와 마찰이 시작됩니다. 그들이 굳이 그곳을 고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친인척 집일 수도 있고, 늘 다니던 곳이기에 편한 단골집일 수도 있고, 다른 곳과는 달리 별도의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포터만 고용했을 경우에는 애로사항은 더욱 많아집니다. 일단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하여 서로 오해하는 경우까지 생겨납니다. 특히 여성 트레커일 경우에 포터가 안쓰럽고 측은해서 조금 관심을 보이거나 따뜻하게 대해주면 트레커인 여성이 자기를 좋아해서 그런가 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가이드가 젊은 연령층이라면 더 더욱 조심해야 하며, 여성 트레커일 경우에는 가이드와 포터를 대할 때 매사에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이드나 포터를 자신의 롯지 방에 들여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른 트레커들이 없는 외진 롯지일 경우에는 더 더욱 문단속을 잘 하여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 그럴 경우는 없지만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으니 조심하여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쿰부지역으로 트레킹을 가실 분들이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카트만두에서 루크라까지 항공편으로 이동을 합니다. 쿰부 지역은 전진 기지라고 하는 남체바자르가 3500m 이고 나머지 트레킹하는 대부분 지역이 4000m 이상의 고소지역이라서 포터를 동반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의 항공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 금전적인 부담을 느껴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 합니다. 그러면서 단순 포터보다는 가이드 겸 포터를 희망합니다. 즉 가이드와 포터를 두 명 고용하기에는 부담이 되니까 가이드를 해 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짐을 져 주기도 하는 [겸용]을 선호하는 편이더라고요.
가이드 겸 포터는 유별나게 한국인 트레커에게서만 요구되는 사항입니다. 물론 앞으로 중국이나 기타 후진국 트레커들이 몰려오면 그러한 요구들이 일반화되기도 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필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세상에는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간혹 그러한 물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물건의 가격이 저렴하면 그 이유가 반드시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비싼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비싼 것은 비싼 이유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싸면서도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율배반입니다. 가이드는 가이드 역할만 하고, 포터는 포터 역할만 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의 일을 요구하게 되면, 한 사람이 제대로 처리할 수가 어느 것 하나도 잘 할 수 없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가이드와 포터를 겸할 경우에는 가이드 역할도 충실하지 못하고 포터로써도 만족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두 가지를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 더 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원래 가이드 겸 포터는 없습니다. 네팔 노동자 협회에서 만든 제도인데, 네팔 여행사 협의회(TAAN Trekking Agency Association of Nepal)와 네팔 관광국 산하에는 가이드 라이센스와 포터 라이센스만 발급하고 있습니다. 가이드 겸 포터 라이센스는 별도로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식으로 국가에서 인정하는 라이센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네팔 여행사 협의회는 자기네끼리 단체를 형성하여 막강한 힘으로 트레킹 관련 각종 일들을 주관하고 또 자신들의 이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입니다. 뒤에 따로 이 협회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루크라에서 구하는 포터일 경우에는 대부분 쿰부 지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간혹 외지에서 일거리를 구하러 온 포터들도 있지만 그들도 어느 정도는 그 지역의 지리에 해박한 편입니다. 다시 말해서 쿰부 지역의 웬만한 코스는 한 두번 이상은 트레킹 경험이 있기에 이 부분은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많은 트레커들이 루크라에서 포터 고용을 선호하기에 즉 수요가 발생하므로 공급이 생겨났습니다. 공항 청사를 빠져 나오면 길거리에 수많은 포터들이 자신이 고용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트레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수많은 포터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포터와 컨택하는 일입니다. 나이가 어리고 왜소해 보이는 포터부터 체격 조건도 좋고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하는 포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자 어떻게 하면 이 많은 포터들 중에서 괜찮은 포터를 구할 수 있을까요? 가이드가 있다면 가이드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트레커가 직접 선택을 할 경우에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정답은 없습니다. 약간의 트레킹 내공이 필요하다는 정도로 밖에 말씀드릴 수 없네요.
