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6일
백두대간 34구간(성삼재~노고단~삼도봉~형제봉~칠선봉~영신봉~촛대봉~연하봉~일출봉~제석봉~천왕봉~법계사~칼바위~중산리)
경남 마루금 사람들 백두대간 34구간
산행일자:2015년 9월 6일
참여인원:종주회원 35명
산행시간: 8시간 20분(선두) 후미 12시간 20분, 나 11시간 20분
산행거리:도상거리 약36k
날씨:새벽 출발 시 비, 노고단에서 그쳤으나 안개비로 습도가 높음, 천왕봉에서 하산길은 계속 비가 내림
등로상태:비에 젖은 바윗길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러움
배낭 속 물건들 : 물 500ml 두개, 과일(포도와 귤2개), 에너지바 4개, 빵 3개와 우유 음료수 3개, 사탕
남은 것 : 귤2개, 에너지바 2개, 빵 1개와 음료수 1개, 사탕,,, 먹은게 별로 없네 ^^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지만 한낮에는 아직도 한여름의 뜨거움이 남아있다. 드디어 대간을 마지막 구간. 기대와 걱정이 반반... 35킬로미터가 넘는 거리. 잘 버틸 수 있을지.
지리산의 일기예보는 새벽에 비가 오다가 오전 중 잠깐 개고 오후엔 다시 비가 내린다는데, 장거리에 우중 산행... 마루금사람들과 함께 대간길을 걸은지 1년 3개월, 사람들도 참 좋고 덩달아 날씨도 별 무리 없이 좋았으니 이번에도 좋을 것이라 믿고 23시 40분 택시를 불러 타고 집을 나선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길 반복하는데 버스에 오르는 사람마다 들뜬 표정이 역력하다. 서로서로 마지막을 축하하며 그간의 노고에 칭찬도 하고 오늘 마무리를 잘 할 것을 격려한다. 시내를 빠져나가는데만 한시간, 중리를 벗어나자 김밥 한줄을 나누어 준다. 식사 시간이 맞지 않으니 지금 먹어두는게 좋다고.ㅎㅎ . 억지로 몇개를 먹고 잠깐 눈을 붙인다. 산청휴게소를 지나 성삼재에 도착하니 새벽 3시 40분, 기온은 약간 쌀쌀함을 느낄정도인데 비바람이 몰아친다. 모두들 배낭을 차안으로 가져와 산행준비를 하는데 나도 우의를 입고 마음의 각오를 다지며 노고단을 향해 오른다.
노고단 대피소에 오르니 안개만 자욱할 뿐 비는 그치는 느낌이라 덥기도 하고해서 우의를 벗어 배낭에 넣고 노고단을 넘어 발길을 재촉하는데 오늘 컨디션은 괜찮다. 세석이나 장터목에서 탈출하는 일 없이 천왕봉을 넘을 수 있게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지.
6시 3분, 삼도봉에 도착. 처음으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잠깐 휴식을 취한다. 8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두시간 십 분 정도에 달렸으니 시간당 4킬로를 넘게 걸었다. 다들 장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날씨가 도와준다. 비가 그치고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발길이 훨씬 가볍다. 오늘 넘어야할 봉을 고도표에서 확인하는데... 노고단,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형제봉,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 방법은 없다. 오로지 나의 두 발로 걸어야할 뿐.
한모금의 물과 포도 몇 알로 갈증을 달래고 지리산 종주에 나선 걸음 느린 일반산행꾼을 추월하여 화개재로 내려선다.
구간 기록
성삼재 3:50
삼도봉 6:04
토끼봉 6:47
연하천대피소 7:44
형제봉 8:32
벽소령대피소 8:59
선비샘 9:52
칠선봉 10:36
영신봉 11:14
세석대피소 11:17
세석평전 습지 11:32
촛대봉 11:39
연하봉 12:36
일출봉 12:41
장터목 12:50
제석봉 13:11
천왕봉 13:45
천왕샘 13:54
법계사 14:33
칼바위 15:19
탐방지원소 15:40
중산리주차장 16:03
쉬지 않고 걸어 두시간 십 분만에 도착한 삼도봉,
경상남도, 전라남북도, 삼도의 경계, 날라리봉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토끼봉을 지나며...
연하천 대피소. 공사중
형제봉 바위 아래.
형제봉 바위를 지나는 김재규 씨.
벽소령 대피소. 오늘 걷는 길의 딱 절반 지점
덕평봉 아래의 선비샘. 변함없이 샘물을 내놓아 산꾼의 갈증을 해소해 주니 참 고마운 샘이다.
칠선봉
영신봉
지리산 영신봉 1651.9m로 백두대간상의 있으며 낙남정맥의 출발점이다. 서쪽으로 칠선봉 삼각고지 동으로 촛대봉 천왕봉
남으로 삼신봉과 이어주는 주요 능선들이 영신봉에서 갈라지며 남쪽으로 산청군 시천면 거림골 하동군 화개면 큰세개골
대성계곡 북으로 함양군 마천면의 한신계곡이 있다.<마루금사람들 매바우님의 설명>
세석대피소는 그냥 통과, 세석평전의 습지
촛대봉, 정상에 이르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가고 쨍 햇볕이 난다. 모두들 환성을 지른다. 피로가 싹 가시는 멋진 풍광에 디카를 열심히 눌러 보고 동행에게 한 컷 부탁도 한다.
잠깐 사이에 계곡 아래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아쉬운 풍경을 뒤로하고 천왕봉을 향해 고고... 천왕봉이 4.4Km 남았다. 힘을 내야지.
연하봉 가는 길
연하봉
장터목 대피소, 환자가 발생해서 헬기가 막 도착했다.
장터목이란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하던 곳에서 유래함.
중산리 계곡
제석봉 고사목 지대, 예전보다 고사목이 많이 줄었다.
산행의 든든한 보호자 김명철 총무님과 이영후 씨
13:45분 천왕봉 도착,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천왕봉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 조용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천왕봉 아래 천왕샘
법계사
칼바위, 이제 다 내려왔다. 5.5Km의 내림길이 만만치 않다.
탐방지원소엣 20분을 더 걸어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 마중 나온 남종형님과 함께
완주패 수여에 기념식, 통돼지바베큐와 담소. 1대간 9정맥 8년 여를 함께 걸은 강대춘 조영희 부부, 대단하고 부럽다.
마루금사람들 오시훈 회장님, 자상하게 우릴 많이 챙겨주셔서 참 고마우신 분...
홍성철 님과 그 여친
산행도 마치고 쫑파티도 끝나고 어둠이 내린 중산리 주차장에서 마지막 여운을 담아 기념사진 촬영... 그 후 작별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가끔은
내가 이걸 왜하나 하는 생각도 했고,
거친 오름길을 헉헉거리며
'그래 다리 근육 키우는 거야'라며 위로하기도 했고,
무릎이 아파 몇 구간 빠질 때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여기서 그만둘까라는 마음도 먹었었지.
지원해준 마눌과
산길에서 응원해주는 동행들
보답하듯 다가서거나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하의 모습들에 힘을 얻어
또다시 한 구간을 힘겹게 올랐지.
하산후 시원하게 들이키는 막걸리 한잔...
저녁상에 둘러 앉아 산행을 즐겁게 복기하는 시간들...
집으로 돌아오는 흔들리는 버스에서 은근히 퍼지는 만족감...
백두대간 34구간 700여 킬로미터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