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학을 짊어지고 산으로 갑니다 >
<인서점>의 서른 두 해를 짊어지고 산으로 갑니다. 인간의 고향을 찾아 숲으로 갑니다. 자연으로 갑니다. 우리가 버리고 왔던 그 좁고 험한 길로 걸어가겠습니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새로운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은 돌아서서 가는 옛길이지만 님을 찾아 가는 정든 길입니다. 마음 밭을 밟아 걷는 마음길입니다.
1982년 5월 12일이었지요. <인서점>이 사람을 찾아 떠난 날이었습니다. 서른하고도 두 해를 더 넘긴 지금까지 그렇게 애타게 찾았건만 아직도 우리는 사람을 찾기는커녕 그 님은 더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문명은 이제 인간생존의 필수조건입니다. 문명은 이제 우리가 마시지 않고는 살 수 물 같은 존재가 된지 오래고 그 문명을 잉태해서 낳은 자본주의는 공기와 같습니다. 물질적 풍요로 대중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자본주의가 시장이라는 장마당의 상식으로 인간의 윤리와 가치를 폐기했습니다. 이 장마당에서 우리는 인간을 버리고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문학은 사람을 찾아 가는 길입니다. 인문학의 고향 인서점은 이제 도시와 문명을 버리고 우리가 떠나왔던 인간의 고향으로 갑니다. 인간의 길이라지만 이제까지 걸어 왔던 그 악마의 길을 멈추고 되돌리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역사의 시점을 역사의 반환점으로 인식하고 돌아 서기로 한 것입니다.
새로운 공간을 <두렁농>이라고 했습니다. 밭두렁 논두렁이 어우러지듯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 공동체를 꿈꾸겠습니다. 오래된 삶의 문화와 세시풍속을 체험하고 산길과 숲길을 걷기도하고 농사를 짓기도 하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무면서 사람으로 가는 공부를 하겠습니다. 먹거리도 나누고 책을 나누고 물건을 나누면서 더러는 어른들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오늘은 첫걸음입니다. 막 떠나는 우리의 이 첫 걸음에 막장, 고추장, 간장, 된장을 담으며 그 안에 우리의 정담과 마음을 담아 숙성시키겠습니다. 산길과 숲길과 개울을 따라 자연으로 가겠습니다. 둠벙에선 오리가 날고 숲에선 꾀꼬리와 뻐꾸기가 노래를 할 것입니다. 으아리와 찔레는 우리의 이 길을 꽃으로 장식하고 메뚜기는 뛰고 가재는 뒷걸음으로 환영해 줄 것입니다.
2014년 6월 1일
산으로 간 인문학 <두렁농>
두렁농장 큰머슴 심재법 올림
첫댓글 우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의 환영인사도 올립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두렁농이기에 다정다감하고 편안하며 또 때로는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모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어려운 자리에서 오랜 세월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리고,,,다들 더 앞으로 달리고자 하는 가운데 반환점으로 돌아선다면, 그 의미보다도 그 반환점에 모두가 녹아 그저 행복의 꽃이 피어나기를 바래 봅니다^^! 도시에서 잊게 되는 자유와 여유를 자연에서 느끼며 이러나 저러나 우리가 한 마음처럼 어우러지게 된다면, ㅎㅎㅎ 자꾸 또 오고 싶어질 것 같네요^^재법아, ㅎㅎㅎ 고맙데이~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 하리라...................................축하드립니다. 번창 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운 중에도 관공서와의 관계가 가장 불편했습니다. 이제 그 불편을 넘어 어느정도 안정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에 우선 개장이라는 문을 열고 조금씩 만들어 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시행착오의 길을 마다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작은 인원을 초대해서 작은 잔치를 벌리면서 마음을 다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