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아기 예수의 봉헌(2)
그는 자기 팔에 안긴 이 아기가
바로 하늘의 주재(主宰)이심을 몰랐다.
영광의 왕(王)이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온 유대의 제사 제도의 기초가 되시는
분이심을 전혀 생각지 않았다.
제사장은 장자 명부에 “예수(Jesus)”라고
아기 이름을 공식처럼 기입하였다...
성전으로 들어가는 문에 이르러서야
그들의 마음은 비로소 홀가분해졌다.
친척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사가랴는 기분이 좋아서 떠들어댔다.
아기 요한을 안은 엘리자벳의 얼굴은 웃음으로 빛났다.
사무엘은 큰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이 친구는 언제나 비판적인 태도였으나
역시 허물없이 사귈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예수를 낳은 후 엘리자벳과 마리아는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엘리자벳과 사가랴는 그 동안 세 번이나
베들레헴으로 문안을 갔던 것이었다.
일동은 즐거운 낯으로 성전 안으로 들어섰다.
제사드릴 제물을 사기 위해 성전 바깥뜰에 들렸다.
마리아는 요셉의 지시를 받으려고 그를 쳐다보았다.
율법에 규정한 대로 그들은 번제(燔祭)로
일 년 된 어린 양 한 마리와 속죄(贖罪)로
비둘기 새끼 한 마리를 사서 드려야 하였다.
그러나 율법의 규정에 의하면
만일 부모가 너무 가난하여 어린 양을
드릴 수 없는 경우에는 산(山) 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드렸다.
한 마리는 번제로, 한 마리는 속죄제물로 드렸다.
그들은 돈이 넉넉하지 않았다.
가브리엘과 사라에게 외양간 숙박료를
톡톡히 털렸기 때문이었다.
요셉은 살찐 비둘기 두 마리만 사기로 하였다.
한 마리는 마리아가 고르고
한 마리는 그가 선택하였다.
요셉은 비둘기 두 마리를 들고서 성전 안 뜰로 들어섰다.
마리아는 잠든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따라갔다.
제사장들은 그들을 아주 남루한 옷을 입은
갈릴리 사람으로만 여겼다.
요셉과 마리아는 가난하였기 때문에
그 아기나 부모에 대하여 별로 유의하지 않았다.
제사장은 그의 공적인 의식을 행하였다.
그는 아기를 그의 팔에 안고
제단 앞에서 쳐들고 봉헌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아기를 돌려주었다.
그는 자기 팔에 안긴 이 아기가
바로 하늘의 주재(主宰)이심을 몰랐다.
영광의 왕(王)이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온 유대의 제사 제도의 기초가 되시는
분이심을 전혀 생각지 않았다.
제사장은 장자 명부에 “예수(Jesus)”라고
아기 이름을 공식처럼 기입하였다.
요셉과 마리아가 제물을 드리기 위하여 들어갈 때였다.
시므온이라는 노인은 한 가족이
그들의 장자를 바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봉헌식을 마치고 나올 때에 기둥 뒤에서
야윈 그 노인이 튀어나왔다.
반 소경이 된 노인은 햇볕에 눈이 부셔
허둥지둥하면서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성전 일에 밝은 제사장 사가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을 들어
진정시키며 수염 사이로 입을 열었다.
“걱정 말아요. 이 양반은 시므온이라는 분이오.
이 성전에 언제든지 계시는 노인이야.
우리를 해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주 연세가 높으신 노인이시군 그래.”
사무엘도 안심하였다.
사실 시므온(Shimeon)은 아주 노쇠해서
살아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초췌하였다.
“이 노인은 경건하고 착한 분이야.”
사가랴가 되풀이해서 말하였다.
“그리고 이 어른은
성령(聖靈)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어.
이분은 성경을세심히 공부하는 사람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죽기 전에 메시아가
인간 세상에 태어나실 것이라는 약속을 주셨대.”
모두들 주춤하고 서있는 앞으로
이 남루한 모습의 키 큰 노인이 걸어왔다.
아기를 안고 있는 마리아와 요셉에게 이르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는 기쁨에 도취되어
아기 구주(救主)를 공중에 쳐들면서,
목 메인 소리로 감사 기도를 드렸다.
“주권자이신 주님,
이제는 약속하신 대로 이 종을 놓아 주셔서,
내가 평안히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눈으로 직접 본 주님의 이 구원(救援)은
모든 사람들에게 베푸신 것으로,
이방인들에게는 주님의 뜻을 보여 주는 빛이며,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榮光)된 것입니다.”
순간 엄숙한 침묵이 흘렀다.
기도를 마친 그는 이제는 눈을 감고
죽을 수 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성전 뜰에 있던 많은 남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법석대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은 젊은 어머니 앞에 선
주름살투성이의 이 노인에게 집중되었다.
시므온은 그리스도에 대하여,
그분은 이스라엘에게 영광일 뿐 아니라
이방을 비추는 빛이 되리라고 예언하였다.
그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단순히
이스라엘의 구원자로서가 아니라
세상의 구주로 바라보기를 원하였다.
“이 아기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입니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아기를 믿지않아 망하기도 하고
믿어서 구원을 받기도 할 것입니다.”
외치는 노인의 움푹 패인 두 눈은
마리아를 향하여 빛나고 있었다.
그는 다시 뼈가 앙상한 오른손을 들었다.
그 가느다란 집게손가락으로
마리아의 가슴을 겨누면서 예언을 하였다.
“그때 당신은 마치 예리한 칼에
찔리듯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마리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그들의 숨겨진 생각은 다 드러날 것입니다.”
말을 마친 그는 생애의 마지막 작별이라도
고하는 듯이 두 손을 흔들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모두들 어리둥절하여 서 있는데
또 난데없는 소리가 들렸다.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시므온이 나타나던 쪽으로부터
무릎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이 할머니도
믿기 어려울 만큼 연세가 드신 분이야.”
사가랴가 중얼거렸다.
“시므온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안나(Anna)라는 할머니야.
84년 동안이나 과부로 지낸 분이야.
이 성전이 세워진 이래로 여기를 떠난 일이 없었어.”
“그런데 뭐라고 떠드는 것입니까?”
안나는 마리아 앞에 오더니
애를 써가며 간신히 일어섰다.
잠든 아기를 들여다보며 말하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그 말이 어찌나 분명한지 죽어가는
시므온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아이야말로 백성을 구원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