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헌화 배수진 작시 작곡
1절
꽃이 핀다. 다투어 핀다 다투다 죽는 꽃이 핀다.
시기하여 노래진 얼굴 질투의 화신 울그락 불그락
애교 실은 실비가 온다 간지럼 태워도 봄꽃은 떨어진다
봄은 길어야 며칠 싸움
애교 실은 실비가 온다 간지럼 태워도 목련도 떨어진다
봄은 길어야 며칠 싸움
연두와 초록 새싹 끝에 살며시 찔려도
초록의 피가 흐를 것 같은 여름에 바치는
봄은 꽃들의 전쟁터
봄은 꽃들의 전쟁터.
2절
꽃이 핀다. 젊음이 핀다 다투다 죽는 꽃이 핀다
시기하여 노래진 얼굴 질투의 화신 울그락 불그락
꽃샘 실은 실비가 온다 간지럼 태워도 봄꽃은 떨어진다
봄은 길어야 며칠 싸움
꽃샘 피한 실비가 온다 간지럼 태워도 목련은 떨어진다
꽃은 길어야 며칠 싸움
연두와 초록 새싹 끝에 살며시 찔려도
초록의 피가 흐를 것 같은 여름에 바치는
봄은 꽃들의 헌화
봄은 꽃들의 전쟁터.
나이가 들자 하나 둘 늙어간다.
그중에 목소리가 제일 빨리 늙어 가는 것 같아 까치처럼 깍깍 큰소리를 낼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갈 때 큰소리치지 말고 살라고 저음을 주시는 신의 섭리이다.
꽃은 젊음, 세상에 떨어진 씨앗은 치열하게 다투며 살아간다.
다소 애조 띤 이 노래는 사람이 태어나면 미움 질투 등 다양한 싸움으로 세상과
다투다 죽는다는 노랫말이다.
꽃도 시기의 얼굴로 울긋불긋 꽃을 피운다.
동장군을 피한 실비라는 연약한 고난에 찔려도 인간은 봄 벚꽃과 목련처럼
일순간에 사라진다.
봄꽃들은 여름에 죽음을 치루고 열매를 만들어 여름에 바치는 헌화이다.
나도 전쟁터에서 지혜롭게 살다가 신께 아름답게 살아온 나를 바치자는 시에 음률을
넣어 만든 노년의 저음 절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