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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불학 - 신념체계로서의 불교학>이라는 이름으로 새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 발간으로 그 동안 제가 썼던 논문들을 단행본으로 발간하는 작업이 종료됩니다. (고구려 승랑 스님 관련 논문들은 지식산업사에서 발간한 <승랑 -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에 거의 모두 실려 있기에 별도의 단행본으로 묶지 않았습니다.) PDF전자책은 리디북스 등에서 이미 유통하고 있고, 종이책은 다음 주 말 경에 유통될 겁니다. 표지와 머리말,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책머리에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학문용어가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학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가 저술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의 제목이기도 하다. 원래는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인들의 ‘동방 취향’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나, 이 책 발간 이후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을 의미하는 용어로 정착하였다.
그런데 이런 오리엔탈리즘의 유령이 아직도 국내외의 불교학계에서 떠돌고 있는지 “불교를 신앙으로 갖는 불교학자는 불교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없다.”라는 주장이 간혹 들려온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비판을 기독교에 대해 던져 보면, 이런 비판이 얼마나 편향된 것인지 알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354-430)와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는 물론이고 현대의 칼 바르트(1886-1968), 에밀 부르너(1889-1966), 폴 틸리히(1886-1965)와 같은 조직신학자,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1861-1930)나 한국의 김교신(1901-1945) 같은 무교회주의자 … . 이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의 신학을 어떻게 평할 것인가?
또 “기독교인 중에는 불교학자가 많은데, 기독교를 연구하는 불교도는 거의 없다.”라면서 불교인의 종교적 ‘옹졸함’을 비방하는 사람도 있다. 만일 세계역사가 지금과 반대로 전개되어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와 같은 불교국가들이 고도의 과학기술을 갖고서 무력으로 유럽과 미국 등 온 세계를 점령하였다면, 미개한 서구인들의 독특한 종교인 기독교에 대해 연민과 흥미를 갖고서 연구하는 불교도들이 많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는 곧 서구화를 의미할 정도로 역사의 물결은 역으로 흘러갔다. 불교인의 학문적 옹졸함을 비판할 게 아니라, 세계역사와 문화의 역학관계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반성할 일이다.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체계불학(Systemtic Buddhology)’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인문학을 넘어선 불교학의 연구방법론을 모색하다가 티벳불교 겔룩파의 수행지침서인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에서 그 해답을 찾으면서 필자가 고안한 신조어였다. 이 책의 제1부에서 ‘체계불학의 필요성과 보리도차제론’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에 대해 논의한 네 편의 논문을 모았다.
‘불교 윤리와 교육의 체계화’라는 제목을 붙인 제2부에 실린 세 편의 논문들은 모두 외부의 의뢰에 의해 작성한 것들이다. 「출가자와 재가자의 바람직한 관계」와 「생활윤리로 바로 서지 못하는 계율」은 참여불교재가연대에서 구체적인 제목까지 제시하면서 발표를 부탁하였고, 「재가불자교육의 체계화를 위한 시론」은 2005년 4월 ‘한국불교 교육체계의 재검토’라는 주제로 개최된 한국불교학회 제42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이 가운데 「출가자와 재가자의 바람직한 관계」는 2003년 7월에 경기도 용인의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 열린 제11차 참여불교세계대회에서 발표했던 논문으로, 초기불전과 율장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출가와 재가의 근본적인 차이, 재가자가 오를 수 있는 수행의 최고경지, 출가자를 향한 재가자의 조언과 비판의 범위 등 여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보았다. 그 당시 조계종 총무원에서 소임을 보시던 모 스님께서, 종무원들에게 필독을 권하셨다고 한다.
