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실태조사 결과 부정하는 교육감 후보들의 인권의식 개탄한다!
오는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지방선거에 충남지역 여러 명이 교육감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들은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라거나 고교평준화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의 우려를 넘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미 천안과 아산지역 고교평준화는 이해 당사자인 학생들의 전수조사로 각각 73.8%, 69%의 높은 찬성 응답률로 결정된 사안이다. 특히, 충남교육청에서 실시한 학생인권실태조사(2022년 2월26일 결과 발표)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초등학생 86.6%, 중학생 75.5%, 고등학생 65.6%가 긍정 응답을 하였다.(표집 1,870명) 교원도 초등 교원 89.6%, 중등 교원 76.9%가 긍정 응답을 하였다.(표집 1,663명) 대부분의 학교 구성원들이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에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중등교장 출신의 한 후보자가 헌법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는 주장을 해 눈총을 사고 있다. 이는 학교장 출신으로서, 학생인권조례를 부정하는 내면 인식이 학생인권실태조사 결과에서 초·중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등학생들에게 낮은 응답을 보인 것에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안의 최고 책임자인 법령이 정한 범위에서 학칙을 제정하고,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자이다. 충남학생인권조례 제46조(교직원과 보호자에 대한 인권교육)에 보호자 및 교원들의 인권교육 의무를 명시한 것은, 아동이 권리주체성 인식을 갖거나 양육되는 환경에서 보호자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오랜 세월 헌법적 정당성도 없이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심지어 침해를 해왔다. 그렇기에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장과 교육감에게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부여했다. 학생들이 인권보유자임을 인지하도록 교육하는데, 시대적으로 꼭 필요한 조례다.
일부 교육감 후보들은 윤리, 인성, 인륜 등을 언급하며 인권을 하위 개념에 놓고 학생인권조례를 맹비난하며,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에 관한 사무를 고유하게 분장하기 위하여 설치된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서 학생의 인권이 헌법과 법률, 협약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존중되고 보장될 수 있도록 관할 구역 내 학교의 운영에 관한 사무를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에 관한 조례안의 작성 및 제출 권한이 인정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2017헌마1356) 이 사건을 청구한 보수 세력은 청구 요지에서 학생인권조례 내용이 차별금지, 학생들의 기본권적 자유 보장으로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과잉금지원칙’위반, 법률이 없는 조례 제정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모두 부적법한 주장임을 밝히고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 각하의 결정을 내렸다.(2019.11.28)
교육감 후보들은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교육감의 권한을 확인하고, 지방교육청을 법치의 원칙에 따라 운영하려는 기본 교양과 지식은 갖춰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2050 교육의 미래보고서는 지금 인류에게는 확대되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행성 경계를 초과하는 자원 사용, 민주주의 후퇴, 파괴적인 기술 자동화 및 폭력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이 놓여있다고 진단하며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의 필요성과 그 계약은 인권에 대한 약속에 확고하게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교육은 집단적 노력을 중심으로 우리를 통합하고 사회, 경제 및 환경 정의에 기반을 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 과학 및 혁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고, 환경, 기술, 사회적 변화에 대비하는 동시에 과거의 불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서 재정의하고 있다.
일부 교육감 후보들의 주장처럼 특권교육을 용인하고 입시경쟁에서 살아남아 지방에서 수도권 중심의 대학에 입성시키는 것으로 평가받는 교육은 미래 교육의 방향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대평가된 내신성적을 입시에 반영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광주과학기술원 김희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전쟁터라고 말한 비율이 80.8%에 달한다고 한다.(중국 41%, 미국 40.4%, 일본 13.8%)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는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고 했다. 최소한 교육감 후보들은 지금의 학교와 공교육, 그리고 경쟁적 입시, 대학서열체제가 학생들에게 야만인지 아닌지를 진단하고, 전쟁터가 된 교육 환경을 혁신하여 더 이상 학생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이 인격 도야와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본연의 목적에 더해 전 지구적 위기에서 지속 가능한 문명의 전환을 일으키는 데에 학습자들이 기여하고,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평생 교육과정으로서 교육 정책의 전망과 미래 사회의 희망을 보여주는 게 마땅할 것이다.
2022. 4. 5
충남교육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