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버리는데, 처음에는 잘 떠오르지 않더니 자꾸 반복해서 버리다 보니까 무수히 많은 마음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실력파 애들을 보며 생겼던 열등감, 다음 단계에 붙을 수 있을까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상처가 됐던 심사위원들의 독설들…. 그 과정에서 부끄러운 제 모습도 많이 봤어요. 이기기 위해서 내 생각만 했던 모습. 노래 연습하다가도 옆에서 열창하면 괜히 신경 곤두서서 경쟁심에 불탔던 모습. 이런 마음으로 무슨 노래를 했나 싶더라고요. 그때 내가 다른 파트를 맡았으면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들 또한 저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것뿐이었어요. 내가 실력이 부족하고, 노력이 부족해서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쿨하게 인정할 수 있었죠.
가만히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니 저는 한 번도 음악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잘한다는 칭찬에 대한 우쭐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으로, 노래에 대한 집착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더라고요. 그렇게 자꾸자꾸 나를 돌아보며 버리다 보니 점점 얽매였던 마음들이 탁 놔지면서 후련해지더군요. 그리고 어느 순간, 우주가 나임을 알게 되는데 그때의 홀가분함, 자유,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이스코리아 때 저는 신승훈 코치님께 지도를 받았어요. 자상하게 잘 챙겨주셨는데, 다 끝나고 뒤풀이할 때 용기를 내서 제가 고쳐야 할 점이 뭐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신코치님께서 소주잔과 맥주잔을 보여주면서 너는 마음이 소주잔밖에 안 된다, 맥주잔으로 만들어라, 마음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때는 어떻게 해야 마음을 키울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방법은 마음을 빼는 것에 있었어요. 나를 채우고 있던 마음의 사진들을 다 버릴 때 본래의 무한하고 광활한 우주의 마음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올해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3개월 정도 ‘마음 토크 콘서트’를 했었어요.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마음 빼기를 알리는 콘서트였는데, 퓨전 공연단의 일원으로 함께했죠. 그때 정말 처음으로 노래다운 노래를 했어요. 대전 토크 콘서트 때 엄마가 오셔서, “수없이 네 노래를 들었지만 이렇게 눈물 났던 적은 처음이다” 하시는데 저도 신기했어요.
항상 좋아하는 노래를 한다고 했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 같은 게 있었어요. 나는 뭐지, 왜 이렇게 살고 있고, 왜 항상 힘들어야 하고, 왜 항상 외롭고 우울할까…. 그런데 마음수련을 하며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내가 온 곳도 갈 곳도 자연스레 알게 되면서 그런 고민들도 해결되었죠. 이제 음악 쪽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다시 오디션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예전처럼 집착을 가지고 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동안 늘 받고만 살았는데, 너무 감사함을 모르고 투정만 부렸습니다. 이제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그곳이 어디든 제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진심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