‘불교 교학의 재해석’이라고 제목을 붙인 제3부에서는, 불교의 일미성(一味性)을 유지하면서 대승불교, 밀교, 화엄사상, 천태교학 등의 중심 사상을 해석한 논문들을 모았다. 제3부의 앞부분에 실은 네 편의 논문 가운데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 단절인가, 계승인가?」에서는 ‘껍질이 육질인 양파’의 비유로 대승불교의 가치를 드러내었고, 이어서 「대승신화와 가상수행, 그리고 불교의 미래」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가상세계의 비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현대의 정보통신사회 속에서 미래 불교의 바람직한 모습을 모색해 보았으며, 「화엄사상에 대한 현대적 이해」에서는 화엄학에서 묘사하는 차방(此方) 정토인 화장장엄세계의 모습을 현대의 정보통신문명으로 설명해 보았고, 「<관음현의>의 여래성악설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서는, 천 수백 년 이상 천태학의 핵심 사상으로 간주되어 온 여래성악설(如來性惡說)이 천태 지의(智顗)의 불성 사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이론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리고 말미에 실은 두 편의 논문, 「무란 무엇인가?」와 「일상과 깨침」은 불교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도 불교적 깨달음의 의미, 불교와 세속의 관계, 다른 여러 사상과 비교한 불교의 특징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평이한 언어로 불교를 설명한 논문이다. 이 책 발간을 계기로 ‘한국적 체계불학’을 건립하려는 학문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기 바란다.
이 책을 끝으로 지금까지 내가 발표했던 논문들의 단행본 출간 작업이 일단락된다. 다양한 학술지에 흩어져 있던 나의 논문들을 주제별로 묶으니 총 일곱 권이 되었다. 각 논문집의 제목은 이 책 표지의 날개 면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얼마 있으면 경주 동국대를 떠난다. 정년퇴임이다. 2000년 3월 부임한 이래 만 23년이 흘렀다. 그동안 주말마다 고속버스 또는 KTX를 타고서 서울의 집과 경주의 학교를 오간 횟수가 천 번이 넘는다. 여러 해 전에 썼던 나의 시 한 편으로 소회(所懷)를 대신한다.
꿋꿋한 달과 별
경주 가는 고속버스
차창 밖 짙푸른 허공에 노란 달이 떴다.
구두점 같은 작은 별 하나 거느리고 …
터덜대는 진동을 요람 삼아 잠시 눈을 붙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뜨자 창밖 가득 검은 어둠이다.
저 멀리 지평선엔, 흩뿌린 보석 같은 도시의 불빛들 …
반원을 그리며 느릿느릿 다가왔다, 미련 없이 사라진다.
시선은 창밖 어둠을 응시하는데
한 뼘 머릿속엔 거품처럼 부풀다 꺼지는 부질없는 상념들 …
회한, 보람, 기쁨, 낙담, 걱정, 다짐, 안심 …
네 시간 남짓 지나자 버스는 가차 없이 경주로 들어선다.
스쳐 지나온 온갖 풍경을 모두 버리고 …
나 또한 꿈꾸듯이 명멸하던 온갖 상념을 모두 거두고
자세를 추스른다.
그때 커튼을 걷고 창밖을 보니
그 먼 거리 따라왔나?
서쪽 하늘에 꿋꿋하게 박혀있는
아까 그 달과 별 …
- 시집, <억울한 누명>에서
2022년 12월 12일 정년퇴임을 앞두고
도남 김성철 합장 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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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머리에 3
차 례 7
제1부 - 체계불학의 필요성과 보리도차제론 11
1 Systematic Buddhology와 보리도차제론 13
Ⅰ. 근대적 불교학의 형성과 그 문제점 13
Ⅱ. 조직신학에 비견되는 체계불학의 필요성 24
Ⅲ. 체계불학의 과제 29
Ⅳ. <보리도차제론>의 체계불학 32
*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갖추어야 할 지식 35
