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요즈음 정치권에서 자주 들려오는 아전인수격인 행위에 대한 비꼬아 하는 말로 사실은 별로 좋은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이 곰곰 따져보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완벽하게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우리 현실에서도 만약 지난 세기 말의 독일처럼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라가 잘 될까? 모르기는 해도 아마 내전 수준의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지고 급기야는 고대 삼국시대처럼 나라가 오히려 갈기갈기 찢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3C5405B62B1931D)
자료: 인터넷.
이런 ’내로남불‘은 같은 패거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자비를 베풀고 의견이 다른 패거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무자비한 형태로 나타난다. 자비는 모르쇠와 통하고 무자비는 법대로 라는 말로 통한다. 그러다 세상이 바뀌면 어제의 자비는 오늘의 무자비가 되고 무자비는 다시 자비로 탈바꿈한다. 이거야 말로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모두 나서 청산해야할 적폐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도 깊이 들어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같은 패거리끼리는 온정주의 아래 보호될 뿐만 아니라 마침내 그것이 선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당연히 반대편의 이야기는 그것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악으로 규정된다. SNS는 그런 그들의 놀이터이다. 익명의 그늘에 숨은 혀들이 온갖 해괴한 말들을 지어낸다. 아니면 말고. 그 덕분에 우리말의 어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며 진화(?)하는 중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렇게 늘어나는 어휘 수만큼 우리 사회의 보편적 윤리의식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어 한 세대쯤이 지나고 나면 패거리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언어 세계를 가지고 생활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말하자면 미래형 사투리가 난무할 지도 모른다. 극단적으로는 나라는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7BB385B62B2201D)
언젠가 조선일보에 토론 글을 올리고 지인에게 평가를 부탁했던 일이 있었다. 그 지인은 단호하게 조선일보에 써서 무조건 반대란다. 한겨레에 쓰란다. 물론 그 역시 SNS를 통해서였다. 그 글은 조선일보의 기사가 아니다. 서로의 생각을 견주어보기 위해 토론마당에 올린 글일 뿐이다. 그런데 그 지인은 내 주장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그저 조선일보에 글을 썼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라는 것이다. 패거리가 다르다고 단정한 그야말로 무자비의 극치다. 만약 그 글을 한겨레에 올렸다면 무조건 찬성이었을까? 그런데 더 괴이쩍은 것은 지인의 반대에 대한 황당한 글을 보고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줬더니 그 다음부터 아예 연락조차 두절이다. 어쩌면 자기의 농담을 속 좁은 사람처럼 뭐 그리 정색을 하고 반격을 하느냐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의 친분 관계로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 내 글에도 꼭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건전한 의식이다. 그럴 마음이 아니라면 농담 삼아 한 이야기일지라도 그 진의를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일방통행은 없는 법이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면 같은 패거리만 보일 뿐이다. 같은 패거리끼리만 모이면 온정이 선의로 포장되기도 함으로 선악의 구분은 자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요즈음 세상이 그렇다. 이래저래 참 어지럽고 힘든 세상이다. 그러지 않아도 전례 없는 폭염으로 어지럽고 힘든데 말이다.
이 글에 의견(댓글)을 주시는 분은 시원한 맥주 한잔 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