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피 향 같은 사랑
습관처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
커피처럼
그렇게 그대를 그리워하렵니다.
커피 향처럼 은은한
그대 그리움을 음미하면서
그렇게 커피를 마시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마셔 버린
쓸쓸함이 그리움처럼 뒤에 남지만
늘 새롭게 마실 커피를 위해
빈잔을 깨끗이 닦아 놓지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그대가 내 마음속에 빈 잔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길 마냥 기다리렵니다.
그대 그리움이
목마름 같은 갈증으로 남아
한밤중에도
일어나 다시 커피를 마십니다.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커피향을 마시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우리 사랑이 진한 커피 향처럼
뜨겁게 지펴지길 기대합니다.
출처 [다음 검색어 : 서울MBC 남낙현]
☕서울MBC라디오(2008.3.4.) 책 읽어주는 여자 -
남낙현 제4시집 <커피향 같은 사랑> 시집 2시간 생방송
2. 겨울 바다
한 겨울 바다를 그리워하는 일은
시린 가슴 언저리에
외로움이 눈물처럼 고여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일상을 접고 겨울 바다에
가고 싶다.
눈이 제 아무리 펑펑 쏟아져 내려도
내리는 족족 눈은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겨울 바다
이 세상에 내려와
일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눈꽃송이를
하염없이 바라다 보면
하늘과 바다와 내가 하나 된다.
어느 게 바다이고
어느 게 하늘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눈이 내리는 겨울 바다에 가면
사람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하찮은 것인지 깨닫게 된다.
출처[다음 검색어 : 남낙현시비]
☕2008년 목포해양대학교 해양시비공원<겨울바다>시비 건립
3. 그리움의 향기
그리움은
보고 싶어도 참는 거다.
그리움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거다
그리움은
그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는 거다
그리움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는 거다
보고 싶어도 참고 있다가
그리워도 참고 있다가 그 보고픔이
그 그리움이 마침내 눈물이 되면
그땐 비로소 그리움이 향기가 된다
그리움의 향기는
혼자 사랑하는 마음처럼
꼭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리움의 향기는
별처럼 내 가슴속에만
꼭꼭 숨어 있어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은밀한 사랑이다
출처 [네이버 검색어 : 남낙현 그리움의 향기]
☕매일경제 [짧은 글 긴 울림] (2008.10,24) 남낙현 `그리움의 향기` 중에서
4. 가을 여자
가을이 되면
가을을 사랑하는 여자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해서 좋다
붉게 물든
단풍잎 하나 살포시 떨어져
텅빈 가슴 속으로 들어오자
그녀도 이내 가을이 된다
가을이 된 그녀는
온갖 무겁고 칙칙한 생각들을
말끔히 지워 낸다
가을 여자는 쓸쓸히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가을을 마신다
가을과 섞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또한 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녀는 곧 가을이 된다
가을 여자는 가을에 취하듯.
사랑에 취한다
그리움에 취한다
출처{다음: 조선일보 시와 수필}
☕조선일보 [시와 수필] (2008.10,15) 남낙현 ‘가을 여자’
5. 가을처럼 깊어가는 사랑
강물이 저 혼자 흐르다가
또 다른 강물을 만나 하나가 되듯
우리도 서로 손잡고 물이 되어
한 세상 흐르다가
먼 바다에 이르러 갈대꽃처럼
피어나면 좋겠어.
그저
어느 한 계절의 모퉁이에서
금방 불붙은 사랑처럼
금세 피었다가 시들고 마는
진한 향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풍겨나는 구절초 같은
은은한 향기였음 좋겠어.
억새풀처럼 머리가 하얘지고
잔주름이 늘어난다고 해도
두 손 꼭 잡고 서서
저녁 숲에 내리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았으면 좋겠어.
