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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삶의 터전이자 제 2의 고향 | ||||||||||||||||||||||||
비엔티안 '엄마손반찬' 전영섭 사장, 정수기라도 지원했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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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는 교민과 주재원 등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1200명 정도가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한국인 중에는 개인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정착한 사람도 있고 회사를 대표해 나와 있는 상사 주재원, 또 종교전파를 목적으로 들어왔다가 삶의 터전을 꾸린 사람도 있다.
이나라 최고의 펜션을 만든 한국사람이 있는가하면 중고자동차매매상을 운영하며 '성공'이라는 반열에 오른 사람도 있다. 특히 라오스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중 한 사람인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과 라오스를 통틀어 최대 가구점을 오픈한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이다. 이 외에도 대형호텔을 경영하고 한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렇듯 이곳에 정착한 동기야 어떻든 초창기 라오스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국인신분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난관을 헤쳐가며 성공한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다. 흔치는 않지만 이들 중에는 홀홀단신으로 라오스를 찾았다가 가족 모두를 불러들여 정착한 한국인들도 몇 몇 눈에 띈다. 가족 모두가 라오스에 살면서 작지만 내실을 기하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내리고 현지인처럼 살아가는 한인 1세대. 비엔티안 쌩다라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전영섭 사장(71)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지난 1997년 3월, 라오스에 첫발을 내딛은 전 사장은 이곳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한국인에 의해 개발된 '신닷까올리전문점 쎄븐플러스'를 옛 대사관 앞에서 시작했다. 라오스 말도 모르고 음식도 맞지 않는 이곳에서 시작한 그의 첫 사업은 돈 버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가 사업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우리 한국인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었고 또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특히 음식점의 넓은 부지를 활용해 결혼식과 각종 모임장소로 라오스 사람들에게 제공되었고 지금은 비엔티안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그에게는 희망이었고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준 '신닷까올리', 현재 그의 사위인 최상민 씨가 이어받아 큰딸과 함께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이 음식점은 비엔티안 찾는 한국인에게도 꼭 한번 들러, 맛을 보고 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전 사장은 자신의 손때가 묻은 이 음식점을 지난 해 큰딸부부에게 넘겨 주었다. 그는 "저는 나이도 있고 이곳 말을 잘 모르지만 큰딸 부부는 이 나라 말을 잘한다. 그러다보니 제가 운영할 때와 다르게 체계도 만들고 직원들을 철저하게 교육시켜 한국인들의 습성에 맞게 서비스하고, 또 이곳 사람들에게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음식점을 큰딸부부에게 넘겨 준 전 사장은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쌩다라에 현재의 '엄마손반찬'을 열고 교민들에게 토종반찬을 공급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김치와 깍뚜기, 장아찌 등 순수한 우리 반찬을 라오스에 선보였다.
전 사장은 또 이곳에 정착한 1세대답게 많은 것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는 "공부는 지식이고 생활은 지혜다. 물론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가 나오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숨돌릴 틈 없이 각박하고 치열한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라오스를 선택했다"고 정착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몸과 마음이 항상 바쁘고 아이들도 고생이지만 라오스는 정반대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고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여유가 있고 마음 또한 편한 나라가 라오스"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비싼 영어과외다 학원이다 하며 고생시키는 것보다 밖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라오스말과 영어로 해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곧 공부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오스는 공산주의체제라 치안이 걱정된다고 말하는 것은 잘 못 알고 있는 상식"이라며 "이곳은 우리나라 6, 70년대 수준으로 주변국 중에서는 치안이 가장 확실하고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나라"라고 강조하고 "치안이 불안하다면 제가 십년이 넘게 정착하면서 과연 살아 남을수 있었겠냐"고 말하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 사장은 "어떤 이는 최근에 이곳 사람들이 너무 되바라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말도 안 돼는 소리"라며 "급할 게 없는 라오스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만약, 라오스 사람들이 변했다면 그 책임은 결국 이곳에서 사는 한국인을 포함한 다수의 외국인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흔의 나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한 전 사장은 "생각해보세요. 한국에 있었으면 경로당이나 왔다 갔다 해야 할 제가 아직도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은 마음과 몸이 편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한국에 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아마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곳에 올 정도로 나에게는 제2의 고향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라오스를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충고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 부쩍 많은 한국인들이 라오스를 찾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빨리빨리'를 외치며 우리식으로 이 사회에 접근하고 있다"며 "먹고 사는 것도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른 이들에게 하루아침에 우리식으로 바꾸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하고 "여기는 라오스니만큼 너무 우리스타일을 고집하지 말고 라오스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더불어 살다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과거야 어떻든 라오스에 정착해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그들은 우리처럼 시끄럽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밖에 나가면 종종 한국인을 비난하는 소리를 들리지만, 일본사람을 욕하는 라오스인이 거의 없다"며 "그 이유는 바로 겸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교민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재료가 한국산입니까? 중국산입니까"라고 묻는다며 "아직도 우리 식탁에서 중국산 빼면 먹을 게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하고 "라오스에서 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자"고 반문하고 "중국산 한국산 따지는 것을 보면 '손님은 왕'이라는 관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라오스 야채는 말 그대로 천연무공해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라며 "세상이 변하고 세계가 하나인 글로벌시대에 열악한 라오스에서 우리 것만을 너무 고집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라오스에 거주하는 교민과 단체, 사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가게인 엄마손반찬은 산간오지의 한국인들에게도 반찬을 공급하고 있다. 버스로 14시간이 소요되는 싸냐부리주 공사현장과 빡세의 한국인 단체에 이르기까지 라오스 전역에 우리음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어 김 상무는 "처음에는 재료가 달라 우리 입맛에 맞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먹어보니까 맛도 있고 한국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말하고 "우기에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반찬이 오는데 사흘씩 걸릴 때도 있지만 사장님내외가 꼼꼼하게 포장해 보내기 때문에 맛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며 "비엔티안에 돌아가면 맛은 검증됐으니 많이만 보내달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김치와 장아찌 등 엄마손에서 보내 온 각종 반찬을 내 놓았다. 전영섭 사장은 인터뷰에서 "라오스에 살다보니까 이제 욕심도 사라지고 이곳 사람들을 돕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며 "우리나라 정부나 단체, 각종 기관에서 이것저것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 어린학생들에게 마음놓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어주기가 힘들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정수기라도 지원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각종 질병에서 자유로왔으면 좋겠다"고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전 사장은 "우리나라 부영그룹이나 코라오그룹이 원주민을 위해 학교도 지어주고 디지털피아노를 선물하는 것을 보고 이곳에 거주하는 교민으로써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며 "우리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이들을 도와줘야 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