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세계 최초로 도심 지하에 건설되는 서울복합화력발전소(구 당인리발전소)에 따른 지원금 중 130억원을 도서관 건립에 사용하는 방안을 두고 마포구청과 주민 간에 벌어졌던 고소·고발전에 대해 사실상 주민 측의 손을 들어줬다.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법원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서울화력발전소 폐쇄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홍보담당 장모(48·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같은 단체 총무 김모(62·여) 씨, 회원 오모(54·여) 씨에게 각각 벌금 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날 판결은 지난 2013년 10월 16일 마포구청이 주최한 ‘마포중앙도서관 건립 공청회’에서 도서관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충돌한 구청 공무원 김모 전 기획재정국장(퇴직)과 박모 재난관리팀장(現 보건기획팀장)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주민들 일부를 고소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공청회가 정책 입안 및 결정에 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마포구청의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이라 하더라도 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장 씨가 공청회장에 들어갈 당시 어떤 질서위반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비록 주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 다수가 동시에 입장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질서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장 씨가 출입하는 것 자체를 막은 박 팀장의 행위는 적법성이 결여됐다고 할 것”이라면서 “장 씨가 이에 대항해 폭행이나 협박을 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하고 약식명령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던 장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장 씨와 오 씨에 대해 “김 전 국장이 장 씨에게 ‘자리에 앉으시든지 비키시든지 하라’고 하자 불상의 주민들과 공모해 김영남의 뒷덜미 옷을 잡아당기고 폭행해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좌상 및 찰과상 등을 가하였다”면서 각각 벌금 50만원씩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범죄 경황이 경미한 자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 장 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고, 김 씨와 오 씨의 경우 역시 일반적으로 선고 유예를 받을 정도의 사안은 기소 유예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마포구청과 검찰은 무리한 고소 및 기소를 감행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앞서 마포구청 측은 총 주민 10여명을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지만 잇따라 무죄 판결 및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어 따가운 눈총은 그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화력발전소 폐쇄 주민대책위원회 박강수 회장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고령의 장 씨는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발전소 지원금 용처 놓고 마포구-주민 갈등 발발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3선 중인 마포구 박홍섭 구청장은 2011년부터 도서관 건립 계획을 수립했지만, 막대한 예산 문제로 검토 수준에 머무르던 상태였다.
하지만 2012년 말부터 당인리발전소 지하화와 문화창작발전소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박홍섭 구청장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마포구 성산동 옛 마포구청사 부지에 약 장서 20만권, 열람실 900석 규모의 마포중앙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총 사업비로 책정된 금액 약 427억원 중 당인리발전소 지화하에 따른 중부발전의 발전소 지원금 130억원이 포함된 것이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당초 발전소 관련 지원금이 총 282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성산동 옛 마포구청사에 쓰이게 된 셈이다.
화력발전소 인근에서 수 십여 년간 고통을 감내해 온 서강·합정동 주민들은 “절반에 가까운 130억원의 지원금 역시 발전소 건설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서강·합정동 주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책위는 박홍섭 구청장이 2014년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적쌓기에 몰두하면서 타 지역에 생색을 내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같은 해 5월 구청장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결국 마포구청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주최한 도서관 건립 관련 공청회에서 마포구청과 지역 주민들의 충돌이 발생했다.
대책위 회원 60여명은 이날 주민 700여명이 참석한 공청회에 함께 참석하려 했지만 입장 단계부터 구청 공무원들이 입장을 제지하거나 통제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몸싸움 끝에 진입이 허용되고 나서도 대책위 측의 발언 기회를 놓고 구청 측과 승강이가 벌어져 2시간으로 예정됐던 공청회는 30여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승강이가 벌어지자 김경한 부구청장은 대책위 회원들을 끌어내라며 질서 유지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주민 몇 몇은 욕설과 고성 및 몸싸움 끝에 찰과상 등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마포구, 주민 고소 감행…관공서의 ‘갑질’ 논란
공청회라는 것이 대부분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는 점에서 양 측이 가벼운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그렇게 드문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마포구청 측이 공청회의 파행 직후인 같은 달 22일 대책위 소속 주민 10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면서 갈등은 확산 일로를 걸었다.