1. 하사도 - 삼악도를 벗어나 …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는 길 36
2. 중사도 - 번뇌를 끊고 … 열반을 얻고자 하는 출리심의 성취 36
3. 상사도 - 대보리심을 발하여 불과를 위해 보살행을 닦는 길 36
2 현대 불교학의 과제와 해결 방안 43
Ⅰ. 문제의 제기 43
Ⅱ. 인문학적 불교학의 형성과 한계 47
Ⅲ. 기독교 신학과 대비한 현대 불교학의 문제점 50
Ⅳ. 인문학과 불교학의 공통점과 차이점 54
Ⅴ. 향후 불교학의 바람직한 방향 58
Ⅵ. 체계불학의 한 예 - 티벳의 <보리도차제론> 60
3 불교학의 식민성 극복을 위한 길 63
Ⅰ. 현대불교학의 빛과 그늘 63
Ⅱ. 체계불학의 필요성 67
Ⅲ. 체계불학에 토대를 둔 실천불교학의 필요성 72
Ⅳ. <보리도차제론>의 체계불학 76
Ⅴ. 실천불교학의 정립을 위한 몇 가지 단안 83
1.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84
2. 불교학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85
3. 출가자는 노동을 해서는 안 되는가? 86
4. 보살도를 지향하는 대승불교의 출가와 재가는 평등한가? 87
5. 불교신행의 현장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88
4 티벳불교의 수행체계와 보살도 91
Ⅰ. 티벳불교의 형성과 <보리도차제론> 91
Ⅱ. <보리도차제론>의 수행체계 100
예비적인 가르침 103
수행의 준비 104
하사도 106
중사도 110
상사도 112
Ⅲ. 보살의 마음 - 종교심, 도덕성, 출리심, 보리심, 청정견 123
제2부 - 불교 윤리와 교육의 체계화 125
5 출가자와 재가자의 바람직한 관계 127
Ⅰ. 출가자와 재가자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127
1. 초기불전에서 말하는 출가자와 재가자 129
2. 대승불전의 출가자와 재가자는 보살로서 동등한가? 131
3. 불교지도자의 신분에 대한 재검토 134
Ⅱ. 출가자의 삶과 재가자의 수행 목표 135
1. 출가자는 최소한 어떻게 살아야 할까? 136
2. 재가자는 최대한 어느 경지에까지 오를 수 있을까? 139
Ⅲ. 출가자와 재가자의 바람직한 관계 143
1. 재가자를 위한 출가자의 역할 143
2. 출가자를 위한 재가자의 역할 146
6 생활윤리로 바로 서지 못하는 계율 153
Ⅰ. 깨달음과 계행의 관계 153
Ⅱ. 재가불자에게 계행이 중요한 이유 156
Ⅲ. 인과응보와 계행에 대한 유식학적 조망 160
Ⅳ. 불자들이 계를 잘 안 지키는 이유 164
Ⅴ. 계행의 생활화를 위한 제언 167
7 재가불자교육의 체계화를 위한 시론 173
Ⅰ. 들어가는 말 173
Ⅱ. 불교의 세계관, 우주론이 제시되어야 한다. 178
Ⅲ. 불교신행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185
Ⅳ. 연령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190
Ⅴ. 출가자와 세속을 매개하는 전문 인력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197
Ⅵ. 참회기도법이 새롭게 개발되어 적극 보급되어야 한다. 200
Ⅶ. 맺는말 205
제3부 - 불교 교학의 재해석 211
8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 단절인가, 계승인가? 213
요약 213
I. 대승불전은 불설인가? 215
1. <대승장엄경론>의 대승불설론에 대한 검토 215
2. 티벳불교의 뗄마(gTer Ma)와 위경(僞經)의 문제 220
3. 불설과 비불설,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225
II. 초기불전과 아비달마교학에서 찾아본 대승불교 교리 228
1. <본생담>의 보살과 대승 보살들의 육바라밀 228
2. 삼천대천세계설(三千大千世界說)과 타방불국토 231
3. 뗏목의 비유와 <반야경>의 법공 234
III. 대승불교는 양파의 껍질과 같은 불교의 본질이다. 238
참고문헌 240
9 대승신화와 가상수행, 그리고 불교의 미래 245
Ⅰ. 종교신화 - 진실인가 허구인가? 245
1. 몇 가지 힌두신화 245
2. 종교신화는 허구인가? 250
Ⅱ. 대승신화의 가치와 대승의 기원 253
1. 몇 가지 대승신화 253
2. 대승신화의 종교적 효력 260
3. 티벳의 뗄마(gTer Ma) 전통에서 말하는 대승의 기원 262
