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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걷다(2)
설악산은 아버지 산처럼 거칠고, 지리산은 어머니 품속 같은 산이라는 말은 괜스레 하는 말이
아닌 듯 했다. 조망이 좋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산수와 운무는 지리산이 남한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것을 은근히 깨우쳐 주었다.
1. 노고단으로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향한다. 노고단대피소까지 2.4km, 가파른 단거리 길을 택해 꾸역꾸역 올라갔다.
뒷사람의 숨소리가 거칠다. 서늘한 바람이 간질거린다. 구름이 지나간다.
서서히 여명(黎明)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길섶에는 산 수국이 꽃대를 세우고 개다래잎이 벌래들을
유혹하며 하얗게 변해가고 있다.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진다.
파란 하늘! 드디어 오른 해발 1,507미터의 노고단 정상, 가슴이 벅차 올랐다.
꾸물꾸물하던 하늘이 시시각각으로 안개를 몰고다닌다.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무(雲霧)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치 용 한마리가 꿈틀꿈틀 산허리를 감돌아 휘젓고 다닌다.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긴 한데, 순간적으로 그림이 지워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니
사진찍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노고단을 뒤로 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연하천 대피소 쪽으로 길을 접어든다.
구름이 햇볕을 가리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우거진 잡목 숲을 헤치면서 걷다보니 마치 군 시절 특수작전이 떠오른다.
어느덧 땀도 나고 목도 마르기 시작하는데, 목을 추길 수 있는 샘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걸령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꿀맛 같은 물맛을 보고 길을 재촉했다.
2. 반야봉과 삼도봉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반야봉 쪽으로 이동했다. 반야봉(般若峰)은 지리산 제2봉으로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낙조(般若落照)라고 하는 지리십경중의 하나로 꼽힌다.
깎아지른 듯 등산로가 가파르고 험했다.
일행 중 2명은 자신이 없다고 피아골 삼거리에서 떨어져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거친 숨과 땀으로 목욕을 할 때쯤 빼꼼하게 하늘이 보인다. 반야봉이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올라온 나로서는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반야봉을 뒤로 하고 다시 피아골 삼거리 쪽으로 내려와 남아있던 동료들과 합류해서 삼도봉으로 올랐다.
해발 1,501m의 삼도봉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이다.
화개 재를 지나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르다 보니 삼도봉이 나타났다.
3.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점심식사
이곳에서 배낭을 풀고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3~4인씩 편성된 조별로 준비한 식사는 다양했다.
우리 조는 ‘핫엔 쿡’이라는 비상식량을 준비했다.
군대에서나 먹어봄 직한 전투식량인 셈인데, 발열체에 찬물을 부으면 자체 발열되어 100도 C 이상의
고온 증기 발생과 금세 뜨거워진 물을 가공된 봉지쌀에 부으면 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법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은 채, 찬물을 덜컥 쌀에 부어놓고 기다려도
도대체 소식이 없으니, 그제야 발열체를 자세히 들여다본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
어쨌거나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점심을 먹고 다시 이동을 시작하였다.
까마득히 보이는 토끼봉을 넘고 명선봉을 굽이굽이 돌아야만 오늘의 숙소인 연하천 대피소에 이른다.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어깨는 천근만근으로 눌려왔다. 대부분 직업군인으로 살아온 대원들이
현역 시절에 메고 달리던 배낭의 무게가 어느덧 시니어란 이름으로 버거운 이유는
멀리 달려온 세월 탓일 게다. 오후가 되어서는 점차 하늘이 맑아지고 멀리 지리산의 봉우리들이
얼핏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봉우리 사이로 펼쳐진 운해는 그야말로 장관 중의 장관이다.
4. 첫 번째 숙소인 연하천 대피소
천신만고 끝에 연하천 대피소가 눈에 들어왔다.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과 하중을 견디지 못한 발이 화끈거리고 무릎은 아프기 시작했으나
휴식처에 도착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금세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합동으로 반찬을 준비했다.
요즘은 참 편리한 세상에 산다. 인스턴트 북엇국은 물만 넣고 끓이면 훌륭한 북엇국으로 변신했고
볶은 김치에 참치 캔을 넣어 끓이면 맛있는 김치찌개가 탄생했다.
각자가 가져온 반찬과 먹거리들을 풀어놓으니 칠첩반상(七-飯床)이 부럽지 않았다.
단백질 보충한다고 고기까지 구워 놓으니 시장한 김에 게 눈 감치듯 먹어 치운다.
연하천 대피소는 최근에 리모델링해서 그런지 겉모양도 예뻤지만 내부도 많이 개선된 듯하다.
여장을 풀고 뻐근한 몸을 누였으나 금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밖으로 빗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아! 장마가 시작되려나?” 내일 아침엔 비가 멎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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