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는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될 수 있는대로 말을 줄인다는 생각으로 써야 합니다.
2. 호흡이 절정이 없습니다. 깊은 숨과 얕은 숨의 조화가 있을 때 시는 더 절창이 됩니다.
3. 이미지를 물고 물고 가는 이런 시일수로 더 선명해져야 합니다.
4. 산문시라고 산문만으로 쓰는 시는 아닙니다. 산문시일수록 그 속에 운율과 긴장과 반복과 점층이 다양하게 있어야 합니다.
5. 너무 강한 표현들의 연속이라 한 군데 클라이막스가 없습니다. 다 읽고 나면 숨이 참니다. 호흡을 조절해야 합니다. 강한 이미지끼리 부딪치면 파열음이 납니다.
6. 시인은 독자를 의식하면 시를 못씁니다. 즉 목적을 갖고는 좋은 시가 나오지 않습니다. 작자의 그릇만큼 시르 담아 낼 수 있습니다. 어떤 평가를 받든 그건 독자(그리고 평론가)의 몫입니다.
7. 시의 근본 정신이 진실이 아니겠어요. 진실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말함인데 의도적 목적을 가지고는 절대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8. 주관적 관념-너무 주관에 치우쳤다면 그 시는 성공했다 할 수 없습니다. 작자는 언제나 시적 대상과 적당한 거리를 늘 유지해야 합니다. 웅변이 되어서도 안되겠고 독백이 되어서도 안되겠지요. 주관적이되 또한 철저히 객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9. 시에는 언제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좋은 시와 나쁜 시-좋은 시는 좋고 나쁜 시는 나쁘다고 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읽으면서 아 참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좋은 시지요. 시인들도 다 자기의 시가 좋은 시인지 나쁜 시인지 적어도 자기만은 알고 있습니다.
10. 이 시에서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머무는 시간마다 일가를 이룬 못자국’입니다. 정리하여 소리내어 읽어 보세요.
11. ‘겨울 바닷가 새들의 발자국을 해독할 길 없는 상고문자’라고 한 것은 좋습니다. 시와 산문의 다른 점은 시는 묘사를 통해 작자의 뜻하는 바를 나타내고 산문은 설명으로 전달한다. 따라서 될 수 있는 한 말을 줄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12. 가을장미-는 시의 소재로 참 좋습니다. 시는 당연한 데서 피지 않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입술에 불이 붙는다-아주 좋다. 감각적이다. 다 말하면 읽는 재미가 없습니다. 시에서는 생략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문장을 너무 길게 끌고 가고 있습니다. 중간에 한 번 끊어 주세요.
13. 제목은 조금 상징적으로-제목에서 다 말해 버리면 궁굼증이 없어 집니다. 다 아는 얘기는 굳이 시에서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적어도 시인의 눈에는 ‘햇살이 창문을 뚫는다’고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14. 처음 시를 쓸 때는 너무 많은 걸 쓰려 하지 마세요. 시집을 읽을 때도 쉽고 단순한 시집으로. 그리고 시를 쓸 때는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외로움을 쓰겠다면 그냥 머리 속에서 생각하는 막연한 외로움이 아니라 어떤 실질적인 사건을 써야 합니다. 가령 여자분이라면 돌아누워 자는 남편의 등짝에서 그 외로움을 보아낼 수 있겠지요.
15. 시에서 교훈적인 냄새가 나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냥 마음에 찍히는 그림을 글로 나타내면 됩니다. ‘판독이 어려운 비문 같은 여자’-가령 어떤 여자를 말할 때 그 여자의 생김새, 성질등 구구하게 설명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자기가 다 말하려 하지 말고 이렇게 상징적으로 던져 주세요.
16. 피붙이의 이야기를 쓸 때 사람들은 진지해 지지요. 그래서 진정성이 있습니다.
17. 시는 자기 속으로 두레박을 내리는 일입니다.
18. 시는 언어의 절약이라야 합니다. 꼭 써야할 말만 써야 합니다. 조사 하나라도.
19. 어떤 사건이나 사람 또는 자연을 보고 느끼고 마음에 일어나는 감동을 쓰는게 시이다. 너무 많은 말을 하려하지 말고 대상에 대한 작은 감동을 써보세요.
