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의 본 53 선지식 18차. 40, 달마의 눈썹을 뽑아
달마의 눈썹을 뽑아 차나무를 심고
법화삼매 경에 취해 짐을 지다가
꼬리연에 날리는 바람결을 지난다.
세월의 문밖에는 누가 있기에
바윗돌을 부수어 염주 만들었나!
영취산 보리수나무 위에 달이 떠 있어
황토밭에 지렁이가 춤을 추고 있구나!
속리산에 진표가 발걸음 머물 때
들판에 검정소가 무릎을 꿇고서
하소연하였던 전설을 생각한다.
어디로 가야 할 길도 발견하지 못하고
산 마루에 걸려 있는 고목에 부엉이 우는 소리
황토밭 고랑 바위에 앉아 달마 차를 타신다.
달마 차를 마시는 나에게 깨달음이 있는가,
달마가 허공에 피리를 부는 날에도
금강산 바위에 메다린 차나무를 보았네
깊은 밤 홀로 앉아
깊은 밤 홀로 앉아 대바람 소리 듣고
산 먼지에 닭 우는 소리 듣던 서러움
바윗돌 굴러가는 듯 세월이 지나간다.
지나면 다시 올 수 없는 몸 불을 줄어도
금강석, 더욱더 단단한 심장 속을
거문고 소리 들려 귀 도리도 울던 밤
아무리 소리치며 저항한 소리 없는
돌 바위 굴리듯이 내 몸도 굴러가네!
눈물에 눈방울 굴리는 시간을 붇듯하네
짐승들도 새끼를 기르는 법
짐승들도 새끼를 기른 법을 배웠나!
짐승들도 추운 겨울날에는 새끼를 낳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네!
새끼를 기르지 않는 인간들은
새끼에 대해 귀중함을 모른다.
엄동 설 안에 짐승들도
집을 짓지 못하는데
지금 전쟁을 강요하고 있는 나라
그 나라에 기온이 20도라고 한다면
사람에 사는 법은 누가 막나!
전쟁을 강요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무순 업보인가?
전생에 맺은 인연
악연이라고
약 연 이야!
눈보라 치는 동안거에도 선원에서
참선을 하는 것은 짐승들도 하지 못하는
침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이다,
어디로 가야 할 것이냐?
어디로 가야 할 것이냐
비가 온 날 사막에 물이 들어와
발이 뚱뚱 부어오르는 날에도
가야 할 길을 찾아 나선다.
나에게 주어진 열차표를 받아서 들고
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도
가야 할 시간을 제시해주었다.
나는 일어나야 한다.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하여
가는 길이 아직도 힘 난해도
나는 가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
가는 길이 너무도 험난하구나!
그래도 인욕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密語
말하지 말게
조금만 더 기다려보게
할 말이 없다고 말을 해도
소식이 전해주는 바람이었네
호숫가에 피어있는 연꽃 봉우리
그날에 향기를 누구에게 주렴
바람이 불어오는 꿈속에 서서
꽃향기를 가슴으로 안아보게
조용한 삶의 우물터에는
징그러운 뱀이 허물 벗는 준비를
담장 가에 설하고 있는 인연의 설법
분명히 도솔천 궁에 이 소식을 전해주게나
낯선 아이의 눈 망울
낯선 아이의 맑은 눈망울 바라보니
7월의 피 바람을 몰고 오는 오후에
그물이 걸려 있는 몸 바람 소리 되었네!
어느 날 내 서러움 불에 들어가듯
외마디 외치는 소리 삼각산을 들고
이별이 없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구나!
한 번만 이라도 얼싸안아 보려하니
세상인심 모두 떠난 소리 밭길 갔으니
꽃 피고 꽃이 지는 듯 풀 향기로 살리라
아카시아 꽃바다
아카시아 꽃바다를 하늘 눈으로 바라보고
비둘기 날개는 하늘에 별이 되어
춤을 추고 있는 강변이여
날 저문 밤 푸름으로 집을 짓고
거북이 알을 낳는 연못 위에
도깨비, 방망이를 울리고 있는 새
날개를 퍼덕이다가 아카시아꽃이 날려
들 앞에 소나무를 도끼로 찧고 있어
조주의 눈물이 온 산을 뒤덮는다
보이는 저 하늘 밖에는 구름이 피어오고
등나무 늘어진 숲길에는 무지개가 다리를 놓고
오염에 지친 하늘밖에 구름이 된다,
눈 오는 들판
눈 오는 들판에 있는 고목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황소
심장에 뛰는 소리를 듣고 있나!
아주 먼 날에 있을 푸름이여
이제는 서러워하지 말자고
그렇게 맹세하고 있있다
한반도 잘못했다고 반성하지 않는
그들이 있다고 하면 너무도 슬퍼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 되는데
그렇게 문을 잠그고 있는 듯
눈이 내리면 하얀
들판에 나비들도 춤을
멈추고 있는 하얀 목화밭
겨울 무지개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무지개가 산마루에 걸려 있어
석양 노을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나!
비가 온 뒤에 산과 강을 이어
무지개가 다리를 만드는 날인데
눈이 온 뒤에 겨울 무지개가
내 심장을 안고 다리를 놓고 있네
눈이 멈추면 무지개는 오색
물감을 뿌린 듯이 하얀 눈으로
무지개 겨울 무지개, 다리를 만들고 있어
분명 하늘에 조화인가 보다,
돌담가에 붉은 장미
돌담가 붉은 장미 나를 보라 하는 듯
흐르는 시냇가에 돌미륵이 되었느냐
할 말을 잊은 듯하여 눈물이 땅을 적신다.
바람은 구름 속에 황소처럼 밀려와서
거문고 소리 울려 청산을 굽어보네!
날 저문 언덕 너머에 소쩍새 우는구나
어쩌다 향기 없는 꽃이 되어 슬프다
나비도 날아오지 않는다는 전설을
무너진 돌담 창가에 보란 듯이 피었네
2022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