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빼어난 보컬이며 동시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문진오의 3집은 그가 한결같이 진지하고 따뜻한 사람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보컬로 번잡한 세상일에 목소리를 높이는 민중가수이지만 자신의 앨범에서는 더 이상 젊음이 아닌 중년의 기성세대로서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자신의 속내를 일기처럼 묵묵히 담아내고 있다.
'문진오'는 그야말로 노찾사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온 가수 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1989년 노찾사 2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에 합류해서 1994년까지 노찾사의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며 대표가수로 공인되었다. 또한 노찾사 3집과 4집의 녹음에는 메인 보컬로 참여했으며,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크고 작은 공연에서 가수들의 맏형으로서 그 소임을 성실하게 다한 것이 그를 노찾사 내부에서도 '대표가수'로 인정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활동을 시작한 노찾사의 지금 시점에서도 그는 여전히 노찾사의 메인 보컬로 활동 하며 그의 우직한 성품을 보여주고 있다.
1집 ‘길 위의 하루’ 와 2집 ‘오래 꾸는 꿈’을 거치며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노찾사 출신의 가수 문진오가 3집 ‘작고 푸른 점’을 발표하며 이제 본격적인 중견 가수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3집의 제목 ‘작고 푸른 점’은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뜻한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가냘프고 위태로운 아름다움. 그리고 그 지구라는 곳에서 문진오가 겪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롯이 음악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거의 모든 대중음악이 기계적 사운드로 과대 포장 되어지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가득한 대중음악의 현실에서 문진오의 3집은 그에 대항이라도 하듯이 원초적인 보컬의 힘과 자극적이지 않은 사운드로 듣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노찾사의 정신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가 직접 작사 작곡 한 곡 중 ‘우린 왜 그때’는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음직한 젊은 시절의 아련한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가벼운 터치로 회상 하고 있고. 그가 같이 몸 담고 있는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도 같이 느껴지는 ‘친구여’는 5월처럼 찬란했던 젊음의 시절을 살아왔던 이른바 386세대에게 다시 한번 가슴을 펴고 뜨겁게 우리의 삶과 사회와 역사에 대해 우리 세대의 책임을 이어 갈 것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문진오의 이번 3집 음반 ‘작고 푸른 점’은 우리나라 포크 음악과 진보적 대중음악의 뿌리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온갖 어지러운 사운드의 홍수 속에서도 보컬과 노래의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