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읽어보면 황남기가 나온다.
황남기는 강민주의 분신이다.
강민주는 독립여성, 신여성으로 대한민국의 남성중심사회에 경고를 주기 위해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사람이 바로 백승하이다.
또한,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존재하니 그가 바로 김인수이다.
즉, 김인수가 강민주를 사랑하고
남기 역시 강민주를 사랑한다.
백승하 역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남성을 혐오하고 남성중심사회를 박살내려고 경종을 울리려 하지만
결국 관련된 남자들은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황남기가 자꾸 과거 '한림법학원'에서 헌법을 가르쳤던 그 황남기가 떠오른다.
이름이 동명이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4사람이다.
강민주와
그녀의 보디가드 황남기
그녀의 스토커 김인수
그리고 그녀의 타겟, 백승하.
강민주는 자원봉사로 '인간 실현을 위한 여성 문제 상담소'에서 일한다.
여기서 나오는 목소리는 전부 '남자에게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상담하면서 강민주는 자신의 목표를 점차 구체화 한다.
이 소설 최고의 명대사다.
단숨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상담은 애당초 없다.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담이란
의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성의 있게 들어주는 것이다.
그렇다.
찓어진 귀로 듣기만 하는 게 뭐 그리 힘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힘들다.
왜?
예측이 되기 때문이고,
다 알고 있기 때문이고,
핵심만 이야기하지 않고 둘러 이야기하기 때문이며,
모든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사람은 자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남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유지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하고 있다.
들어보자.
남기 같은 인간을 다루는 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일정한 거리를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어서
처음에는 감지덕지 하면서 거리 안으로 들어오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그 이상을 바라는 법이다.
나도 매한가지다.
항상 거리를 둔다.
그 핵심은 '존댓말'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아래라도 존댓말을 쓰면 된다.
우리에게 희망도 이야기 한다. 자존감이라는 단어.
나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아주 많은 경우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여기며 산다.
북극의 유빙이 그러하듯이 숨겨진 힘은 드러난 것보다 강하다.
간혹 이 사람이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그 사람이 그렇다고 평가절하하고 진면목을 못 본 게다.
수다한 사람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나는 알고 있다.
말이 많고 망설임이 많은 고객일수록 점원에게 얕보인다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많이 드러낼수록 바닥이 보이는 법이니까.
나는 이 말을 목숨처럼 지키며 살아왔다.
즉, 내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이며, 나의 연출인 셈이다.
구화지문
설참신도
입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며,
혓바닥은 몸을 자르는 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