간혹 그 포터들 중에서는 전문적으로 트레커와 컨택을 하고 나서 하루 정도의 트레킹을 같이 한 후에 갖은 이유(아버지가 위중하다. 혹은 집에 애기가 아프다)를 대어서 친구를 소개할테니 그와 함께 트레킹하라고 합니다. 트레커 입장에서 루크라를 벗어났고 그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가 없기에 그가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포터피를 선금으로 다 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날 그가 소개해 준 포터는 얼마간의 알선 수수료를 그 포터에게 지불하고 일반적인 포터피보다는 훨씬 싼 포터피로서 트레킹 포터를 하는 것이 됩니다. 공항에서 영어가 약간 가능하고 입안에 혀처럼 괜찮아 보이는 포터는 트레커와 컨택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포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당한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마을의 롯지나 가게를 통하여 소개를 받는 경우입니다.(카트만두에서나 포카라에서나 루크라에서나 다 비슷합니다.) 이 경우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알선 수수료를 일부 뜯기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루크라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포터들은 전부 프리랜서들입니다. 즉 여행사 소속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일거리를 찾아서 모여든 잡동사니 뜨내기 부대들입니다. 이들은 솔로 쿰부 지역에 각 골짜기 마을에 있는 젊은이 들이고 이곳에서 돈을 벌여서 고향의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순박한 네팔리들이었는데, 시간과 경험이 늘어나면서 또 조금씩 트레커들의 손 떼가 묻어지면서 차츰 안 좋은 쪽으로 변해가게 되었다고 보아야겠지요.
이제 가이드나 포터의 의미와 고용 관계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감이 오셨는지요?
세상의 모든 법칙처럼 이것도 반드시 이렇다는 정도는 없습니다. case by case 라고 경우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가이드나 포터이지만 A 트레커와 B 트레커의 경우가 다를 수 있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즉 트레커 하기 나름이라고 보아야겠지요. 가이드나 포터는 우리들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데 있어서 조력자로써의 역할은 분명한데 그것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정하는 것은 트레커들의 몫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전체적으로 다시 정리를 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여행사를 통하여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한다. 카트만두 타멜이나 포카라 레이크사이드에 가면 수많은 여행사들이 있습니다. 두 세 곳을 둘러보면서 견적 및 제반 사항을 물어보십시오. 가장 적당한 곳에 결정이 되면 세세한 항목까지 서류로 계약을 하십시오. 다음에 말을 바꾸거나 딴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인 여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뢰성이 담보되는 여행사에서 고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만 그런 여행사를 찾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일단 [론리 프래넷]에 소개된 메이저 여행사들을 한번 방문해 보시고 결정하시면 큰 실수는 없으리라 생각해봅니다.
2. 롯지나 가게, 식당 등을 통해서 소개를 받는다. 특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고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만에 하나 트레킹 중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그 가이드나 포터를 소개한 롯지나 가게, 식당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힘듭니다. 정식 알선 업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지인의 소개로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어느정도 저렴할지는 모르겠지만 위험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사 소속이 아닌(설령 여행사 소속이라고 해도 여행사와 조인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자신과 다이렉트로 조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가이드피나 포터피가 100% 자신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알선 수수료를 떼이지 않아도 되기에) 프리랜서 가이드나 포터들은 트레커에게 직접 컨택되기를 희망합니다. 네팔 정부는 트레킹 중, 가이드나 포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를 고용한 트레커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포터가 고산병이나 과로로 죽는 경우가 간혹 발생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나에겐 절대로 생기지 마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럴 때, 탄 소속 여행사에서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했다면, 그를 고용한 경비 중 일부가 보험에 들기에 어느 정도 안전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이므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3. 트레킹 중 갑자가 포터의 필요성이 생겨서 고용할 경우에는 그 마을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시고 고용하십시오. 그들의 정식 포터 라이센스가 없습니다. 루크라 공항 밖에서 대가하는 포터들도 그의 신원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간혹 나이가 너무 들어서 힘든 포터의 일을 하기가 곤란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가능하면 그런 사람은 고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너무 어려도 곤란하지만 노쇠한 포터가 무리를 하여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이런 무자격 포터를 고용한 트레커에게도 일부 책임도 있다는 것입니다. 돈 좀 아끼려다가 트레킹 전체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귀한 시간 만들어서 몫 돈 투자하여 평생의 소원이던 트레킹을 왔는데 사소한 일로 즐겁지 않은 트레킹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4. 가이드와 포터를 고용하지 않고 트레킹하는 것입니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측면은 있지만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면 그리 권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요즘도 일년에 몇 명의 트레커들이 실종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네팔 히말라야는 우리나라의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같은 곳이 아닙니다. 지리와 고도가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른 곳으로 산행을 가는 것이기에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합니다. 트레킹은 극기 훈련이나 엑스트림 스포츠가 아니기에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노 가이드, 노 포터가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대충 제 나름대로 가이드와 포터에 대하여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여행이나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는 출발하는 곳으로 무탈하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판단과 결정은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히말라야 원정대가 아니기에 여유 있게 유유자적하는 트레킹이 되시기를 기원해 드립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등장하는 “ No pain, No glory " 라는 말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도 맞는 말입니다. 값 싸고 품질 좋은 것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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