20. 관념어(추억, 행복, 슬픔, 삶등)를 될 수 있는 한 쓰지 말고 마음에 그려지는 한 사람(추억, 그리움 등)의 모습을 그려 보세요. 그리움을 쓰려면 ‘당신이 너무 그리워요’-이렇게 쓰면 시가 안됩니다. 누구나 그리울 때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가 그 사람 같지요. 그런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하면-횡단보도를 건너가는 당신을 봅니다/지하철 출구를 빠져 나가는 당신을 봅니다/시장에서 곰인형을 사는 당신을 봅니다/나는 아무데서나 당신을 만나고 아무데서나 당신을 만나지 못합니다.
21. 가끔 심사를 할 때가 있는데 이 작자가 어떤 대상을 얼마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보았는지 거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22. 사물에서 사막만을 보아내서는 안됩니다. 시인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걸 보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상식적인 얘기는 쓰면 안됩니다. 겨울산에서 봄을 읽어 내는 게 시인입니다. 시에서는 상상력이 생명입니다.
23. 시는 산문같이 설명하는 게 아니라 비유나 은유를 통해서 묘사하는 것입니다.
24. 추상적인 제목일 때는 본문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시를 생각만으로 쓰려 하지말고 가슴 즉 느낌으로 써야 합니다 멋진 생각을 어떤 경험과 맞물려 써보아야 합니다.
25. 작자의 목적이 너무 보여서는 안됩니다. 작자의 말하려는 의도는 행간에 숨어 있어야 합니다.
26. 눈내리는 밤의 어떤 풍경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분명히 생각해야 합니다. 즉 눈내리는 밤의 따뜻함? 외로움? 허전함? 등 시 한편을 읽고 나도 이 시인이 무얼 쓰려고 했는디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시는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27. 시는 첫째 무리가 없어야 합니다. 비린내, 돈기름, 가난, 열기, 오물, 정화 비굴 등 붕어빵 하나에 너무 많은 짐을 지웠습니다.
28. 성적인 이미지는 생명력입니다.
29. 설명적인 부분이 눈에 띕니다. 그러면 시적 긴장감이 없어져 축 늘어져 보입니다. 시에서 금기입니다. 시가 산문과 다른 점이 바로 그런데 있습니다.
30. 시는 말에 있는 게 아니라 느낌에 있습니다. 누구를, 어떤 사물을 보고, 또는 만나서 가슴이 뭉클할 때 그 느낌을 쓰는 게 시입니다.
31. 시는 꼭 고장난 데서, 아니면 소외된 곳 또는 아픔이 있는 곳에서 찾게 됩니다.
32. 가끔은 뒤집으세요. 조금 도발적으로 대상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순하면 뻔한 이야기가 되고 말 수가 있습니다. 시는 가끔 정상적인 것을 뒤집어 봐야 합니다.
33. 별은 참 많은 시인들의 시의 소재가 됐습니다. 그야말로 시세계의 스타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런 소재는 더 쓰기가 어렵습니다. 까딱 잘 못하면 누군가와 비슷해지기 쉽기 때문이지요.
34. 시는 한마디가 그 시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그게 또 매력이기도 하지요.
35. 시는 차분한 관찰에서 나옵니다. ‘어린 눈송이’라고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송사리 떼’로 보는 것도 아! 소리가 나옵니다.
36. 영원히-이런 말을 쓰면 촌스러움의 극치입니다. 시에서는 이 단어는 영원히 쓰지 마세요.
37. 그런데 묘사가 너무 많아 거북스러운데도 있습니다. 시어들 간의 조화를 살려야 됩니다. 아무 묘사 없이 나가다가 또 절묘한 묘사가 있어야 더 효과적입니다.
38. 아무리 훌륭한 묘사라도 지나치면 해가 됩니다. ‘마른 기침이 빨래처럼 널려 있다’ ‘침묵이 지체부자유자처럼 누워있다’는 세련된 솜씨입니다.