행정기관 측이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을 고소하는 일이 벌어지자 반발한 장 씨 등 3명은 박홍섭 마포구청장과 김경한 부구청장을 폭행 혐의로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장 씨 등은 고소장에서 “마포아트센터로 들어가던 중 당시 현장에 있던 김경한 부구청장의 지시를 받은 구청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경추부염좌 등 전치 2주의 진단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고소를 감행한 마포구청 측은 “토론회 진행과정에서 폭행을 지시하거나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대책위는 신고한 집회장소를 이탈해 토론회장에 집단으로 난입했고, 이 과정에서 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하던 구청 공무원에게 2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의 도가 크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구청 측이 받은 피해는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우월한 지위에 있는 행정기관이 정책을 반대하는 피해 주민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가 주민인데 갑을 관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고소·고발전을 이끌 경우 주민들과의 소통과 주민들의 의견 개진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법원 역시 장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공청회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이라 하더라도 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건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30여분간 독대한 대책위 박강수 회장은 “박원순 시장이 ‘마포구청 측이 주민들을 고소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고소 취하를 권유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박강수 회장은 “당시 박원순 시장은 마포구청에 대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법정 다툼이 모두 마무리되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결국 고소를 당한 10여명의 주민 중 주소 불명으로 특정되지 않은 몇 명과 약식 명령으로 무혐의 및 무죄 판결 등을 받아든 몇 명을 제외하고 현재 김 씨와 오 씨 2명만 남은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장 씨가 무죄 판결을 받고 김 씨와 오 씨가 죄의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벌금 50만원 형이 선고유예되면서 마포구청은 더욱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박강수 회장 역시 “마포구청이 10명이나 되는 주민들을 고소했지만 결국 현재 1심이 끝났을 뿐인데도 남은 사람은 벌금 50만원을 선고 유예 받은 2명 밖에 안 되지 않느냐”면서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면 주민들과 뜻을 모아 그간 구청 측의 무리한 고소로 받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 “도서관에 반대한다고 이럴 수 있느냐”
벌금 50만원을 선고 유예받은 김 씨는 <마포땡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해를 입힌 사실도 없고 오히려 본인이 상해를 입었기 때문에 선고 유예조차도 억울하다”면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씨는 “그날 나는 공청회장에 뒤늦게 들어가 장 씨가 깔려 있는 걸 보고 구청 직원의 옷을 잡아당겼고 약속이 있어서 그 자리에 잠깐 있다가 나간 게 전부인데 폭행은 말도 되지 않는다”라면서 “잠바 스타일의 사복을 입고 있어 (옷을 잡아당긴 사람이) 구청 공무원인 줄도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오히려 내가 밀쳐져 다음날 아퍼서 보니 다리에 멍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것이었다면) 진단서를 끊었을 텐데 생각도 하지 못해서 진단서조차 끊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당시 과정이 동영상으로 찍히기도 했고 상처 부위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제출하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나는 집안 사정으로 복잡한 상태에서 공청회 직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해 있었는데 내가 무슨 폭행을 하느냐”면서 “선고 유예도 받아들일 수 없고 항소를 통해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게다가 나는 다리가 아프니까 앞쪽에 가서 앉을 자리를 보러 간 상태에서 소동이 벌어지고 장 씨가 밑에 깔려있는게 보이니까 잡아당긴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전에 공청회 및 도서관 실무자들과 충돌한 적도 없고 폭행한 것도 아닌데 도서관에 반대하는 주민이라고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하면서 “공무원이 주민을 고소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렇게 되면 서울시민들 누가 정책에 반대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선고 유예가 내려졌다지만 살면서 다른 사람과 어떤 마찰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선고 유예에 영향이 생길까봐 위축된 채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인정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마포구청 “어느 정도 인정 받은 부분…논의 실익 없어” 일축
반면 앞서 장 씨의 아버지를 고소했던 마포구청 박 팀장은 <마포땡큐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씨의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서 고소를 하게 된 것이라며 했다며 고소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이날 판결에 앞서 장 씨의 아버지는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박 팀장은 “장 씨의 아버지에게 입구에서 목을 잡히고 폭행 비슷한 걸 당해 고소를 했다”면서 “언론에도 당시 사진이 나오기도 했고, 입구에서 밀리면서 그 분이 제 목과 멱살을 잡아 끌려다녔으며 상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판결의 피고인) 장 씨와 김 씨, 오 씨의 재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입구에 있었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공직에서 물러나 마포구의 한 금융기관에서 이사로 재직중인 김 전 국장은 고소 배경에 대해 “내가 분명히 맞았는데 가만 있을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뒤에서 누가 나를 잡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누가 나를 잡은 건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면서 “동영상을 보고 알게 돼 고소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장은 법원에 전치 2주 가량의 찰과상 등 상해진단서와 상처 사진 등의 증거를 제출해 상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다만 그는 무리한 고소가 아니었냐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김 전 국장은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에 “난 이미 퇴직했고 이미 나하고는 관계 없는 사안”이라면서 “항소 여부에도 나하고는 관계 없으니 할 말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편 마포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포땡큐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일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재산권이 침해되고 많은 고생을 해온 주민들 입장에서 발전소에서 나온 예산이 타 지역에 사용되는 건에 대해 반대를 하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발전소 주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나머지 152억원과는 달리 중앙도서관을 짓는 돈 130억원은 구청과 중부발전 측이 밀고 당기기를 통해 마포구 교육 등의 전체 발전을 위해 기부를 받게 된 것”이라면서 “기부의 목적도 오로지 교육문화사업을 하도록 정해져 있어 다른 데에 쓸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 공청회는 130억원을 가지고 도서관을 짓는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물어보던 자리였는데, 바닥에 드러누워서 행사 자체가 중단이 돼 버렸고 서로간에 진단서를 끊고 폭행 여부에 대한 공방이 오고가 결국 어느 정도의 벌금들이 인정되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공서에서 주민을 상대로 고소를 해야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검찰이 소를 계속 유지했고 유죄가 인정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옳으냐 그르냐를 논하는 것보다는 이를 논하는 시기 자체가 이미 실익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회의 난입도 아니고 의견을 듣는 공청회에서 이렇게 고소하면 주민들이 위축되거나 주민과의 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보도되는 내용에 따라 제 말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말을 아꼈다.
마포구민의 소리, 마포구민을 위한 정통 언론, 마포구민을 위한 정직한 언론, 마포구민을 위한 공정한 보도, 마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마포의 진실을 보도하는 마포땡큐뉴스 오늘 마포의 진실이 궁금하시면 마포땡큐를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