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의 경제학.
세상이 온통 위기다. 대지진, 화산폭발, 이상기후 반복 등 지구환경의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유로화 붕괴, 달러 약세 등 세계 경제위기, 남북의 대결구도, 긴장감 고조 등의 안보 위기, 세대와 정파 간,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과 대립, 편 가르기와 불신 풍조 등의 사회분열 위기, 소득 감소와 고용불안 등의 가계 위기, 경솔한 혀가 만든 불신, 무모함과 무리가 만든 안전사고, 나태와 미래의식 부족이 만든 자기퇴보 등의 개인위기까지 위기의 형태는 다양하다. 위기는 현재 다수가 볼 때 정상이 아니고 위태로운 상태를 말하는데, 위기는 그냥 오지 않고 오면 그냥 빈손으로 가지 않는다.
위기는 기준이 없기에 경기침체를 놓고 한쪽은 고통의 덫 반대편은 발전의 기회라고 상반된 해석을 한다. 지금의 위기 대응, 진보와 보수의 위기 처방전을 놓고 누가 지금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미래의 최종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보는 각도에 따라 위기의 기준과 위기대응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 위기는 왜 생기는가?
1) 판단의 오류는 깡통 위기를 만든다.
인간의 이성은 정교하고 합리적일 것 같지만, 보고 잠재된 것만 선택하려는 두뇌의 소행으로 자주 판단 오류를 범한다. 하루살이는 불빛을 먹이로 알고 덤비다가 죽는 것처럼, 판단의 오류는 불필요한 행위를 하게하고, 결과는 위기를 맞는다. 자기 기대와 반대로 가는 위기,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위기, 피할 수 없는 필연적 위기, 스스로 만든 인위적 위기 등 위기의 형태는 다르지만, 위기는 대다수 판단 오류로 생긴다. 판단 오류로 노력 소멸과 위기를 만드는 유형을 보자. 정보 부족으로 헛다리짚는 위기, 노후준비를 미루다가 미래를 잃는 인생 위기, 자기 위주로 판단하고 추진하다가 허를 찔리는 김밥 옆구리 터지는 위기, 자기착각에 빠져 열정을 바치지만 결과는 기대와 반대로 되는 말짱 도루묵 위기, 마음의 안전장치는 멈추라고 하는데 오기를 부리다 당하는 피박, 잘 못을 알고도 원점으로 가지 못해 폭격 당하는 삼재(三災) 등은 모두 판단 미스가 부른 위기다. 세상이 불확실하고, 미래예측이 어렵지만 판단 오류의 위기를 줄이려면 폭넓은 공부로 좌우 양면을 동시에 살피고,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이것이 나의 행복한 인생 목표에 기여하는가?’ 라는 본질적 물음을 던져보고 아닌 것은 과감하게 걸러내야 한다.
2) 자기중심의 상상은 고난의 위기를 만든다.
고속도로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교통 방송을 듣고 출발했는데 길은 이미 주차장이 되어 있고, 내가 가장 짧은 줄을 선택했는데 가장 긴 시간이 걸리고,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고, 둘 다 있으면 쓸 내용이 없다. 특판 예금을 깨고 주식을 샀더니 예금은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은 폭락하고, 적금을 찾아 펀드에 가입했더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인근의 아파트들은 입주 전에 프리미엄이 붙는데 내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분양가를 밑돌고, 주식을 팔았더니 바로 급등한다. 온통 반대로 간다. 반대로 가는 이유는 주관적으로 상상하고 밀어 붙이기 때문이다. 3개월 마다 주인이 바뀌는 점포인데도 자기만의 대박상상에 젖어 새로운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자기만의 상상으로 시작만 흥분할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로 흥분하려면 정교한 판단과 신중한 고려를 해야 한다. 다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추진하면 언젠가는 위기가 화답한다.
3) 자기 먹이만 쫓으면 치명적 위기를 겪는다.
목이 탄 사슴들이 가장 많이 죽는 곳이 호수다. 호수 주변에 사자들이 낮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가 덮치기 때문이다. 먹이가 있는 곳에 꼭 함정이 있다. 전체를 보지 않는 근시안적 행동, 현재 자기중심의 무모한 행동, 실현성이 없는 무모한 진보는 먹이를 쫓다가 적에게 먹힌다.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기업문화, 많은 이익을 배당받기 위해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주주들, 당장 표가 아쉬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인기정책, 전략 없이 ‘언 발에 오줌 누는 식’ 단기 처방 정책은 장기 손실을 낳고 위기를 부른다.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이 그러했다. 이익 때문에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카멜레온의 생존 방식을 배워야 한다. 카멜레온의 눈은 360도 회전하면서 먹이를 찾고, 동시에 사주 경계를 한다. 생존 환경이 바뀌면 자율신경을 작동하여 피부안의 색소를 변화시켜 주변에 맞는 색깔로 변신을 한다. 위기 시대일수록 먹이를 보면서 동시에 적을 살피고, 장기 이익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4) 작은 것을 버리지 못하면 큰 위기를 겪는다.
원숭이가 조롱박 속의 쌀을 잡고, 손에 잡은 쌀이 아깝다고 버티면 인간에게 잡혀 죽는다. 작은 것에 집착하면 큰 것을 잃는다. 검도에서 상대의 허리를 강타하려면 나의 손등 정도는 내 줄 수 있어야 한다. 내 것을 희생하지 않고 완전하게 이기는 게임은 없다. 가치 창조를 위해 도전하다가도 걸림돌이 생기면 물처럼 우회하고, 내가 선택한 최단거리 접근로에 장애물이 있다면 버릴 것은 버리고 전진해야 한다.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를 수 있고, 먼저 희생하는 것이 크게 얻을 수 있다. 감정을 조절하면서 실리를 얻고 무서운 위기를 피해가려면, 작은 것을 버리면서 생존하는 도마뱀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도마뱀은 꼬리를 잡히면 스스로 자른다. 피도 흘리고 몸의 균형을 잃더라도 결과적인 실속을 선택한다. 지금 작은 이익과 자존심 때문에 큰 위기를 자초하는 일은 없는지 돌아볼 문제다.
5)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필연적 위기를 맞는다.
지금의 친구는 미래의 적이 된다. 음양의 세상은 서로 엇물려 변화하기 때문이다. 공룡의 멸종 사례는 ‘강한 자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한 자가 강한 존재다.’라고 말해준다. 시간의 흐름 자체는 변화를 의미한다. 로마의 멸망, 한일 강제합방, 세계 굴지 기업의 몰락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필연적 위기에 매몰된 것이다. 미래의 물결은 도구적, 감성적, 영적인 방향으로 파동을 칠 것이다. 스스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위기가 개입하여 강제로 변화시킨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변화에 동참하는 것은 자유지만, 미래는 변화한 자를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