39. 좋은 시집을 많이 읽고 또 사람이나 자연을 따뜻한 눈으로 보고 느끼세요. 아름다운 장면, 사건, 사람에 많이 감동하세요ㅣ
빛은 차갑다, 더럽다, 평온하지 못하다......등등 설명하는 게 아니고 빛을 보고 난 뒤의 느낌을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며, ‘아침 햇살이 커텐 사이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오더니/ 내 무릎 위로 기어 오른다’하면 시가 됩니다. 기어 오른 햇살을 마음대로 해 보세요. 털어 내든가, 가만히 만져 보든다-그러면 느낌이 있을 겁니다.
40. 대상을 당겼다 놓았다 대단합니다. 전개에 여유가 있어 읽는 맛도 있습니다. .....결론을 낸 듯이 끝을 장식하면 맛이 덜해집니다. 시는 무엇을 말하려는 의도가 들여다 보이면 그렇게 고급한 시라고 할 수 없지요. 과정만 담담히, 아름답게 그리면 됩니다. ‘토끼처럼 살고 싶다’라고 단정하게 말해 버리면 여운이 없습니다.
41. 환상, 무감각, 허무, 무상, 진실-등 이런 말을 관념어라고 하지요. 이미 결정지어진 말입니다. 될 수 있는 한 이런 말을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42. 대상을 평범하게 보지 않는 안목은 좋으나 그래도 억지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예리하되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어야 합니다.
43. 그러나 말이 너무 산문적이고 깁니다. 시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긴장감입니다.
44.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부터 쓰면 아마 확실할 것이다.
45. 시는 자기가 다 설명해 버리면 독자가 하나도 감동하지 않습니다.
46. 묘사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들면 좋은 시어들이 덜 빛납니다.
47. 제목은 대문입니다. 제목도 그 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요즘은 서술형의 제목도 많지요.
48.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시의 맛이 안납니다. 시는 말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같은 의미의 말이라도 더 아름답게, 맛나게 바꾸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9. 어떤 주제를 어떤 상관물을 통해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어떤 시가 만들어 집니다. 시는 긴 말보다 짧게 압축해야 시의 맛이 납니다.
50. 무리한 부분은 없는데 너무 내용이 추상적입니다. 더 구체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있으면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 옵니다.
51.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시는 가능한 언어를 절약해야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굳이 시로 쓸 필요는 없겠지요.
52. 시에서의 표현은 더 구체적이고 작아야 합니다. 몸이 아프다-보다는 몸의 어느 부분을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옷-이라 하지말고 브라우스라고 한다든지.
53. 같은 말이 세 번 들어갔다. 고민을 덜했다는 흔적입니다. 동의반복은 꼭 의도적으로 하세요.
54. 자꾸 고치는 것 외에는 시의 왕도는 없다고 합니다.
55. 시는 써놓고 보면 다 그렇다(허접한 느낌). 자기 속에 들어 있던 걸 바깥에 꺼내 놓고 보면 당연히 부끄럽지요. 그래서 사실 시를 스는 사람들은 대부분 좀 뻔뻔스럽습니다.
56.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첫 단계가 관찰입니다.
57. 모든 예술의 바탕에는 비극이 깔려 있습니다. 잘 먹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얘기 갖고는 아무 이야기꺼리도, 예술도 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비극을 찾아 다니는 게 바로 예술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크고 작든 간에 다 조금씩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58. 정제된 언어와 꼭 짜여진 구조로 봐서 많이 글을 다루어 본 것 같습니다. 풍경을 묘사하는 힘이나, 이미지를 밀고 가는 힘이 대단합니다.
59. 시는 백번 고친다는 심정으로 써야 합니다.
60. 강을 노래했는데 강이 쉬마르지 않고 마른 대지를 적시며 바다로 향한다고 했습니다. 다 아는 얘기는 쓰지 말고 자기만의 눈에 비치는 가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강에 가서 주변을 살피고 강에 손도 담궈 보고 강과 대화를 해야 강에 대한 시가 나옵니다.
61. 아픈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또 유난히 아픈 곳이 잘 눈에 띄는 눈-그게 바로 시인의 마음이겠지요. 시는 산문과 다릅니다. 산문이 전달이 목적이라면 시는 무용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동작 한동작 아름다워야겠지요.
62. 이미지의 애매모호성은 가끔 시를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문장은 정확해야 합니다.
63. 시는 말로 짓는 집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건축재료가 있어야겠죠. 그렇듯이 더 구체적인 사건이 있어야 합니다.