가을비 찬 바람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산비탈 모여드는 낙엽 같은 그리움을
허전한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출처 [네이버 검색어 : cbs 10월 7일 깊어가는 가을]
☕서울 CBS 라디오 (2009.10.07) 배미향의 저녁 스케치
6. 늦가을 낙엽은 지고
찬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늦가을 낙엽은 지고
마지막 남은 잎새마저
다 떨군 나무는
일년 동안 가꾸어온
삶의 무게를 다 벗어던졌구나.
이리저리/발밑에 구르는 낙엽은
누군가 이승에 벗어놓고 간
햇살 한 줌
그리움 한 줌
추억 한 줌
슬픔 한 줌
출처 [다음 검색어 : 도회지 거리 낙엽 밟는 맛]
☕동아일보 (2012.11.16)
김화성 기자 [도회지 거리 낙엽 밟는 맛]
7. 염전
바닷물을 담아놓은 염전은 작은 호수
파란 빛을 내던 바닷물이
수천 년 껴안은 세월을 풀어놓는다.
증발하는 염전의 물속에서
수정처럼 반짝이는 하얀 소금
한 때는 그저 하나의 물방울이었다가
한 때는 백사장을 넘나드는 파도가 되었다가
한 때는 바닷속 음습한 골짜기를 품었다가
막다른 골목 길에서 갇혀
햇살을 받아먹고 마지막 불끈 치솟는 힘!
바닷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소금을 토해놓는다.
바닷물은 죽어서
곰삭은 말들을 뱉어낸다.
하얗게 절여져서
더욱 빛나는 슬픔들
출처 [다음 검색어 : YTN라디오 북클럽 남낙현 4월 6일]
☕서울 YTN 라디오(2015.04.07)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8.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물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없다
바닥까지 추락해 본 사람은
눈물을 사랑한다
바닥엔 가시가 깔려 있어도
양탄자가 깔려 있는
방처럼 아늑할 때가 있다
이제는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면
차라리 다시 일어서서
오를 수가 있어 좋다
실패한 사랑 때문에
실패한 사업 때문에
실패한 시험 때문에
인생의 밑바닥에 내려갔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맨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흘린 눈물만큼
인생의 깊이를 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은
용기와 희망이다
춭처[다음: 하석태의 Healing & Success ‘뜨거운 눈물’}
☕전자신문(2015.7.20.)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제7시집 표제작
9. 인생 다 거기가 거기
경남 하동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지리산 자락에 와룡사가 있다.
와룡사 법당 앞에 새겨놓은
글귀가 눈길을 끈다.
‘인생 다 거기가 거기'
잘나봤자
이뻐봤자
있어봤자
배워봤자
오십 보 백 보
다 거기가 거기인 것을
출처 [다음 검색어 : 남낙현 인생 다 거기가 거기]
☕2018년 남낙현 제10시집 <인생 다 거기가 거기>표제작
10. 봄이 오는 소리
얼음장 밑에서 졸졸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꺼운 땅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
어떠한 힘으로도 막지 못한다.
작은 새싹 하나
우주를 뚫고
세상 구경을 나오려고 기지개를 켠다.
벌써 양지바른 언덕에
뾰족 나온 푸른 싹들
새 생명의 탄생 알린다.
☕2019년 교육부 수능 모의고사 필적확인 문구 선정
두꺼운 땅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 남낙현 〈봄이 오는 소리〉 |
{해설}
◆수능 본고사 및 모의고사에 필적 확인란이 도입된 계기는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적발된 사람만 3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의 부정행위가 발각되며 다음해 부터 도입된 전자기기 압수, 필기구 일괄 제공 등 엄격해진 부정행위 방지 조치 중의 하나이다. 출제위원장단이 여러편을 추천하여 출제위원들에게 올리면 투표로 한 편만 선정한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능 출제위원들이 정하며 필적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충분히 담긴 문장 중 <수험생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를 선정한다. 수능의 살벌한 분위기와 다르게 감성이 터지는 문학 작품에서 주로 가져오기에, 감동을 주는 문구들이 많다.
출처 [네이버 검색어 : 역대 수능 모의고사 필적확인란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