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나무는 민중이다.
맑은 날, 세월호 3주기. 눈물배 만나러 가는 시각.
서울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옆자리에 앉은 엄선생이 묻는다.
"저기 산에 하얗게 핀 꽃나무 이름이 뭐예요."
"예. 거의다 '산벚나무'입니다."
그렇다. 산벚나무다. 자세한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산 전체에 많이 분포하는 나무를 알아보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과 나무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소나무과 나무. 그 다음엔 아마도 산벚나무일 것이다.
산벚나무는 우리나라 산 구석구석 없는 곳이 거의 없다. 그렇게 많이 있으면서도 그 존재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산에 벚꽃이 필 무렵인 요즘 같은 때, 산벚나무는 전존재를 드러낸다. 꽃 지고 잎이 자라면 '너무나 평범해서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산벚나무는 사람이 심지 않는다. 요즘의 산벚꽃이 지고나면 아주 작은 버찌가 풍성하게 열린다. 그 열매를 새들이 먹고 씨를 새똥으로 누어 산 곳곳에 퍼진다. 그 씨앗이 전국 산야에 흩어져 천천히 발아하여, 마침내 온산을 차지하게 된다.
산벚나무는 바로 이땅의 민중의 삶을 그대로 닮았다. 누가 크게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싹을 틔워 마침내 온 산의 실제적인 주인공이 되는 나무. 민중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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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는 민중이다
우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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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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