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활어</b></p><p>               황사라</p><p> </p><p>속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싱싱해요</p><p>벌려지지 않는 조개는 살아 있는 거래요</p><p> </p><p>나를 단단히 여미고 싶을 땐 시장에 가요</p><p> </p><p>횟집 옆 원단가게 사장님은</p><p>둘둘 말아 놓은 천을 풀어 보여주시는데</p><p>아득한 바다가 출렁대는 줄 알았어요</p><p> </p><p>바위에 붙어 있는 게 굴만 있겠어요</p><p>저기 좌판 한 자리에 앉아</p><p>수십 년 동안 곰피를 팔아 온 할머니</p><p>손등 위에 물결무늬가 깊게 새겨졌네요</p><p> </p><p>흥정은 늘 미끄럽기 마련이지요</p><p>손 안의 물고기처럼</p><p>자칫하면 놓쳐버리고 말아요</p><p> </p><p>하루하루 쳐지는 나의 감정도</p><p>얼음조각으로 덮어 놓으면</p><p>조금 더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p><p> </p><p>바위에 수없이 부딪치면서도</p><p>제자리를 찾아가는 파도</p><p>물길을 잃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데요</p><p> </p><p>골목의 해류를 따라가다 보면</p><p>지느러미를 펄떡이는 물고기들</p><p> </p><p>나는 잊었던 기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p><p> </p><p> </p>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