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의 '유지자위능이소사대(惟智者爲能以小事大)', 손초(孫楚)의 '귀소불사대(貴小不事大)' 등에 그 어원이 나타나며, 이에 준하여 조선시대에는 중국 명(明)나라에 대한 국가적 자세를 '근사대지예(謹事大之禮)'라 표현, 큰 나라를 섬겨 국가의 안존(安存)을 꾀하려 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의 '사대주의' 설명-
어느 나라나 국가적, 민족적 자존심에 흠집이 가는 문제는 금기시하거나 축소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그런 문제 중 하나가 사대주의이다. 사대주의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하여 나쁜 것이 아니라는 듯 변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분명히 조선왕조는 중국에 사대주의를 가졌으며 그것이 나라가 망한 근본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사전의 설명이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왕의 즉위는 물론 세자도 명나라 또는 청나라의 허락을 받았으므로 독립국가다운 면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왕이나 세자 책봉이 비록 의례적인 절차이긴 했으나 명이나 청에서 반대하면 무산될 수 있었다. 또한 명이나 청의 연호를 사용한 것도 치욕스런 사대주의 증거이다. 왕이 등극하면 ‘OO 몇년’식의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어야 했는데 명이나 청나라의 연호를 사용한 것이다. 삼국시대나 고려초에는 부분적으로 연호를 사용했는데 조선은 건국시부터 대한제국 수립이전까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조선이 사대주의를 기본으로 했다는 것은 해마다 명이나 청에서 책력(冊曆)을 받았던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오늘날 관점으로 ‘달력을 얻어와 배포한 것“에 불과하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책력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당시 책력은 백성들이 사용하는 달력이 아니라 통치수단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당시 책력은 일식, 월식 등 천문현상이 일어나는 날이 표시되어 있던 비밀서류였다. 유사 이래 일식, 월식, 혜성 등 천문현상은 왕의 통치력과 직결된 문제였다. 나라의 길조나 흉조로 해석하던 시대였던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기원전후부터 천문현상을 기록한 사례가 상당히 많다. 원본이 소실된 고구려의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 최고(最高)의 천문기록이었다. 일부 식민사학자들이 삼국사기는 고려 김부식이 중국 역사를 베껴 쓴 것이라고 폄하하면서 삼국사기에 기록된 일식 등 천체현상이 중국 역사책에 나오지 않으므로 사실이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한단다.
그런데 삼국사기에 기록된 천체현상을 분석해보면 관측자의 위치까지 알 수 있어서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각 천문기록을 남긴 증거가 된다고 한다. 즉 각국의 수도인 평양, 부여, 경주지역에서나 관찰이 가능했던 일식과 월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정확한 삼국사기의 기록이 중국에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니! 우리나라에서는 관측되었지만 중국에서는 관측되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중국기록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한 일단의 사람들이 한단고기를 받드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거기에 기록된 수천년 전 천체현상(오성결집)이 사실이란 점 때문이다.
기원전후 삼국시대부터 천체현상을 정확하게 관찰했는데, 1400여년 후 건국된 조선이 책력을 만들 능력이 없어서 중국에서 받아온 것이 아니다. 명이나 청은 조선이 책력을 받으러 온다는 점에서 자기들이 다스린다는 만족감을 가졌을 것이다. 세종대왕 시절 명나라 눈치를 보며 관상대를 설치하면서 책력을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가 포기한 것은 중국측에 '반역'으로 보일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도 분명히 사대주의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삼국시대부터 우리민족 유전자에 스며든 사대주의는 조선왕조에서 극에 달했고 대한민국 건국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미국방문에 나서는데 그때마다 조선왕조 시절 책봉이 연상된다. 당시에는 사신이 갔지만 지금은 본인이 직접 가니 더 심한 거 아닌가?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포격에 왜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의 눈치를 보며 유엔 안보리 회부,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국제 공조(共助)를 운운하는지. 이런 현상은 모두 사대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체사상 운운하던 북한은 지금 조선왕조보다 더한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다. 조선왕조는 청나라만 의지하고 국제정세를 무시하며 쇄국주의를 편 결과 망했다. 북한은 현재 중국에만 매달리며 조선왕조보다 더한 쇄국정책을 펴고 있다. 대한민국보다 농도가 몇 배 진한 사대주의를 갖고 있다. 중국에 구걸하는 대가로 항구도 내주고 땅도 내주고 바다도 내주고 있지 않은가. 조선말 역사에 나오는 '조차'니 '개항'이니 하는 단어가 연상된다. 또한 몇달전 김정일이 중국에 다녀온 목적이 김정은 후계문제라고 하던데 조선시대 세자책봉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어쩌면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은 사전에 중국의 코치를 받은 짓인지도 모른다.
때마침 중국은 서북공정, 동북공정을 진행하면서 우리를 비롯한 다른 민족의 역사를 자기네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럴 때 북한이 중국에 의지하니 중국으로서는 두 팔 벌리며 환호할만한 일이다. 사대주의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영원히 떨쳐낼 수 없는 악성 종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