64. 당연한 소리보다는 뒤집어 보아야 합니다. 겨울철에 춥게 산다는 말은 하나마다입니다. 오히려 이때 뒤집어서 ‘네 생각 너무 두꺼워 이 겨울 참 따뜻하게 살아-로 해보면 어떨까요.
65. 제목은 상징적이거나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66. 제목도 첫 행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제 1행에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67. 따가운 고통, 심장, 꽂힌 화살, 뜯겨지는-말이 강합니다. 너무 큰 말보다는 아주 작고 구체적인 말을 써서 사랑을 나타내 보세요.
68. 시는 언제나 새로운 표현은 찾아 헤메는 작업입니다.
69. 죽음 앞에서 인생무상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작자 스스로 인생무상-이라고 말해 버리면 독자는 더 느낄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 인생무상의 한 장면만 그려주면 읽는 사람이 아! 인생은 무상하구나-하고 느낍니다. 이런 게 시의 멋이지요.
70. 시 쓰기의 첫 번째 단계가 대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71. 어느 바다에나 해당되는 평범한 사항이 아니라 시인의 눈에 특별히 찍히는 장면을 찍어 내야 시가 됩니다. 많은 풍경 중에 한 풍경만 선택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하듯이!
72. 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시가 너무 무거워집니다. 더 담담히 마음을 비우고 쉽게 쓰세요. 그래야 독자도 아니 작자도 스스로 감동합니다. 너무 많는 말이나 이미지들은 서로 충돌하여 서로의 모습이나 소리를 훼손시킵니다.
73. 제목이 재미있습니다(안성천을 건너고 싶다). 그런데 시작 부분이 너무 말이 많습니다.
위의 여덟 행은 잘라버리고 싶습니다. 너는 얼마나 깊어진 것일까-로 시작해 보세요. 시는 다 말해 버리지 말고 독자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울림이 있습니다. (나에게 해당되는 말---너무 상세히 쓴다---의학 때문에???)
74. 시는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보름달(대상)이 비친 작자의 가슴 속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75. 시는 읽을 만한 행간이 있어야 합니다. 다 말해 버리면 더 이상 독자가 상상할 공간이 없습니다.
76. 시는 설명이 아니고 묘사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너무 지나친 묘사는 오히려 의미전달을 곤혹하게 합니다. 너무 많은 묘사를 풀어 가느라 실직의 아픔(주제)은 오히려 뒷전으로 물러났습니다. 시는 어떤 대상을 보고 마음의 동요를 쓰는 건 아닐까.
77. 뒤집어 보는 시안이 좋습니다. 물고기가 바다에서 하늘로 빠졌다-시인의 눈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78. 시는 작자의 마음이 닿아서 그 마음으로 다시 그려내는 풍경입니다.
79. 당신의 마음에 눈물이 닿았다면 그 마음의 움직임을 써보세요. 투명하다, 순수하다, 티없다, 평화롭다, 맑디 맑다, 아름답다 등등 혼자서 다 설명해 버리면 독자는 아무것 느끼지 못합니다. 그림은 보여주지 않고 감상만을 말해주는 게 됩니다.
80. 주변의 가까운 분 중에서 암의 진단을 받았을 때 그 절망이나 거기서 깨닫는 삶의 소중함을 마음의 거울로 비춰봐야 시가 됩니다. 아무도 느낄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을 잡아내야 시가 됩니다.
81. 바람의 손가락이 분주하다- 감각적입니다. 말을 다룰 줄 압니다.
82. 뜨거운 그대 입술이
나의 입술에 녹아 내릴 때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그렇게 황홀했다
비록,
길지 않은 인연으로
일회용
종이컵 속에 버려질
담배 꽁초 같은
<사랑>
일회용
종이컵 속에 버려질
담배 꽁초 같은
이런 게 시의 맛이다. 그러면 뒤에 뜨거운 키스나 아픔이나 별별게 녹아져 나옵니다, 독자의 기억 속에서.
☆83. 어떤 말을 하기 위해서는 꼭 어떤 장치를 합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을 유도해 낸 다음 그 장치는 치워져야 하는데 그걸 그대로 두는 사람이 많다.(cf 73)
이 시에서도 1,2연이 있기 때문에 3,4연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1,2연이 군더더기가 되고 있습니다. 1,2연을 없애고 다시 보세요.
