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호롱)

[21 김예원]

영원
호롱

우리 감히 영원에 대해 말해봅시다.
필멸할 존재로 완고한 경계 너머를 상상합시다.

마음을 지닌 지성체로서
공유를 통해 이어지는 의미를 새겨봅시다.

영원은 지속 가능성이 아닙니다.
영원은 영원입니다.

진공의 밀도가 낱말과 맥락을 한없이 축소합니다.
이제 하나의 점이 있습니다.
새카만 점은 한계, 그리고 또 한계를 넘습니다.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점이
격렬한 섬광을 뻗으며 나아갑니다.

빛은 경계를 넘고
세상은 터져 나온 낱말과 맥락을 바쁘게 읽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태어나고 맙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의 사체를 뒤집어쓰고
경계의 너머에서 영원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이미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없을 시기를 생각해 봅시다.

기억해봅시다.
완고한 어둠을.

그러니 다시 기꺼이 영원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우리의 시작과, 끝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