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풋감을 보며
어느 해였던가.
온 바다가 하얗게 뒤집혀
하늘로 비상하는
기묘한 형상이
온 섬을 뒤덮다 가면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별 무리가 한가로이 놀곤 했었다.
그 밤이 지나면
친구네 감나무 가지가 월담해
떨어진 우리 집 뒤란엔
처참하게 뒹구는 풋감과
푸른 잎들이 매달린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치워야 하는 수고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조막손에 고스란히 남은 풋감은
물을 채운 항아리에 넣고
떫은 맛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고 또 우려야 하지만
그 긴 시간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칠월의
비 오는 거리를 걷다가
낡은 경차 바퀴 옆에 떨어진
풋감을 본다.
그리고
무심히 그곳을 지나치다
발걸음을 되돌려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시절
떫은 맛이 사라진 풋감은
어떤 맛이었는지
잊은 지 오래고
풋감을 줍던 마음도
잃은 지 오래인데
어쩐 일인지 그 자리를
쉬이 벗어날 수 없었다.
맑은 하늘 아래
말라버린 세상은
그리운 시간들도
마르게 하는 것일까
아파하며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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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칠월의 풋감을 보며
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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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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