84. 너무 자세히 다 말해 버리면 맛이 없어지는 게 시이다. 양념을 너무 많이 친 음식 같아집니다.
85. 나사목 몇 개를 건지려고/못쓰는 상다리에서/나사목을 푼다-1,2행을 버리세요. 그건 독다가 2,3행을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작자의 지나친 설명은 시의 맛을 감소시키죠.
86. 밀고 나가는 힘도 있고 다만 너무 빽빽합니다. 이 시에도 숨통이 있어야 합니다. 긴장과 이완이 되풀이 되어야 하죠. 더러 느슨한 구석이 필요합니다.
87. 시은 언제나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합니다. 시간의 한 소절-이 재미있고 이런 시어들이 발견입니다.
88. 미소와 향기 가득한 화창한 봄/집안 가득 화기가 넘친/쌀쌀한 기운만 감돈다-이런 소리 아무렇지도 않게 쓰면 누가 봐도 아마추어 냄새가 납니다. 그냥-화창한 봄이다/집안 가득 꽃내가 넘친다/...... 뭐가 급해 직선으로 가는지요. 곡선의 시학!
89. 감정이 너무 지나쳤어요. 이러면 독백이 됩니다.
90. 하루의 중턱
여름의 끝자락에 매달려/꼬리연 하나
(추상어 + 구체어)???
91. 정말 아프다면 이렇게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감각적 표현이 나와야 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관념적인 말 모두 잊어버리고 자기 내면을 아주 쉬운 눈으로 들여다 보세요.
92. 어린 송아지---송아지는 다 어리지요. (이런 당연한 것을 중언부언 꾸미기가 쉽지요)
93. 시는 언제나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94. 손으로 만져본 바다, 느껴본 바다(대상)을 한번 써보세요.
95. 통나무로 만들어 촘촘한 결이--->통나무 촘촘한 결이---언어의 생략입니다.
96. 너무 비약이 심하면 설득력이 없어집니다. 그런 경우는 좀더 풀어써야 합니다. 시는 주관과 객관성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비약이 심하면 객관성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97. 핏줄 얘기를 할 때 작자는 진실성이 있습니다. 시에서 진실성은 아주 중요하지만 그대신 객관성을 잃어버릴 우려도 있습니다.
98. 추상과 구체성의 비율이 맞을 때 시가 아름답습니다.
99. 시는 자신을 벗기는 일입니다.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내보이는 일입니다. 이 용기가 없으면 좋은 시 쓰기는 요원합니다.
100. 시는 처음 단계가 관찰입니다.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 분명 어떤 발견을 얻게 됩니다. 좋은 시란 많이 보지 못한 걸 발견해 내는 것이지요.
101. 그 누군가 애타게 그리워할 때, 즉 사랑할 때 마음에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한번 살펴 보세요. 예를 들면 잠이 안온다, 목이 마르다, 입술이 탄다, 머리 속이 텅 빈다, 책을 읽을 수 없다, 온통 그 사람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 것입니다. 그런 걸 발견하고 한번 써보세요. 사랑에 대한 설명을 하지말고. 예를 들면-장마에도 내 가슴은 가믐든 천수답이다.
102. 시의 그림을 통해서 독자가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103. 단어 하나에도 필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104. 미역국 없는 생일 상-쓸쓸한 생일 상. 전자는 묘사(시)이고 후자는 설명입니다. 쓸쓸하다 외롭다 한마디 말하지 않고 그런 걸 다 말해주고 있습니다.
105. 늘 하는 말이지만 구체성이 있어야 선명한 상이 생깁니다.
106. 단순히 머리 속의 생각만으로 쓰면 예쁜 시가 어렵습니다. 어떤 걸 보고 마음에 감동을 받았을 때 시를 써야 합니다.
107. 시는 표현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 다가옵니다.
108. 시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과 만났을 때 마음에 일어나는 흔들림을 쓰면 됩니다.
