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 268. [새롭게] 20221216
12월은 그냥 할 것들이 있다. 성탄 장식을 해야하고, 눈이 오면 눈도 쓸어야 하고, 1년에 한 번 있는 음악회도 열고, 성탄예배도 있고, 송구영신예배도 한다. 자동으로 순서가 정해져있다.
나는 전통의 힘이 무척 세다는 것을 안다. 이전부터 해왔고, 모두가 하는 일이고, 당연히 해야 된다고 믿는 것의 힘은 거의 전능과도 같다. 특히 신앙의 영역에서는 더 견고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전능해도 되는 것일까?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때로 나는 “왜 그런 거지?”, “왜 해야 하는 거지?”,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라고 질문한다. 아니 의문한다. 그리고 두려워한다.
코로나가 오면서 그 작은 병균의 힘이 견고한 생각과 전통을 다 무너뜨렸다. 주일 예배는 생명이고, 모이기를 힘써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 시대에 우리는 모이기를 힘쓰는 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신령과 진심이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가정이든, 카페든 그 어디든 예배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지켜온 것일까? 우리가 생명처럼 여겼던 것들은 정답이었을까? 우리가 지키려고 애쓴 전통과 의식은 무엇을 담기위한 그릇이었을까? 우리는 그릇을 빛나게 닦느라 그 속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이제 우리교회는 전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통합예배로 나아갈 것인지를 묻고 결정하게 된다. 그 안에 어떤 가치를 담고 갈 것인지 공동체가 결정할 것이다. 성경을 배웠고, 예수의 정신을 따르고 있다. 그에 걸맞는 선택이길 소망한다. 좋은 그릇보다 그 안에 담겨야 할 가치를 우리는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송구영신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리도록 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 1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년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공동체가 똑같은 질문으로 가족서클모임을 할 수 있도록 간단한 가이드만 할 생각이다.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안에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과 마음들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