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이를 보낸 후 우리 가족은 몇 일의 휴가를 얻어 양양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음도 추스리고, 몸도 쉬고, 또한 그동안 명원이로 인해 좀 소홀했던 효원이와 시간도 보낼 겸 해서요.
잘 쉬고 돌아왔고, 최대한 일상 속으로 빨리 들어가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또 작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실 명원이를 하늘나라에 보내기 직전 명원이의 동생을 임신했었습니다.
명원이를 바라 보며 '너도 이제 언니 또는 누나야' 하며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명원이를 떠나 보내는 등의 과정을 겪으며 힘들었었는지 임신 한달만에 그 아이가 유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태명도 시원이라고 부르고 명원이에게도 말도 해 주었었는데,
또 명원이로 힘든 중에도 혹시나 태중의 시원이에게 영향을 줄까봐 최대한 슬픔과 고통도 잘 참아 내었었는데
아기는 엄마 아빠가 슬픔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붙들어 준 뒤 뱃속에서 먼저 떠났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9년 10월 2일 명원이의 동생이 드디어 태어났습니다.
아기 이름은 또 다시 시원이라고 지었습니다. 뱃속에서 먼저 간 시원이의 이름을 물려 받았지요.
그런데 우리 시원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하늘나라로 간 명원이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명원이와 너무 닮았습니다. 생긴 것, 우는 표정 등등 너무 닮았습니다.
시원이를 키우면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서 명원이를 데려가신 뒤 모든 아프고 연약한 부분을 다 건강하게 고치시고, 그리고 보너스로 고추까지 달아서 다시 보내 주신것만 같다는 생각...
너무 건강하고, 순하고, 씩씩하게 시원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시원이는 명원이가 살다간 7개월을 넘겨 이제 8개월이 되었습니다.
명원이를 보내고 다 치유되고, 회복되고,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시원이를 키우면서 하나씩 하나씩 정말 마음 속 깊이 있던 아픔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경험을 합니다.
처음에는 시원이를 가졌을 때 염려도 좀 되었습니다.
'또 다시 이 아이가 명원이와 같으면 어쩌지?"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질문 하기도 햇습니다.
'시원이가 같은 문제가 있어도 명원이 처럼 다시 낳고 키울 수 있을까? '
물론 우리가 욥과 같은 정도의 의인이 아니기에 그런 정도의 시련을 주시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우리는 항상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명원이가 주었던 행복과 축복이 얼마나 컸는데, 시원이가 그렇더라도 당연히 같은 길을 걸어야지~
아무튼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시원이로 인해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