109. 시 속에는 물론 종교적인 것과 철학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는 종교도 철학도 아니죠. 다만 그런게 들어있을 때 시가 깊어집니다. 시는 글짜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형상이나 사건을 통해 독자는 그런 의미를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110. 시는 뜻도 물론 깊어야 하지만 읽는 맛도 있어야 합니다. 뜻은 깊은데 읽으려면 고통스런 시가 얼마나 많습니까.
☆111. 삶의 터미널-이라는 제목에서 일단 너무 많은 의도가 드러납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다 알아버린 것이지요. 시는 그러면 읽는 맛이 없어집니다. 어떤 사건이나 대상을 통해서 작자의 생각을 쓸쩍 집어넣어야 합니다. 어떤 구체적인 터널을 통과하면서 아 이렇게 깊고 어두운 터널이 내 살아온 과거와 같구나-하고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112, 시의 바탕은 뭐니뭐니 해도 사랑입니다. 아무도 못보아내는 작은 것들의 슬픔, 비애를 찾아내는 것이 시인이 아닐까요.
113.별 기교나 묘사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을 수 있습니다.이것은 바로 꾸밈없는 진정성 때문입니다.
114. 시는 전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전달까지 가는 과정입니다. 시를 무용에 비유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무용에 목적이 없지 않습니까. 한 장면 한 장면이 아름다움이지요.
115. 시에서 절제와 압축, 긴장 등은 시의 생명입니다. 그렇지만 문장은 아주 명확하고 분명해야 합니다. 말을 하다만 듯 하다고 운문이 아닙니다.
116. 시를 한 편의 그림으로 본다고 했을 때, 화면에 너무 대상이 많지 않은지. 화가도 그림을 그릴 때 보이는대로 다 그리지 않고 그릴 대상을 선정해서 그립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117. 기쁨, 행복, 미소, 희망, 미래는 모두 시의 주제이며 삶의 주제가 아닐까요. 그런걸 이렇게 말로 해버리지 말고 어떤 사건이나 느낌을 통해서 느낄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희망이라고 말로 한다고 희망이 생기는 건 아니지요. 우연히 아침 창가에서 노래하는 파랑새 한 마리와 만난 사연이나 사건을 차근차근 이야기하면서 기쁨이나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글로 그림을 그려 보세요. 무얼 보고 만나서 마음에 일어나는 감동, 즉 흔들림을 그대로 써보면 됩니다.
118. 상상력이 비약할 때 시의 맛이 있습니다.
119.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면 또 시의 맛이 감합니다. 한군데쯤은 똑 부러지는 포인트가 있어야 합니다. 여자도 그렇지 않습니까. 무조건 착하기만 한 여자는 매력이 없지요. 한번쯤 독하거나, 야무지거나.......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120.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시는 말의 시작이 아니라 말이 끝나는 곳에 있습니다.
121. 흐름이 유연하고 행간의 연결도 부드럽습니다. 그러나 너무 유려하면 긴장감이 없어진다는 것도 유념해 두십시오. 흐름을 확 한번쯤 뒤집을 필요도 가끔 있습니다.
122. 그런데 제목이 메주-이면 본문에서는 메주라는 말을 안쓰는 게 좋습니다. 이미 메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123. ‘절벽이 다시 절벽이 된다’-‘절벽이 다시 제 몸을 깎는다‘ 라고 하면 더 감각적이 된다.
124. 너무 말과 뜻이 큽니다. 시는 언제나 작은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125. ‘그 광활한 바다가 살고 있었네’-그 광활한 바다를 만져보았네‘ (라고 하면 더 감각적이 된다.)
첫댓글 누님 오랫만입니다. 좋은 내용 퍼갑니다.!^^ 그래도 되죠??
네, 아우 그런데 목동 한 번 오면 안될까?
등단하면 갈께요 멋있게 바바리 코트 입고~~!^^올해는 넘기지 않으려 벼르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ㅎ
근데 누님 이거 출처가 어떻게 되나요? 상당히 공들여 모은 흔적 같아보이기도 하구요^^ 누군지 모르지만 이걸 만든 분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혹시 누님 아시신지...
같이 공부하다 그만두신 분이 시인에게 물어볼까? 코너에서 정리했대요. 이화은반 공부한거 다 모으면 무척 좋은 책이 될것 같아요 언제 그런 날이 오겠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