Ⅲ. 금강승의 가상수행과 불교의 미래 264
1. 티벳 금강승의 가상수행 265
2. 현대의 가상문화와 불교의 미래 272
10 화엄사상에 대한 현대적 이해 277
Ⅰ. 화장장엄세계의 성립신화 277
Ⅱ. 화장장엄세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 286
1. 화엄신중의 세계 286
2. 화장장엄세계의 구조 288
3. 상즉상입의 의미에 대한 과학적 해석 294
Ⅲ. 화엄신화와 정보통신사회 301
11 <관음현의>의 여래성악설에 대한 비판적 검토 307
국문초록 307
Ⅰ. <관음현의>의 저자와 여래성악설의 문제 309
Ⅱ. <관음현의>의 구성과 여래성악설의 의미 312
1. <관음현의>의 구성과 여래성악설의 위치 312
2. 오종불성론과 여래성악설의 의미 317
Ⅲ. 여래성악설의 정합적(整合的) 이해를 위한 모색 322
1. 지의의 저술에서 찾아본 여래성악설 323
2. 여래성악설의 연원 - <유마경>, 아비달마교학, <본생담> 325
3. “여래에게 성(性)으로서의 악(惡)이 있다.”는 오해 329
4. 여래라고 해도 법문(法門)으로서의 악을 끊을 수 없다. 332
Ⅳ. ‘여래성의 악’에 근거한 여래의 용악(用惡)과 행악(行惡) 334
참고문헌 341
* 독각행자 영산회상도 - 익명의 불교도 344
12 무란 무엇인가? 345
Ⅰ. 무와 더불어 사는 우리 345
Ⅱ. 무는 어떻게 논의되었나? 347
1. 서구사상의 무 348
2. 인도사상의 무 352
3. 중국사상의 무 356
Ⅲ. 무는 어떻게 조성되는가? 359
Ⅳ. 무는 어떻게 분류되는가? 361
1. 세계 내의 무 362
⑴ 시간 속의 무 362
⑵ 사유 속의 무 366
2. 세계 밖의 무 368
3. 세계 밑의 무 371
Ⅴ. 종교적 무 375
1. 절대무의 자각과 논리 377
2. 절대무의 윤리와 종교 382
13 일상과 깨침 385
Ⅰ. 일상이란? 385
Ⅱ. 일상의 해체와 구성 388
1. 인지적 일상의 해체와 구성 391
⑴ 중관적 해체와 구성 393
개념의 해체와 구성 393
관계의 해체와 구성 397
판단의 해체 399
⑵ 화엄적 해체와 구성 403
2. 감성적 일상의 해체와 구성 409
Ⅲ. 다시 일상으로 413
1. 정화된 하나의 분별 413
2. 해체의 나락과 탈출 416
첫댓글 감사합니다 교수님^^_()_
교수님 책 주문했습니다.
불교 초심자입니다. 불교 입문한지 일년정도 되었는데 이리저리 많이 방황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유튜브를 통해서 교수님 뵙고 대단한 지식과 강의에 굉장히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카페 가입하고 이 글 보자마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 주문했습니다.
교수님의 정성과 땀이 가득한 보물같은 책 감사히 보겠습니다.
5학년으로 접어든 불자입니다
우연히 알게되어 유트브로 책으로 교수님의 주옥같은 법문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졌던 의문들이 풀리는 듯하여 너무 감사드립니다. 늦은감은 있지만 열심히 공부하려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교수님 ~~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지금까지 교수님 덕분에 불교를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체계불학,꼭 사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필요와 상황에 따라 책을 보았는데 이번 체계불학을 기회로 대간을 잡고 공부해야 겠습니다.교수님 고맙습니다._()_
소중한 서적 안내 감사드립니다..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꼼꼼하게 잘 읽어 보겠습니다..
편하게 구매해서 편하게 읽어보는 것 또한 저에게 주어진 큰 복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교수님 계시듯 오늘도 저는 교수님 유튜브 강의를 열심히 들었습니다. 제 나이 오십에 막연히 교수님 계신다던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입학이 가능한지 찾아보곤 했었습니다. 교수님 책 읽고 또 읽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